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 식욕, 어떻게 멈출까?

[사진=YAKOBCHUK VIACHESLAV/shutterstock]
소설가 어니스트 헤밍웨이의 ‘굴’, 영화감독 노라 에프론의 ‘으깬 감자’. 공통점은 무엇일까?

바로 특정 음식에 대한 탐닉이다. 특정 음식을 먹고 싶어 하는 이 같은 욕구를 ‘가짜 식욕’이라 한다. 진짜 배가 고플 땐 음식의 종류와 상관없이 무언가가 먹고 싶어지지만, 가짜 식욕이 일어날 땐 특정한 음식에 대한 강한 욕구가 일어난다.

가짜 식욕은 ‘가짜 배고픔’ 혹은 ‘감정적 식사’라는 용어로 치환할 수 있는데, 이러한 식욕이 일어나는 과학적인 이유가 있다. 또 이를 줄일 수 있는 방법도 있다.

세 가지 호르몬, 가짜 식욕 일으켜

가짜 배고픔은 코르티솔, 도파민, 세로토닌 등 세 가지 호르몬의 영향을 받는다.

코르티솔은 스트레스를 받을 때 이에 맞설 것인가 혹은 도망칠 것인가를 결정하는 투쟁-도피 반응’을 일으킨다. 또 우리 몸이 탄수화물, 지방, 단백질 등을 사용하는데도 관여한다. 스트레스를 받을 때 코르티솔이 끼어들어 탄수화물이나 지방이 든 음식이 당기도록 만든다는 것이다.

심리학자 수잔 앨버스는 “스트레스를 받을 때 우리 몸은 코르티솔로 넘쳐난다”며 “이로 인해 특히 설탕, 기름기, 소금기 등에 대한 식탐이 커진다”고 말했다.

도파민은 뇌의 신경전달물질로, 보상 체계와의 상관관계 속에서 식탐을 일으킨다. 이 호르몬은 좋아하는 음식을 먹을 때처럼 긍정적인 일이 벌어졌을 때 분비된다. 특히 그리운 옛 맛이나 위로가 되는 음식을 만났을 때 분비량이 늘어난다.

마음을 편안하게 만드는 음식을 먹을 것이라는 ‘기대감’만으로 이미 도파민이 분비되기 시작한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심리학자 카렌 R. 쾨니그는 이런 면에서 꼭 음식을 직접 먹지 않고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도파민 분비를 통한 행복감을 느낄 수 있다고 설명했다.

행복 호르몬이라 불리는 세로토닌도 가짜 식욕에 영향을 미친다. 이 호르몬 수치가 낮으면 우울증과의 상관성이 높아진다. 세로토닌 자체가 음식에 들어있는 것은 아니지만, 세로토닌을 만드는데 필요한 아미노산인 트립토판은 치즈와 같은 특정한 음식에 들어있다. 또 탄수화물은 세로토닌 수치를 북돋우는 역할을 해 기분을 좋게 만든다.

‘불편한’ 감정을 ‘편안한’ 음식으로…

가짜 식욕을 일으키는 감정적 요인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스트레스’, 또 다른 하나는 ‘지루함’이다. 좋아하는 음식을 먹을 땐 스트레스 요인으로부터 멀어질 수 있고, 지루함을 덜 수 있다는 점에서 가짜 식욕이 일어나는 것이다.

잠시 해방감을 느낄 수 있다는 것. 슬픔, 걱정, 후회, 부끄러움, 수치심, 분노 등 일상에서 느끼는 다른 불편한 감정들도 마찬가지다. ‘편안하고 익숙한’ 음식으로 이 같은 부정적인 감정을 회피하거나 거리를 둘 수 있다.

문제는 마음을 편하게 만드는 이러한 음식들이 대체로 건강에 유익한 종류들은 아니라는 점이다. 달거나 짠 자극적인 맛일 확률이 높다.

어릴 때 즐겨먹던 군것질거리가 좋은 추억으로 남아있기 때문에, 이런 간식에 집착하기도 한다. 식욕저널에 실린 뉴욕주립대학의 연구에 의하면 사람들은 친구들로부터 소외된 순간처럼 외롭거나 쓸쓸했던 상황을 회상할 때 이런 음식을 찾는다. 좋은 기억을 담고 있는 음식으로부터 위로를 받는 것이다.

하지만 음식을 통해 받는 위로는 일시적이다. 오히려 먹고 난 뒤엔 기분이 침체될 확률이 높다. 건강에 안 좋은 음식을 먹었다거나 과식을 했다거나 불필요한 식비 지출을 했다는 등의 생각을 떠올리며 기분이 안 좋아지는 것이다.

가짜 식욕을 제어하는 방법은?

감정적 식사를 가끔 하는 정도는 괜찮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단 만성적인 습관이 되어서는 안 된다. 감정적 식사를 자주 하면, 신체 건강은 물론 정신 건강도 해를 입을 수 있기 때문이다.

감정적 식사를 하는 이유는 대부분 부정적인 감정을 떨쳐낼 목적이 크다. 그런 점에서 나쁜 감정을 떨칠 수 있는 다른 방법을 찾는 것이 좋다. 기분을 북돋울 수 있는 취미활동을 하라는 것. 이를 통해 스트레스를 완화하면 감정적 식사를 하는 빈도가 줄어든다.

음식이 먹고 싶을 땐 “진짜 배가 고픈가”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져보도록 한다. 배가 고프지 않다면 왜 음식을 찾고 있는지 그날의 감정 상태, 사건 등을 기록해본다. 이 같은 일지를 꾸준히 적으면 반복적으로 포착되는 패턴이 있다. 식욕을 촉발하는 원인이 있다는 것. 원인을 발견했다면 이를 개선해나가면 된다.

단 가짜 식욕을 단번에 극복할 수는 없다. 감정적 식사를 하는 자신을 원망하거나 수치심을 느끼지 말고 계속 시도하는 것이 중요하다. 오히려 강압적으로 “초콜릿은 절대 먹으면 안 돼”와 같은 생각을 하면 머릿속에서 초콜릿이 더 떠나질 않게 된다. 그보다는 운동을 하거나 취미활동을 하면서 음식에 대한 생각이 자연스럽게 줄어들도록 만든다. 못 참고 먹었을 땐 다음 식사 때 보다 건강하게 먹는 방식으로 만회해 나가면 된다.

    문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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