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라톤 하면 골병든다는데 정말?

[이윤희의 운동건강]

[사진=sportpoint/shutterstock]
달리기는 본능이다. 태어나서 기다가 걷게 되고 조금 있으면 뛰어다닌다. 아기들은 근육이 발달되면서 한 자리에 가만히 잊지를 못한다. 움직이지 않으면 대부분 병이 난 것이다. 인류에게 달리기는 생존을 위한 최고의 수단이었다. 먹고 살기 위해서다. 약한 동물이 있으면 쫒아가서 식량으로 삼았고, 강한 동물이 나타나면 죽어라 도망가야 했다. 다리는 이렇게 살기 위해 발달했고 최소 200만 년 이상 진화해서 오늘날의 굵고 긴 모습에 이르게 되었다.

반면에 현재의 생활형태는 역사가 아주 짧다. 길어야 약 20~30년 이전부터 신체의 움직임은 현저히 줄어들었고 대부분 정신노동에 임하게 됐으며 교통수단, 정보통신의 발달로 몸의 움직임은 나날이 줄어들고 있다. 다리는 예전의 생존을 위한 고유기능을 잊었다. 어쩌면 현재의 모습은 진화의 역주행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른 생활습관질환의 증가는 국가적 고민거리가 됐다.

이의 반작용으로 국민건강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운동의 중심축이 엘리트체육에서 급속도로 생활체육으로 옮아가고 있다. 달리기도 마찬가지다. 예전에는 마라톤이 특수한 몇 명이 하는 극한의 운동으로 여겨졌지만 이제는 전국에서 매주 크고 작은 대회가 열리고, 한꺼번에 2만~3만 명이 달리는 거대한 생활체육으로 변모했다. 대부분은 건강을 위해서 달린다고 한다.

마라톤은 42.195km를 달리는 육상종목이다. 1896년 제1회 올림픽 때부터 많은 일화를 만들었다. 1936년 베를린대회에서 손기정 선수, 1992년 바르셀로나대회에서 황영조 선수가 금메달을 땄고 1996년 애틀랜타 대회서 이봉주 선수가 은메달을 차지해서 우리나라와는 아주 친숙하다.

마라톤 한다고 하면 어떤 사람들은 그 나이에 무슨 달리기냐, 무릎은 괜찮은가, 위험하다던데, 몇 등 했느냐, 얼굴이 안돼 보인다는 둥 부정적 말을 아무렇지나 않게 건넨다. 더구나 100㎞ 이상을 달리는 울트라마라톤을 한다면 도저히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표정을 짓는 사람도 적지 않다. 사람이 어떻게 250리를 달릴 수 있다는 것이 가능하냐고 한다. 심지어 골병든다고 하며 대단한 우려를 나타낸다. 과연 그럴까?

(울트라) 마라톤은 하루아침에 이뤄지는 것이 아니다. 1~2주일 운동한다고 달려내는 것은 더더욱 아니다. 적어도 6개월~1년 점진적이고 체계적인 운동과 적절한 섭생 등 고도의 단련과정이 있어야 가능하다. 이렇게 긴 시간의 훈련과 단련과정에서 점차적으로 불필요한 체지방도 감소하여 적정체중을 유지하게 된다. 덩달아 과체중, 비만으로부터 오는 각종 생활습관질환이 예방되고 심장혈관계, 면역계의 건강이 놀랄 정도로 좋아진다.

신체 각 부위의 근력, 균형감각, 뇌 신경기능 등의 향상은 물론 각 관절을 구성하는 구조물들은 강해지고 튼튼해지며, 덤으로 가동범위도 훨씬 좋아진다. 통계적으로도 25편의 논문연구 과 11만5000여명을 대상으로 분석했더니 달리기를 하는 사람보다 그렇지 않은 사람들이 고관절, 무릎의 골관절염이 약 3배 더 많이 생기는 것으로 드러났다.(Journal of Orthopaedic & Sports Physical Therapy, June 2017)

또한 규칙적으로 달리다보면 흡연이 줄어들고 마침내 담배를 끊게 된다. 불필요한 각종 모임, 술자리, 좋지 않은 음식 등을 접할 기회나 시간이 대폭 줄어들기에 그것만으로도 심신의 건강은 저절로 좋아진다. 다만 신체적 능력 이상으로 지나치게 빠른 기록을 추구하거나 그에 따른 과도한 훈련과 몰입은 경계해야 한다. 완주횟수의 경쟁을 멀리하고 가족, 친지와의 사회적인 관계도 적절하게 균형을 맞추는 것이 필요하다. 이런 것들만 지킨다면 마라톤은 그 어떤 보약보다 몸에 좋은 건강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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