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 자체가 투쟁…근육병 자매 ‘편안한 호흡’ 되찾아

[사진=방은주 씨와 강남세브란스병원 재활의학과 최원아 교수]
“갑작스러운 호흡곤란으로 앞이 캄캄해졌다. 아무리 힘을 줘 가슴을 부풀려 봐도 굳어버린 몸은 움직임을 거부했다. 뻐근한 가슴, 흐릿해져 가는 의식 사이로 울먹이는 동생의 목소리가 들렸다. 언니…”

연세대학교 강남세브란스병원 호흡재활센터가 중증호흡부전 환자를 대상으로 한 1000번째 비침습적 인공호흡기 치료를 성공적으로 시행했다. 기관 절개 없이 호흡을 보조할 수 있는 방법이다.

방은주(43), 방은정(41) 자매가 1000번째 주인공이다. 어릴 때부터 희귀 근육병을 앓아왔던 자매는 지난 9일 강남세브란스병원 응급실을 찾았다. 언니 은주 씨의 상태가 위독해진 것. 근육병으로 인한 호흡부전으로, 호흡마비가 발생하는 심각한 상황이었다.

응급실을 찾은 당시 은주 씨는 동생의 도움 없이 움직이지 못하는 자신의 몸이 원망스러웠고, 동생 은정 씨는 의식이 흐릿해져 가는 언니를 보며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자신의 처지가 억울해 눈물이 터졌다고 말했다.

13살부터 걷지 못해 휠체어에 의지했던 언니와 17살 돌연 걸을 수 없게 된 동생. 이들 자매에게 살아간다는 것은 투쟁이었다. 근육병은 근력이 점점 소실되는 진행성 질환으로 호흡근육과 심장근육이 손상을 입으면 호흡곤란, 심부전 등에 이르는 질병이다.

그러나 희귀 난치성 질환이어서 사회·제도적 지원이 최근에 와서야 일부 이뤄지기 시작했다. 아직 의료 인프라도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상황이다. 이 때문에 치료를 포기한 채 생을 달리하는 희귀 근육병 환자들이 많다.

[사진=언니 방은주 씨(왼쪽)와 동생 방은정 씨]
그런데 호흡재활센터는 이들의 호흡 재활을 돕기 위해 삽관이나 기관절개를 하지 않고도 위중한 순간을 넘기는 치료를 시행했다. 이제 자매는 필요할 때만 가정용 인공호흡기를 사용하면서 예전의 생활을 할 수 있는 수준까지 회복했고 18일 퇴원했다.

호흡재활을 담당하는 재활의학과 최원아 교수는 “지난 2000년 국내 최초로 강남세브란스병원이 호흡재활 치료를 본격적으로 시행하면서 중증호흡부전 환자의 조기 발견과 치료 시스템이 체계화됐다”며 “이를 통해 근육 질환 480례, 루게릭 병 281례, 척수성 근위축증 46례, 척수손상 94례, 기타질환 99례의 환자가 호흡곤란의 고통과 절망적인 삶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고 말했다.

호흡보조가 필요한 환자가 장기적으로 인공호흡기를 사용하려면 일반적으로 기관절개를 통해 인공호흡기를 연결하는 침습적 방법을 쓴다. 이는 말하거나 먹는데 지장을 일으키고, 호흡기계 감염의 원인이 되는 등 부작용 및 합병증을 유발할 수 있다.

이에 비해 비침습적 인공호흡기는 기관절개나 기도삽관을 하지 않고 호흡을 보조하는 방법이다. 이동용 소형 인공호흡기를 사용해 일상 활동을 유지할 수 있도록 돕는다. 침습적 인공호흡기의 부작용을 줄이고, 호흡기계 합병증으로 인한 입원 횟수와 기간도 줄어든다. 환자와 보호자의 심리적 부담 및 삶에 대한 만족도가 높아진다는 것.

최원아 교수는 “호흡 부전의 여러 증상으로 고통을 겪으면서도 기관절개에 대한 거부감 때문에 인공호흡기 사용을 거부하던 환자들이 인공호흡기를 쉽게 받아들이게 됐다”며 “그러나 이러한 장점에도 불구하고 국내에서는 비침습적 인공호흡기 적용이 보편적으로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다. 다양한 호흡 재활 도구가 개발됐고 정부의 재정 보조도 이뤄진 만큼 적극적으로 활용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문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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