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Y캐슬 의대 열풍…의사의 길이 이리 고단했나

[사진= JTBC SKY캐슬 방송 장면]

최근 종영한 JTBC 드라마 SKY캐슬은 의과대학 입학을 위해 줄달음치는 학부모와 자녀의 얘기를 그렸다. 이들에게는 의대 입학이 ‘성공 인생’의 보증수표나 다름없다. 실제로 의사가 되면 명예와 ‘부’를 누릴 수 있다.

낮은 의료수가 등으로 인해 의사의 소득이 예전같지 않지만 여전히 타 직종보다는 높은 게 사실이다. 비슷한 기간에 박사 공부를 하고도 40~50대 명퇴를 걱정해야 하는 이공계 출신보다 직업 안정성도 뛰어나다.

이처럼 의과대학만 입학하면 비단길이 열려 있는 것일까? 이들은 이른바 ‘인기 과’를 놓고 또 한번 치열한 경쟁을 치러야 한다.

이른바 ‘피성안'(피부과, 성형외과, 안과), ‘정재영'(정형외과, 재활의학과, 영상의학과) 등은 매년 전공의 모집에서 높은 경쟁률을 보인다. 반면에 과거 인기 과였던 산부인과, 외과는 몇 년 째 미달이 속출하고 있다.

산부인과는 작년에 이어 올해도 전공의 모집 정원을 채우는데 실패했다. 저출산과 낮은 의료수가로 인한 개원의 어려움, 의료사고 위험성 등이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특히 산부인과 전공의 미달은 지방 병원에서 더 심해 지역 산부인과가 사라지고 있다는 위기감이 팽배한 실정이다. 심장병 환자는 갈수록 늘고 있는데 수술을 담당하는 흉부외과 지원자는 찾아 보기 어렵다.

소신을 갖고 산부인과, 외과를 선택한 사람은 인원 부족으로 업무량이 늘어나는 이중고를 겪을 수밖에 없다. 여름 휴가 한 번 제대로 가기 어렵고 명절에도 집에 못들어가는 경우가 많다.

최근 중형급 병원에서 퇴직한 A씨의 얘기는 또 다른 의사의 고충을 말해준다. 원장이 병원 경영의 어려움을 토로하며 환자에게 불필요한 비싼 검사 등을 권유해 주저없이 사표를 썼다고 했다.

그는 몇 해 전 지방병원 야간 응급실에서 일한 적이 있다. 생명을 다투는 환자를 돌보며 꼬박 밤을 새야 하는 열악한 근무환경이 그를 괴롭혔다. 여기에 밤 늦은 시각 응급실은 술 취한 사람의 행패로 몸살을 앓기 일쑤였다.

한 번은 흉기를 들고 덤비는 술 취한 사람을 제어하느라 큰 상처를 입을 뻔 했다. 병원내 폭력의 심각성은 작년말 고 임세원 교수 사망으로 사회적으로 주목받았지만 지금도 여전히 진행형이다.

고 윤한덕 국립중앙의료원 중앙응급의료센터장의 퇴근은 일주일에 한 번이었다고 한다. 응급 환자가 제대로 된 치료를 받는 나라를 꿈꾸던 그는 설에도 응급실을 지키다 과로사했다.

아내 민영주씨는 언론 인터뷰에서 “남편은 가족을 사랑했지만, 가족과의 시간보다 생명을 살리는 일이 중요한 사람이었다”고 했다. 그의 가족은 경기도 안양시의 지은 지 25년 된 30평형대 아파트에서 산다고 했다.

근무 여건이나 수입이 좋은 대학병원으로 옮길 기회도 있었지만, 국립중앙의료원 중앙응급의료센터를 천직으로 알았다고 한다.

SKY캐슬의 의대 열풍은 여러 의미를 담고 있다. 사람들은 의사의 삶을 피상적으로만 이해하는 경향이 있다. 영화나 드라마에서 비춰지는 의사의 ‘꽃길’만 떠올릴 수 있다.

온가족이 웃음꽃을 피우는 명절에 응급실을 외롭게 지키다가 과로사한 의사의 얘기를 상상이나 할 수 있겠는가. 한국 의료의 위기는 음지에서 묵묵히 일하는 의사들을 전혀 배려하지 못하고 있는 것에서 비롯된다.

의사라도 ‘금수저’ 출신이 아니면 SKY캐슬에서 살 수 없는 세상이다. 많은 의사들이 ‘피를 덜 보고’ 의료사고의 위험성이 적은 분야로 달려간다. 건강보험 적용이 안 돼 소득까지 높으면 금상첨화이다.

우리 아기의 심장을 수술할 의사가 사라지고 있다. 지역에서 아기를 낳으려면 대도시로 가야 한다. 반면에 쌍꺼풀 수술을 하는 의사들은 넘쳐난다.

우리에게 ‘꼭 필요한’ 의사가 제대로 대우를 받아야 한다. 의료수가의 차등 적용을 확대해 ‘필수 의료’ 영역에서 힘들게 일하는 의사에게 더 많은 혜택이 돌아가게 해야 한다.

한 의사의 과로사 뉴스가 반짝 관심에 머물러선 안 된다. 더 이상 제대로 된 의사가 고단한 삶을 살게 할 순 없다.

 

김용 기자 ecok@kor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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