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칩에 산골의 미세먼지 마스크..”개구리가 놀라겠어요”

[사진=Nitikorn Poonsiri/shutterstock]

경칩을 한자로 쓰면 ‘驚蟄’이다. 놀랄 경(驚)과 겨울잠 자는 벌레(蟄)가 합쳐진 말이다. 글자 그대로 땅속에서 겨울잠을 자던 동물들이 따뜻한 날씨에 놀라 깨어나기 시작한다는 의미이다.

흔히 봄을 알리는 신호로 쓰이는 경칩이 바로 오늘(6일)이다. 24절기 중 하나인 경칩 무렵 개구리들은 번식기를 맞아 물이 괸 곳에 알을 까놓기도 한다.

하지만 올 경칩은 최악의 미세먼지로 뒤덮여 있다. 곳곳에 비소식이 있지만 미세먼지를 해소시켜주기엔 역부족이다. 많은 사람들이 경칩을 느낄 새도 없이 수일째 미세먼지와의 싸움을 계속하고 있다.

지역에 따라 낮에는 중국발 스모그가 유입될 수 있다는 예보도 있다. 예전에는 경칩에 흙일을 하면 한 해 동안 탈이 없다고 해서 벽을 바르거나 담을 쌓기도 했다. 하지만 이번 경칩에는 도시는 물론 농촌도 외출을 자제해야 한다.

전국을 뒤덮은 최악의 미세먼지로 인해 공기 맑던 농촌에서도 미세먼지 마스크를 착용한 사람들이 많다. 미세먼지 차단 효과가 강력한 미세먼지 마스크 KF99는 비싸서 사지 못하고, 마트에서 파는 일회용 마스크로 버티고 있다.

이 마저 갑갑하다고 마스크 없이 농사일을 하는 분들이 많다. 젊은이들이 대부분 떠나 농촌에는 노인들만 있는 집들이 많다. 매년 경칩을 맞으면 노인 농부들은 한 해 농사를 구상했는데, 이제는 건강을 걱정해야 할 처지가 됐다.

미세먼지는 건강한 젊은이들에게도 해롭지만 특히 면역력이 약한 사람들에게는 치명타가 될 수 있다. 질병관리본부가 노인, 어린이, 임신부를 미세먼지 민감계층으로 분류하는 이유다. 호흡기질환, 심혈관질환, 천식 등의 기저질환 환자도 미세먼지 민감계층이다.

질병관리본부는 “노인들의 경우 당뇨, 고혈압 등 기저질환과 호흡기질환, 심혈관질환 등의 중증질환을 앓고 있는 경우가 많아 미세먼지로 인한 건강피해가 더 악화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고 했다.

질병관리본부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미세먼지에 장기간 노출되면, 평균 PM2.5 농도 10 ㎍/㎥ 증가할 때 사망률이 약 10% 늘어났다. 이들 중 심혈관질환 연관 사망률은 최대 76% 까지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매년 경칩을 맞으면  봄 기운보다 미세먼지를 더 느낄 때가 많다. 공기 맑은 산골에서도 경칩에 미세먼지 마스크 KF99를 착용하고 있는 모습은 너무 서글프다.

국가 최대 현안으로 미세먼지 대책을 서둘러야 한다. 미세먼지를 없앨 수는 없어도 숨은 쉬게 만들어야 한다. 활기가 넘쳐야 할 경칩에 농촌에서도 미세먼지 마스크를 쓰고 있는 광경은 우리의 슬픈 자화상이다.

깊은 산 속에서 이제 막 겨울잠에서 깨어 난 개구리가 미세먼지에 놀랄 지경이다.

 

    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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