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가지 성격 분류로 ‘성격장애’ 진단한다

[사진=Lightspring/shutterstock]
30년 만에 성격장애 진단 기준이 바뀐다. 사람의 성격을 5가지 형태로 분류했다.

세계보건기구(WHO)가 오는 5월 총회에서 국제질병분류(ICD) 제11차 개정판을 승인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승인 후 2022년부터 WHO 소속 194개 회원국에서 시행될 예정으로 1990년 제10판(ICD-10) 개정 승인 이래 30여 년 만이다.

이번에 개정한 ICD-11은 국제질병분류의 성격장애 진단분류 역사상 가장 혁신적인 변화라는 평을 받고 있다. 인간 성격을 기존의 범주형 대신 차원적으로 분류하고, 성격 형태를 부정적 정동(negative affectivity), 강박(anankastic), 고립(detachment), 반사회성(dissociality), 탈억제(disinhibition) 등 5가지로 분류했다. 모든 성격 체계에서 진단의 심각도를 도입한다는 취지다. 진단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경미한 성격 문제를 보이는 경우, ‘성격곤란(personality difficulty)’ 이라는 하위증후군으로 새롭게 포함했다.

또한 발병 연령 제한이 유연해졌다. 지금까지는 10대 후반에서 20대 초반만 성격장애 초발 진단이 가능했다. 이번 개정으로 청소년부터 중장년과 노년층까지도 성격장애 초발 진단이 가능하게 됐다.

성격장애는 밀접한 대인관계가 특징인 복잡한 현대사회에서 주목받는 정신질환이다. 2010년도 WHO의 조사 결과 전 세계 인구의 성격장애 유병률은 7% 이상으로 나타났다.

성격장애 개인은 성격적 특성으로 인해 편향적이고 융통성이 없어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고 대인관계에 지속적이고 뚜렷한 문제를 보인다. 평소 괜찮다가 스트레스 상황이 되면 성격이 괴팍해지는 경우에서부터 악한 범죄를 거리낌 없이 저지르는 잔인한 범죄자까지 그 심각성이 광범위하다.

그 외에도, 사소한 스트레스에도 정서적으로 크게 동요되는 사람, 자신 및 상대방에게 지나친 완벽을 요구하는 사람, 은둔형 외톨이, 다른 사람들을 조종하고 이용하려는 사람, 감정과 행동을 통제하지 못하는 사람 등도 성격장애일 수 있다.

인제대학교 서울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김율리 교수는 “이번 개정은 그간의 성격심리학의 일관된 연구 결과를 반영한 것”이라며 “성격장애가 정상과 비정상의 연속선상에 존재하는 단일 차원으로 구성되며, 모든 성격의 가장 고차원의 특질을 장애의 심각도로 반영함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김율리 교수는 이번 성격장애 진단 개정에서 아시아권의 대표자로 참여했다.

김 교수는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분류를 제공하고 정신과 환자를 치료하는 모든 분야의 실무자가 쉽게 사용할 수 있는 기준을 만들려고 노력했다”며 “국내 보건의료체계에서도 성격장애 진단기준 변화에 대한 이해와 그에 따른 정책적 준비가 요구된다”고 말했다.

    연희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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