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의 뇌, 패스트푸드 광고가 지배한다

[사진=Monkey Business Images/shutterstock]
– 2세면 패스트푸드 로고 인지… ‘맛있는 음식’으로 규정 

패스트푸드, 과자, 탄산음료 등의 광고가 어린이와 청소년에게 미치는 영향에 대한 학술적 연구가 지속되고 있다. 최근에는 특히 디지털 광고가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분석이다.

아동·청소년 비만이 증가하는 하나의 원인으로 광고가 꼽히고 있다는 것. 기존의 TV나 지면 광고의 영향력은 줄고, 새로운 형태의 디지털 마케팅 방식이 미치는 영향력의 범위가 확장되고 있다.

중요한 부분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패스트푸드 광고를 보자마자 곧바로 똑같은 음식을 사러 패스트푸드점으로 향하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우리가 인식하지 못한 사이 머릿속에 남아 항상 먹고 싶은 음식이라는 인식을 심어준다.

음식과 중독에 대해 연구 중인 미시간대학교 애슐리 기어하트 교수는 패스트푸드 레스토랑 모의실험을 통해 이러한 자극들이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확인하고 있다. 신경 촬영법을 통해 뇌의 변화를 관찰하는 방식이다.

애슐리 교수팀은 180명의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이들이 광고를 보는 동안 대뇌 반구의 보상 섹션인 선조체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를 살폈다. 실험에 참여한 청소년들은 총 세 종류의 광고를 보았다. 하나는 건강에 좋지 않은 패스트푸드, 또 하나는 좀 더 건강한 패스트푸드, 나머지 하나는 대조군에 속하는 광고였다.

아이들은 다른 광고들보다 건강에 좋지 않은 패스트푸드 광고를 보는 동안 특히 뇌의 보상센터가 활성화됐다. 이러한 뇌의 활성화는 의식적으로 일어나는 과정이 아니기 때문에 스스로 제어하기 어렵고, 궁극적으로 아이들의 체중 증가와 비만 가능성을 높이는 원인이 된다는 분석이다.

광고는 아이들이 패스트푸드나 가공식품을 찾는 동기가 된다는 것. 자신도 모르는 사이 자꾸 부엌을 어슬렁거리게 되고, 점점 음식에 대한 갈망이 높아진다. 우리 몸이 꼭 필요로 하는 영양분과 열량은 아니지만 이러한 음식들을 탐닉하게 된다는 것. 하지만 자신이 본 광고와의 연관성을 생각하기는 쉽지 않다. 본인의 자제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라는 생각 때문에 의기소침해질 우려도 있다.

물론 식탐이 일어나는 데는 광고 이외에도 여러 요인들이 함께 영향을 미친다. 유전적 요인, 기존의 식습관 등이 복합적으로 식탐을 형성한다. 하지만 음식 마케팅에 지속적으로 노출되면 음식 소비량이 늘어난다는 연구결과가 꾸준히 나오고 있는 만큼 그 영향력을 무시할 수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코네티컷대학교에서 식품정책과 비만에 대해 연구 중인 제니퍼 해리스 연구원은 특히 청소년기에 정크푸드 광고에 취약하다고 지적했다. 청소년기는 아직 인지 조절 능력이 제대로 발달 된 시기가 아니기 때문에 충동적인 행동을 할 확률이 높다는 이유다.

과거에 비해 아동이나 청소년이 TV를 시청하는 일은 줄어들었다. 대신 다른 방식으로 이러한 광고에 노출되는 빈도가 증가하고 있다. 유튜브 클립을 시청할 때, 소셜미디어를 사용할 때 등 디지털 기기를 사용하며 광고에 노출되는 일이 증가하고 있다는 것. 이는 TV 광고보다 더 무의식적으로 본인의 식탐에 영향을 미친다는 분석이다.

인플루언서들의 영향력도 아이들의 식습관에 영향을 미친다. 미국소아과학회 저널 온라인판에 3월 4일 실린 최신 논문에 의하면 9~11세 아동 176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소셜미디어 인플루언서들의 음식 소개가 아동의 음식 섭취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유튜브나 인스타그램 등을 통해 인플루언서가 정크푸드를 먹을 때 아이들의 이러한 음식에 대한 섭취량도 증가했다.

사람은 만 2세가 되면 이미 브랜드와 로고를 인지하기 시작한다. 이는 매우 강력하게 뇌리에 박히기 때문에 이후 이로부터 자유로워지기가 쉽지 않다. 어릴 때 패스트푸드 음식에 대한 강한 인상을 받으면 이후 이 음식은 맛있고 또 먹고 싶은 음식으로 규정하게 된다는 것. 따라서 근본적으로 음식 산업과 광고 산업에 대한 보다 전반적인 개선과 규제가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문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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