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신의집, 놀이기구…공포 자처하는 이유 (연구)

[사진=studiostoks/shutterstock]
인간의 감정은 모순덩어리다. 무서운 상황이 벌어지지 않기를 바라면서, 다른 한편으론 공포를 즐기기도 한다. 왜 이런 양가감정이 공존하는 걸까?

사람은 공포, 불안, 혐오 등과 같은 부정적인 감정을 피하기 위해 시간과 에너지를 투자한다. 치안 유지가 잘 되는 곳에서 살기 위해 돈을 벌고 나쁜 병에 걸리지 않기 위해 건강관리를 한다는 것. 그런데 의아하게도 반대로 일부러 공포를 경험하려고 폐가를 찾거나 ‘귀신의 집’ 혹은 ‘롤러코스터’와 같은 어트랙션을 즐기기도 한다.

최근 피츠버그대학교 연구팀이 이 같은 사람의 모순적인 감정과 행동의 이유를 찾았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를 위해 피츠버그에 위치한 귀신의 집 어트랙션에 방문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와 뇌 검사를 진행했다.

귀신의 집 입장권을 구매한 실험참가자 262명은 어트랙션을 체험하기 전후 심리 상태가 어떻게 달라지는지 파악하기 위한 설문조사에 응했다.

그 결과, 소수의 응답자들은 어트랙션 경험 이후 불안감이 증폭됐다거나 피로감이 늘었다고 답했다. 하지만 대다수의 실험참가자들은 어트랙션을 경험한 이후 보다 긍정적인 감정 상태를 보였다. 특히 어트랙션 전에 스트레스, 피로, 지루함 등을 많이 느꼈던 실험참가자일수록 긍정적인 감정 변화를 보였다.

이번 연구는 단순히 공포 어트랙션이 일으키는 효과를 확인하는 연구가 아니다. 그보다는 자발적으로 공포 경험을 자처했을 때 일어나는 효과에 초점을 두었다.

연구팀에 의하면 어트랙션 경험 전후의 변화는 감정의 ‘재정비’와 연관이 있다. 무섭고 두려운 경험을 하고 나면 괴롭고 지겹다고 느꼈던 일상의 수고가 가볍고 편안하게 느껴지는 재정비가 일어나면서 기분 개선 효과가 나타난다는 것이다.

신체 감각들이 재정비되는 원리도 마찬가지다. 가령 실내에서 쌀쌀한 기운이 느껴질 때 얇은 옷차림으로 차가운 바깥바람을 쐬다 들어오면 집안이 갑자기 따뜻하게 느껴진다. 마찬가지로 일상을 힘들게 느꼈던 사람이 무서운 경험을 하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오면 덜 힘든 것으로 느끼게 된다는 것.

실험참가자 중 80명은 뇌 검사도 받았다. 어트랙션을 경험하기 전후 불쾌한 그림을 보며 뇌전도 측정을 받은 것. 연구팀이 실험참가자들의 특정한 뇌파 빈도를 살핀 결과, 어트랙션을 경험하기 전후로 감마파와 세타파에 변화가 일어났다. 불쾌한 그림과 같은 환경적 스트레스 요인에 영향을 덜 받는 방향으로 변화한 것.

연구팀은 부정적인 체험이 일으키는 긍정 효과에 대해 보다 많은 연구가 필요하긴 하지만, 심리치료를 하는데 이를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지속적인 연구가 필요한 분야로 보았다.

이런 내용(Voluntary arousing negative experiences (VANE): Why we like to be scared)은 ‘감정(Emotion)저널’에 최근 게재됐다.

    문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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