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내장 환자 어쩌나’, 한국쿄와 “미토마이신 공급 중단 약가 올려달라”

[바이오워치]

일본계 다국적 제약사가 환자를 볼모로 약가 인상을 요구하며 의약품 공급 중단을 선언했다. 공급이 중단되는 의약품은 항암제 및 녹내장과 라섹 수술 보조 약물로 쓰이는 미토마이신(마이토마이신). 녹내장 환자와 라섹 환자들은 당장 수술할 수 없는 처지에 놓이게 됐다.

제약 업계에 따르면, 한국쿄와하코기린은 지난 11일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미토마이신 공급 중단을 통보했다. 국가 필수 의약품으로 지정된 미토마이신은 공급 중단 시 60일 전에 식약처에 알려야 한다. 이에 따라 오는 3월 중순부터 미토마이신의 국내 공급이 중단될 예정이다.

한국쿄와하코기린은 생산 단가가 오른 상황에서 수입가보다 한참 낮은 약가로 인해 미토마이신 공급이 힘들다는 입장이다. 한국쿄와하코기린 관계자는 “제조 공장이 일본에서 독일로 이전하면서 원가가 많이 올랐고, 역수입해야 하는 아시아권에서 원가 상승률이 높게 반영됐다”며 “관세를 포함한 수입가가 현재 보험 약가(1만9919원)의 두 배 정도”라고 말했다.

국내 약가가 미국, 유럽 등에 비해 지나치게 낮게 책정돼 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한국쿄와하코기린 관계자는 “독일의 경우 미토마이신 가격이 10만 원으로 한국의 5배 수준”이라고 말했다. 그는 “해외에 비해 한국에서 굉장히 낮게 책정된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미토마이신은 백혈병 및 위암, 폐암 등 8개의 암종에 사용되는 항암제로 쓰인다. 그 외에도 녹내장과 라섹 수술 등 안과적 수술 등에서 비급여로 사용되고 있다. 항암제는 대체재가 있는 반면, 안과에서는 대체재가 없어 공급 중단 시 환자들이 피해를 볼 수 있다.

이 때문에 지난해 리피오돌 사태가 재현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다국적 제약사 게르베코리아는 지난해 5월 간암 치료용 조형제 리피오돌 약가 인상을 요구하며 공급을 중단했다. 리피오돌은 간암 1차 치료 중 하나인 경동맥화학색전술에 필수로 쓰이는 조영제로 대체재가 없다. 이 상황에서 게르베코리아가 돌연 리피오돌 공급 중단을 선언하자 많은 간암 환자들이 불안에 떨어야 했다. 당시 시민 단체와 환자 단체 등은 “환자를 볼모로 한 다국적 제약사의 비인도적이자 파렴치한 행동”이라며 게르베를 지탄했다.

한국쿄와하코기린은 미토마이신 중단이 리피오돌 사태와는 다른 상황임을 강조했다. 한국쿄와하코기린 관계자는 “리피오돌과는 달리 미토마이신은 대체 항암제가 존재하며, 걱정되는 부분은 안과 쪽인데, 미토마이신 전체 처방량의 20% 정도로 많지 않은 상황”이라며 “해당 물량은 식약처가 한국희귀·필수의약품센터를 통해 구매하도록 부탁을 드렸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는 임시방편일 뿐 결국 약가 협상이 최종적으로 공급 여부를 결정 짓게 될 것으로 보인다. 식약처 관계자는 “최악의 상황을 대비해 한국희귀·필수의약품센터를 통한 공급을 알아보고 있지만, 일시적인 땜빵 역할일 뿐 연간 사용량을 국가가 책임지진 못한다”며 “향후 국내 공급 가능한 물량과 가격을 검토할 것”이라고 전했다.

아직 한국쿄와하코기린은 정부에 원하는 약가를 제시하지 않은 상태다. 한국쿄와하코기린 관계자는 “단가를 맞추려면 약가를 몇 배 올려야 하는데, 이는 정부뿐 아니라 우리에게도 부담이 크다”며 “최근 약가 문제로 다국적 제약사의 사회적인 인식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회사도 아직 뚜렷한 방법을 찾지 못한 상태”라고 조심스러운 입장을 표했다.

정새임 기자 j.saeim09@kor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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