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태죄 폐지 결정 이후… 남성은 책임 없나?

[사진=nito/shutterstock]

헌법재판소의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 이후 관련 법 개정을 위한 다양한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헌재가 정한 관련 법 개정 시한인 내년 12월 31일까지 낙태죄를 둘러싼 혼란이 이어질 전망이다.  ‘먹는 낙태약(미프진)’ 합법화를 요구하는 주장도 거세지고 있다.

미프진은 미페프리스톤 성분으로 만든 것으로 착상을 방지해서 유산을 유도하는 약이다. 미국, 영국 등 외국에서는 의사 진단에 따라 사용되고 있지만, 우리나라에선 불법이다. 인터넷 등을 통해 불법 유통되고 있는 미프진 등 낙태유도제 불법 판매 적발 건수는 2015년 12건에 불과했지만 지난해에는 2000여 건이 넘는 등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대한약사회 여약사위원회는 16일 성명을 통해 “헌재 결정은 원하지 않는 임신 유지와 출산 여부에 대한 여성의 자기 결정권 인정을 바탕으로 이뤄진 역사적인 판단”이라면서 “정부는 중절 효과로 허가받은 의약품의 임의적인 사용과 무허가 의약품이 불법 유통되는 상황에 대한 안전장치를 조속히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이어 “미프진 도입을 위한 선제적이며 적극적인 준비를 촉구한다. 관련법 개정 이전이라도 임시조치를 통해 여성들이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가능한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했다.

이와 관련해 산부인과 의사들의 입장은 약간 차이가 있다. 미프진 등을 허용할 경우 반드시 의사의 진료와 처방을 전제로 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김재연 대한산부인과의사회 법제이사는 ‘미프진은 7주 이내에만 복용하도록 권고되고 있는데, 2016년 FDA(미국식품의약국)의 안전성 자료에 따르면 100명 중 8명 정도가 과다 출혈이 발생해 응급수술을 받은 적이 있다”면서 “안전을 위해 의사의 진료와 처방을 전제로 복용하는 게 좋다”고 했다.

이어 “미프진 등 미페프리스톤 제제를 이용한 유산 후 수태물이 자궁 바깥으로 빠져나오게 하는 방법을 써야 한다”면서 “이때 자궁수축제를 함께 사용해서 수태물이 안전하게 배출될 수 있도록 하는 치료가 동반되어야 한다”고 했다.

낙태는 수술은 물론 먹는 약을 사용해도 여성의 몸에 엄청난 타격을 입히게 된다. 태아의 생명에 대한 논쟁도 오랫동안 지속돼왔다. 한 산부인과 의사는 청와대 게시판에 “신비롭게 형성된 태아의 생명을 도저히 제 손으로 지울 수 없다”면서 “낙태가 합법화되더라도 의사들이 수술을 거부할 수 있도록 보장해야 한다”고 적었다.

여약사위원회는 낙태죄 폐지와 관련, “성교육 및 피임 교육 강화, 예방에 대한 남성과 여성의 공동 책임분담 등 차별 개선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했다. 피임에 실패하면 낙태 수술, 낙태 약 복용 그리고 태아의 생명을 둘러싼 갈등 등 여성 혼자서 짊어져야 할 고통이 너무 크다.

남성도 피임에 대한 공동 책임을 더욱 의식해야 여성의 고통을 덜 수 있다. 낙태와 관련해 가장 좋은 방법은 남녀 모두가 피임을 철저히 하는 것이다.  ‘피임 의식’은 사랑하는 사람의 몸을 보호하는 가장 중요한 출발점이다.

    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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