AI 로봇, 인간 로맨스 대체할 수 있을까?

[사진=Andrey_Popov/shutterstock]
“한 번 로봇 애인을 경험하고 나면 다시는 인간과의 관계를 원하지 않게 될 거야!”

이는 2001년 개봉한 영화 ’에이 아이‘에 등장한 로봇(지골로 조)이 한 말이다. 인간에게 그만큼 성적인 만족감을 줄 자신이 있다는 표현이다.

인공지능(AI) 시대, 미래의 성 산업은 어떻게 변화할까? 욕구를 언제든 해결할 수 있는 섹스 산업의 혁신이 일어날까? 아니면 성범죄 증가 혹은 연인이나 부부 사이의 안정적인 관계가 흔들리는 위기가 찾아올까?

인공지능을 탑재한 로봇이 주도하는 산업구조는 이제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 흐름이다. 매우 빠른 속도로 발전하고 있고, 진화 속도가 무한대에 가까울 것이란 예측도 있다. 성 산업도 예외가 아니다. 로봇 기술은 공공의 이익뿐 아니라 개인의 욕구를 해소하는 사적인 영역 안에도 들어와 있다.

섹스 로봇이 대중화될 것이란 예견과 함께 성 윤리에 대해 고민도 늘고 있다. 성별, 생식 등에 관한 기존의 윤리적 개념이 무너지는 것을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성을 혼인의 틀 안에 가두는 ‘전통적 성 윤리’ 개념에 의하면 로봇과의 성관계는 비윤리적이다. 하지만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범위 안에서 성적 자유를 추구하는 ‘급진적 성 해방론’이나 서로 존중하고 사랑하면 도덕적으로 정당하다고 보는 ‘중도주의 성 윤리’를 바탕으로 하면 비윤리적이라고 보기 어렵다.

성균관대학교 의과대학 인문의학교실 양광모 교수에 의하면 타인에게 해악을 끼치지 않는 선에서 우리는 언제나 선택의 권리가 있다. 누구나 비밀스러운 취향, 즉 ‘성적 판타지’를 가지고 있는데 이것이 타인에게 피해를 주거나 불쾌감을 일으키지 않는다면 금할 수 없다는 것.

양광모 교수는 “좋은 성이란 타인을 배려하고 인격의 대상화를 배척하며 상호 자율성을 존중하고 책임의식을 갖는 것”이라며 “소아성애나 강간 상황극을 시나리오로 한 로봇 등은 금지 법규가 필요하지만, 인간에게 해를 끼치지 않는 것이라면 개인의 성적 취향을 용인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과거에도 성 윤리에 대한 새로운 정립이 필요한 시점들이 있었다. 여성의 해방 도구로 꼽히는 콘돔과 20세 최고 발명품의 하나인 먹는 피임약 등이 의학 발전과 함께 성 윤리의 변화를 가져왔다. 지금은 누구나 콘돔과 피임약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인다. 성윤리에 어긋나는 도구가 아니라 오히려 성병을 막아주고 건강상 이점까지 주는 유익한 기능을 하는 도구로 보는 것이다.

[사진=Sarah Holmlund/shutterstock]
세계적인 가전 전시회 CES 2018에서는 성인용품 제조 회사인 리얼보틱스가 ‘하모니’라는 인공지능 로봇을 전시해 큰 관심을 모았다. 캐나다의 성인용품 회사인 ‘킨키스 돌스’는 로봇 성매매 업소를 열 계획을 세우기도 했다. 섹스 로봇과의 공존은 이제 부정하기 힘든 사회 현상이다.

당장 지나친 공포감을 느낄 필요도 없다. 아직 섹스 로봇은 마네킹에 스피커가 달린 성인용품 수준에 불과하다. 양광모 교수는 “섹스 로봇은 자위행위를 돕는 도구”라며 “자위는 의학적으로 보면 성적 긴장을 해소시키는 등의 긍정적인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또 “SF에 등장하는 인간형 로봇과 현실의 로봇은 많은 차이가 있다”며 “강인공지능 로봇이 만들어지는 것은 먼 이야기다. 그런 시대가 오면 로봇의 인격권 보장과 노예 해방 운동 등도 가능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현재 존재하는 섹스 로봇 중 가장 비싼 하모니는 중형차 한 대값이지만 스피커가 달린 기계에 고급 실리콘을 씌운 미약한 수준의 인공지능 로봇에 불과하다. 비싼 가격 때문에 대중화되기도 어렵다.

따라서 이에 대한 공포심보다는 보다 현실적인 문제를 직시해볼 필요가 있다. 아동 성범죄나 강간 판타지를 조장하는 성 상품들이 합법적으로 판매되고 있기 때문이다. 자위행위를 돕는 인공지능 로봇에 대한 거부감보다 이러한 부분에 대한 윤리적 고민과 규제가 시급하다는 것.

물론 한편에서는 섹스 로봇 자체에 대한 위기의식을 느낄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가톨릭대학교 의과대학 인문사회의학과 김수정 교수는 “섹스로봇은 섹스토이나 섹스돌과 다르며 성적 파트너를 대체할 가능성이 있다”며 “사용자의 취향이나 요구대로 작동하도록 프로그램 된 섹스 로봇을 이용하는 사람은 이런 모습을 당연하거나 바람직한 것으로 생각해 인간에게조차 이기적이며 일방적인 관계를 기대하거나 강요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섹스 로봇 산업은 앞으로 점점 더 커질 것이다. 인간의 존엄성과 자율성 등을 해치지 않는 범위 안에서 규제하고 공존해나가는 방향을 찾아야 하는 이유다. 양광모 교수는 “생물학적으로 남성과 여성은 극치감에 도달하는 속도와 시간이 달라 극치감을 공유하려면 이타적인 마음으로 전희와 후희에 신경 써야 한다”며 “하지만 맞벌이 등으로 바쁜 사회에서 배려하는 마음의 여유를 갖기란 어렵다. 가사일도 돕고 성욕까지 해결해주는 로봇을 선택하는 것은 시대의 흐름에 맞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말했다.

문세영 기자 pomy80@kor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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