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끄러워 감추는 ‘배뇨장애’…고령층에 흔한 노화현상

[사진=ANN PATCHANAN/shutterstock]
자신도 모르게 새어 나오는 소변, 병은 아닐까 걱정이 되지만 병원을 찾기는 부끄럽다.

고령층에서 흔하게 일어나는 일이다. 이처럼 소변이 새는 현상은 자연스러운 노화 현상의 일부일까?

본인의 의지와 상관없이 소변이나 대변이 새는 요실금 혹은 변실금은 고령일수록 유병률이 증가한다. 하지만 창피함 때문에 치료를 포기하고 기저귀를 유일한 대안으로 여기는 환자들이 적지 않다. 냄새를 우려해 외출을 꺼리는 등 삶의 질도 매우 떨어진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요실금으로 병원을 찾은 환자 수는 2017년 13만7610명이다. 연령별로는 50대 환자 비중이 34.8%로 가장 컸고, 40대가 25.4%, 60대가 20.7%로 그 뒤를 이었다. 요실금을 겪고 있지만 병원을 찾지 않는 사람들을 감안하면 실제 환자 수는 더 많을 것으로 추산된다.

의학계에서는 70대 이상 노인 10명 중 5명이 요실금 환자일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요실금은 노화의 대표적인 현상이다. 심혈관질환이나 관절염처럼 고령화와 필연적으로 동반되는 퇴행성 질환이라는 것. 고려대학교 안암병원 비뇨의학과 이정구 교수는 “소변을 참도록 돕는 자율신경의 균형이 깨진 것이 주원인”이라며 “거동을 못 할수록 요실금 유병률이 높아지고, 나이가 들수록 소변을 참는 능력이 떨어진다”고 설명했다.

남성은 전립선비대증이 주요 원인으로, 전립선비대증 환자의 30%는 요실금이 있다. 처음에는 소변이 잘 안 나오다가 시간이 지나면서 신경이 노화돼 소변을 못 참는 현상이 찾아오고, 이후 요실금 현상이 나타난다.

여성은 요도가 짧은 해부학적 구조와 함께 임신, 출산, 골반 내 염증 등으로 남성보다 요실금 발병 위험이 22배 높다. 변실금이 함께 동반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여성 요실금 환자 5명 중 1명이 요실금과 변실금을 동반한다. 이를 ‘복합실금’이라 한다. 임신과 분만으로 인해 신경이 손상되고, 이 때문에 방광 및 괄약근 근전도 신호에 이상이 생기는 것이다.

요실금과 변실금은 생명을 위협하는 질환은 아니지만 일상생활이 불편해지고 심리적 위축, 자존감 하락, 우울증, 대인기피증 등이 생길 수 있다. 신체적으로는 피부 감염, 방광염, 요로 감염을 일으킬 수 있다.

증상에 따라 치료법은 차이가 있다. 수술로 교정할 수도 있고 약물로 치료할 수 있는 경우도 있다. 이정구 교수는 “요의를 참지 못하고 화장실에 도착하기 전 소변이 새어 나오는 절박성 요실금은 방광 자체나 방광을 지배하는 신경의 문제, 뇌에서의 조절 문제 등이 겹친다”며 “이 때문에 방광의 수축을 억제하는 약을 쓰거나 신경 자극을 억제하는 약을 쓴다”고 말했다.

방광에 보톨리늄 톡신을 주사해 신경을 마비시켜 소변이 덜 새게 하는 방법도 있다. 보톨리늄 톡신은 주사 6개월 후 효과가 떨어져 다시 주사를 받아야 하는 단점이 있고, 남자의 경우 주사 부작용으로 요폐가 올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약물치료로도 조절이 안 될 땐 천수신경조절술을 받는다. 천수신경조절술은 척추 꼬리뼈에 있는 천수 3번 구멍을 찾아 전극 바늘로 신경 뿌리를 자극하는 시술이다. 시술 비용은 조건부 급여화에 해당한다. 세부 조건에 해당할 때만 건강보험 급여를 받을 수 있어 그 이외의 경우에는 비용 부담이 따를 수 있다.

요실금이나 변실금이 있으면 낙심하기 쉽지만, 치료법이 다양해진 만큼 적극적으로 치료에 임한다면 삶의 질이 향상될 수 있다.

    문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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