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유 속 환경호르몬, 수유해도 괜찮을까?

[사진= DidiPho /shutterstock]
환경호르몬(environmental hormone)은 내분비계 교란물질(endocrine disruptors)로, 생체 외부에서 들어와 내분비 기관 안에서 호르몬의 생리 작용을 교란시키는 화합물을 말한다. 내분비계는 우리 몸이 하는 거의 모든 일에 관여하며, 호르몬은 화학물질의 전달자 역할을 하고 혈당 조절, 유·아동의 발달, 성 기능, 성장, 에너지 생산 등에 관여한다. 환경호르몬의 심각성은 우리 몸에 호르몬처럼 흐르다 유전자처럼 아이들에게 전달된다는 데 있다.

모유 속 환경호르몬 검출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은 2014년 산모의 모유에서 환경호르몬(PFOS)이 검출됐다는 연구 결과를 내놨다. 산모 264명의 모유를 검사한 결과 피자를 자주 배달시켜 먹는 엄마의 모유에서 환경호르몬의 농도가 높았다는 것. 포장상자에 코팅된 환경호르몬 물질에 자주 노출된 것이 원인으로 지목됐다. 이 물질은 뇌·신경·간에서 독성을 나타내고, 신생아의 지능과 몸무게에 악영향을 주는 것으로 알려졌다.

모유 속 환경호르몬의 위험성은 2007년에도 이미 제기됐다. 당시 식약청은 “120명 산모의 출산 후 30일째 모유를 분석한 결과 환경호르몬(PBDE)이 검출됐다”고 밝혔다. 이 성분은 불에 잘 타지 않아서 컴퓨터·TV 등 가전제품에 난연제로 사용된다. 또 신체 내에서 쉽게 분해되지 않아 엄마의 지방조직에 축적된 후 모유를 통해 아이에게 전달된다.

세계보건기구(WHO)는 모유에 환경호르몬이 있더라도 부작용보다 이로운 점이 많으므로 모유 수유를 권장한다는 결론을 내놨다. 모유의 장점을 포기하기보다 산모가 일상에서 환경호르몬 과의 접촉을 최소화 하는 것이 현실적 대안이라는 것.

임신 기간 환경호르몬 노출은 아이의 생식 능력에 영향

고제명 미국 일리노이대학 수의학과 교수의 연구에 의하면 임신 기간에 환경호르몬(프탈레이트)을 다량 섭취한 쥐가 낳은 새끼 중 수컷은 불임률이 최고 86%로, 정상 쥐(25%)보다 3배 높았다. 엄마가 임신 기간에 환경호르몬에 많이 노출되면 아들·딸의 생식능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임신 기간에 환경호르몬에 노출된 태아는 신경계·귀·신장·심장·수족·면역체계·뼈·폐·생식기에 악영향을 받는다는 국내 연구 결과도 있다. 태아부터 사춘기까지는 생식기관과 호르몬·면역체계가 완전히 발달하지 않아 환경호르몬에 더 취약하다.

일상생활 속 환경호르몬 노출 최소화해야

플라스틱 제품의 사용을 자제하기만 해도 환경호르몬 노출을 상당부분 줄일 수 있다. 여성환경연대에 따르면, 한국인 1명의 연간 플라스틱 소비량은 98.2kg으로 영국(56.3kg)이나 미국(97.7kg)보다 많다.

기업들은 환경호르몬의 위험성이 부각되자 환경호르몬 대체 물질을 내놓기도 했다. 하지만 이 물질들에 대한 안전성 또한 검증되지 않은 상태다. 예를 들어, 비스페놀A 대신 비스페놀S나 비스페놀F 등의 대체물질이 나왔지만 2015년 사이언스와 2014년 네이처에 실린 논문에서 이들 대체물질의 독성 가능성이 제시됐다. 천연제품이라고 강조되는 제품들도 성분을 살펴보면 그 유해성이 검증되지 않은 경우가 많아 소비자들의 주의를 요한다.

    윤이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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