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네릭 난립 대책, 제약 업계 입장 차 ‘극명’

[바이오워치]

[사진=monticello/shutterstock]
“공동·위탁 생동은 단순한 의약품 허가 발급 제도에 불과하다. 의약품 개발 없이 약을 도매하는 수준에 가까운 이런 제도는 폐지해야 한다.” (대형 제약사)

“자산이 충분하지 않은 중소 제약사 입장에선 연구개발(R&D)에 투자하려면 제네릭과 같은 캐시카우가 절실하다. 전체 업계의 65%를 차지하는 중소 제약사의 현실을 고려해 제도를 개선해 달라.” (중소 제약사)

공동·위탁 생동 제한에 대한 제약 업계의 엇갈린 입장이다. 13일 한국제약바이오협회에서 열린 ‘공동·위탁 생동 제한, 제약 산업계에 미칠 파장은’ 포럼에서 대형 제약사는 공동·위탁 생동에 대한 강력한 제재 또는 폐지를 주장한 반면, 중소 제약사는 강력한 규제가 다수의 중소 업체만 죽이며 또 다른 문제를 양산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현재 정부는 지나친 제네릭(복제약) 의약품 난립을 막기 위해 공동·위탁 생물학적 동등성 시험 제도에 칼을 빼든 상태다. 생동성 시험은 복제약이 오리지널과 생물학적으로 동등한지 확인하기 위해 수행하는 시험으로, 복제약 허가를 받기 위해 거쳐야 할 필수 관문이다. 우리나라 법은 2011년 이후로 여러 제약 업체가 제한 없이 공동이나 위탁으로 생동성 시험을 진행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제네릭이 급증해 오리지널 의약품 한 개에 50개 이상의 복제약이 존재하는 경우가 27%(성분코드 당 품목수별 비중)에 달하고, 100개를 초과한 경우도 6%였다.

문제는 공동·위탁 생동 제한에 대해 업계 내에서도 대형 기업과 중소기업 간 입장이 극렬하게 엇갈린다는 점이다. 이 같은 입장 차는 13일 열린 토론회에서도 분명히 드러났다.

중소 제약사 입장에서 제도 개선 방향에 대해 발표한 이동욱 알리코제약 부장은 무제한 가능한 공동·위탁 생동에 제한을 둘 필요성에 공감하면서도 지나친 제한은 중소 업체에 치명적인 타격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 부장은 “제네릭의 급증은 2011년 공동 생동 제한 폐지와 더불어 계단식 약가 정책이 변화가 만들어낸 합작품”이라며 “제네릭 난립으로 생기는 부작용을 막기 위한 안전장치로 공동·위탁 생동 허용 품목을 4곳(1+3) 정도로 제한하는 제도 개선에는 찬성한다”고 말했다.

동시에 이 부장은 “그러나 제네릭은 팍팍한 살림에 연구개발에도 투자해야 하는 중소기업에겐 꼭 필요한 매출원”이라며 “한번 결정된 정책을 되돌리기는 쉽지 않으니 업계 미칠 파장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향으로의 개선이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반면 대형 제약사 대표로 나선 조진효 한미약품 개발팀장은 공동·위탁 생동 제도에 부정적인 입장을 밝히며 제도 폐지를 주장했다. 조 팀장은 “공동·위탁 생동 제도는 의약품 개발이 실종된 단순 허가 발급 제도”라며 “이 방식은 제약 협회가 대표로 생동성 시험을 해서 판매하고자 하는 회사에 판매증을 나눠주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으며, 연구개발을 해야 하는 제약의 본질에서 벗어난 도매업에 불과하다”고 강력히 비판했다.

이어 조 팀장은 “공동·위탁 생동이나 약가 제도 개선을 논할 때마다 (중소 업체들은) 매번 업계가 죽는다고 주장하는데, 그럼에도 제약 업체는 계속 늘어났지 줄지 않았다”며 “오히려 공동·위탁 생동 제한은 제약 산업 전반의 체질을 개선하는 계기가 될 것이며, 완성도 높은 의약품 개발로 수출 증대에 도움을 줄 것”이라고 주장했다.

대형 제약사의 강력한 비판에 중소 제약사는 “대형 제약사에만 기회를 주자는 꼴”이라며 반발했다.

김만규 씨트리 기획실 이사는 “2000년 초반 영업 당시 가장 큰 경쟁사가 한미약품이었다”며 “당시 한미약품도 제네릭 영업에 집중했었는데, 그때의 캐시카우가 없었다면 지금의 한미약품이 있을 수 있었을까 싶다”고 반박했다.

김 이사는 자사 매출 현황을 공개하며 “우리도 제2의 한미약품, 유한양행을 꿈꾸는 입장에서 영업 적자에도 불구하고 매출의 10~15%를 R&D에 투자하고 있는데, 매출의 절반가량은 위·수탁 제조에서 나오는 것이 중소 업체의 현실”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제네릭은 캐시카우가 분명한데, 이미 현금이 확보된 대형 제약사에게만 기회를 줘야 한다는 것인지 의문”이라며 강력한 규제 마련에 반대했다.

업계 내에서도 갈리는 입장에 개선안 마련을 주도하는 식품의약품안전처는 매우 조심스러운 입장을 표했다. 정현철 식약처 의약품정책과 사무관은 “현재 제도 개선에 대해 굉장히 많은 의견이 접수되고 있다”며 “워낙 의견이 다양해 빨리 발표하는 예전 방식을 섣불리 택하지 못할 것 같고, 오늘 제안된 내용을 포함해 신중히 개선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새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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