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장 갈리는 제네릭 대책에 고민 깊어지는 식약처

[바이오워치]

[사진=Grycaj/shutterstock]
제네릭(복제약) 난립을 막기 위한 보건 당국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발사르탄 사태 등으로 쉬운 제네릭 허가 제도를 손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지만, 강한 규제가 업계에 미칠 파장 또한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현재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제네릭 개발 장벽을 높이겠다고 칼을 빼든 상태다. 가장 먼저 도마 위에 오른 것은 공동·위탁 생동 시험 제도다. 생동성 시험은 복제약이 오리지널과 생물학적으로 동등한지 확인하기 위해 수행하는 시험이다. 현재 우리나라 법은 회사 수에 제한 없이 여러 제약사가 공동으로 비용을 지불해 같은 공장에서 생동 시험을 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 공동으로 비용을 지불하면서 가격 장벽이 낮아져 수많은 제네릭이 양산되는 계기가 됐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공동 생동 품목 수 제한이 폐지된 2011년 11월 이후 제네릭 수는 매년 급증했다. 단적으로 화이자의 대표 의약품인 고지혈증 치료제 리피토의 경우, 2011년 51개 복제약이 존재했지만, 2011년 62개, 2013년 111개로 약 두 배 늘어났다. 2018년 기준 리피토 복제약은 무려 234개에 달한다.

그러나 단순히 공동·위탁 생동을 제한하거나 폐지하는 것만이 해답은 아니다. 제네릭 난립의 또 다른 배경으로는 변경된 약가 정책도 있다. 2012년 전까지 유지된 계단식 약가 정책은 허가 순서에 따라 첫 번째~다섯 번째 복제약은 신약의 68%, 이후 허가된 복제약은 최저가의 90% 등 약값을 계단식으로 차등 적용하는 것이다. 세 단계만 내려가도 원가 부담이 커져 제네릭 개발 의미가 없어진다. 이 제도마저 2012년 ‘동일 성분 의약품에 대한 동일 가격’ 원칙으로 변경되면서 제네릭 급증에 영향을 미쳤다.

제도 개선 방향에 대한 업계 내 입장차도 극명하다. 대형 제약사는 공동·위탁 생동의 강력한 제재에 찬성하는 입장이다. 공동·위탁 생동이 의약품 개발이라는 제약업의 본질에 벗어날 뿐만 아니라 제약 업계의 지속적이고 장기적인 발전에도 해가 된다는 것이다. 지난 13일 한국제약바이오협회에서 열린 한 토론회에서 한미약품 관계자는 “공동·위탁 생동 제도는 의약품 개발이 실종된 단순 허가 발급 제도”라며 강력히 비판했다.

반면 중소 제약사는 제네릭 개발에 대한 강력한 규제는 대기업만 살리고 중소기업은 죽이는 결과를 불러올 것이라며 우려를 표하고 있다. 중소 제약사 씨트리 관계자는 “매출의 절반가량은 위·수탁 제조에서 나오는 것이 중소 업체의 현실”이라며 “중소 제약사가 연구개발(R&D)에 투자하기 위해선 제네릭이라는 캐시 카우가 필요하다”고 피력했다.

국내 197개 제약사를 회원사로 두고 있는 한국제약바이오협회는 공동·위탁 생동 품목 수 제한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엄승인 한국제약바이오협회 의약품정책실장은 “안정적인 의약품 공급을 위한 제네릭 적정 개수는 5~6개이지만 현재 한국은 인구수와 비례해 따져봐도 제네릭 수가 지나치게 많아 부작용이 발생하고 있다”며 “협회는 공동·위탁 생동 품목 제한을 희망하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협회는 공동·위탁 생동을 원제조사를 포함해 최대 4곳으로 제한하는 1+3 제도를 식약처에 제안한 바 있다.

협회는 “이같은 입장은 197개 회원사의 합의된 의견이라는 점을 분명히 말씀드린다”고 강조하면서도 업계에 미칠 충격파를 우려해 ‘단계적 제한’을 요청했다. 중소기업이 제약 업계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만큼 이들의 입장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다만 중소기업 간에도 공동·위탁 생동 제한을 비롯한 GMP 평가 자료 제출 등 제네릭 규제 강화 방안으로 꼽히는 여러 제도 개선에 대해 조금씩 다른 견해를 내비치고 있어 모두를 만족시키는 개선안을 마련하기가 쉽지 않은 상태다.

개선안을 마련하는 주체인 식약처의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13일 토론회에 참석한 식약처 관계자는 “개선책과 관련해 너무나 많은 의견이 접수되고 있다”며 “섣불리 (개선안을) 발표하지 못할 것 같다”고 조심스러운 입장을 표했다. 2월로 예정된 개선안 발표가 미뤄질 수 있다는 점도 내비쳤다. 식약처 관계자는 “계획대로 2월 내 개선안을 마무리하면 좋겠지만, 이에 대한 의견이 워낙 많고 복지부와도 협의를 거쳐야 하는 사안이라 정확한 발표 시점을 확정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정새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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