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Y캐슬 강준상 닮은 ‘애어른 의사’ 얼마나?

JTBC 금, 토 드라마 SKY캐슬에서 강준상(정준호 역)의 눈물이 시청자들을 울컥하게 만들었다. 강준상은 18일 방영분에서 어머니인 윤 여사(정애리 분)에게 울부짖는다.

“어머니가 공부 열심히 하라고 해서 학력고사 전국 1등까지 했고, 어머니가 의사 되라고 해서 의대 갔고, 병원장 해보라고 해서 그거 해보려고 기를 쓰다가 내 새끼인 줄도 모르고 혜나를 죽였잖아요. 저 이제 어떻게 하냐고요. 지 새끼인 줄도 모르고 죽인 주제에 어떻게 의사 노릇을 하나고요?…, 날 이렇게 만든 건 어머니라고요, 지 새끼도 모르고…, 낼모레 쉰이 되는데도 어떻게 살아야 되는지도 모르는 놈을 만들었잖아요, 어머니가!”

시청자들은 충격을 받은 강준상이 앞으로 어떤 역할을 할지 기대하면서도, 그의 책임에 대해서 갑론을박했다. 그를 동정하는 이들도 적지 않았다. 한편으로는 과연 부모의 바람대로만 살아서  ‘어떻게 살아야 할지 모르는 어른’이 된 의사가 현실적으로 얼마나 많을까 의문을 던지는 누리꾼도 적지 않았다.

의료 현장에서는 강준상처럼 세상 물정 모르고, 부모에게 매사 의존하는 ‘애어른 의사’가 화두다. 그런 면에서 작가가 의료계의 고민을 반영했다고 할 수도 있다. 물론 국내 대형 대학병원에서 40대에 센터장을 하고 병원장을 노리는 경우는 거의 없고, 보직을 맡으면 다양한 분야의 리더들을 만나기 때문에 ‘애어른’으로 머무는 경우는 드물다.

A대학병원의 N 교수는 “예전과 달리 공부만 하고 대학에 들어와 공감능력이 떨어지는 제자들이 적지 않아 고민”이라고 말했다. 그는 “환자가 4인실을 원하는 이유를 이해하지 못하고, 이해하려고도 하지 않은 제자를 보면서 가슴이 미어졌다”고 토로했다. 환자들이 경제적 부담 때문에 건강보험이 적용되는 병실을 원해 “혹시 4인실에 입원할 수 있느냐”고 간절히 묻는데, 몇몇 의사가 “2인실이 더 깨끗해요”라고 말하고 그 이유를 알려고 하지 않는다는 것. 자신이 이유를 설명해줘도, 뭐가 문제인지 모르는 듯해서 속이 터졌다고 전했다.

지난해 지방의 B대학병원에서는 황당한 일이 벌어졌다. 수술실에서 의사, 간호사 등이 함께 수술에 몰두하는데 수련의사가 오후6시가 되자 자연스럽게 나가버린 것. 수술을 집도한 교수는 나중에 “수련의가 불만 때문이 아니라 오후6시 퇴근을 당연하게 생각하고 나갔다고 아무렇지 않게 말하는 것을 듣고 가슴이 먹먹했다”고 말했다. 인턴의 역할이 제한적이어서 굳이 남지 않아도 수술에는 지장이 없었지만, 수련의가 위중한 환자가 어떻게 되는지 관심이 없다는 점에 충격을 받았다는 것.

C대학병원의 P 교수는 “옛날에도 인성이 문제인 의사가 적지 않았다”면서 “이전에는 권위의식을 내세워 환자들에게 막 대하는 의사가 문제였다면, 지금은 세상 물정을 몰라 공감능력이 떨어지는 애어른이 많아지고 있다는 것이 다른 점”이라고 말했다.

D대학병원 정신건강의학과 K 교수는 “애어른이 늘어나는 것은 의사들만의 문제는 아니고 사회 전반에 걸쳐 나타나는 현상”이라면서 “의사, 판검사, 고위공무원 등 영향력이 큰 직종에 있는 사람은 영향력에 걸맞게 성숙한 모습을 보여야 하며, 특히 의사는 원숙한 대인관계가 직업의 필수조건인데 그렇지 못해 우려된다”고 말했다.

의대 교수들에 따르면 ‘애어른 의사’는 △부모의 지원으로 큰 난관 없이 공부만 열심히 했고 △시키는 것은 잘하는데 스스로 열정을 갖고 연구나 진료를 하지 않으며 △동료 의사나 환자와 말이 안 통하며 △동료들에 대한 경쟁심이 강해 양보나 희생을 못하고 △의학지식 외에는 습득하려고 하지 않아 교양이 부족하며 △문제가 생기면 부모에게 의존하려는 경향이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의학대학마다 사회 각 분야 명사를 초청해서 ‘세상살이’를 가르치는 교양강좌를 개설하고, 국가의사고시에서도 소통능력을 검증하는 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지만 개선에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 중론이다.

이성주 기자 stein33@kor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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