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마약성 진통제 남용 사망률, 교통사고 사망률보다 높아

[사진=Kimberly Boyles/shutterstock]
미국에서 마약성 진통제인 오피오이드(Opioid) 과다 복용으로 인한 사망 확률이 교통사고 사망 확률을 처음으로 넘어섰다.

최근 미국국립안전위원회(NSC)는 2017년 상해 및 사망 확률 통계를 분석한 결과, 오피오이드 남용으로 사망할 확률이 96분의 1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교통사고 사망 확률은 103분의 1로 지난해 114분의 1에서 떨어진 수치다.

미국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오피오이드 과다 복용으로 인한 미국 내 사망자 수가 2015년 약 3만 명에서 2017년 약 7만 명으로 급증했다. 2016년에서 2017년 사이에는 약물 과다 복용과 자살로 미국인의 기대 수명이 줄었다. CDC는 “점점 더 많은 아동 청소년이 오피오이드 중독으로 사망하고 있다”고 말했다.

2016년에서 2017년 사이 미국 일반 사망률은 총 6% 이상 증가했다. 이 가운데 오피오이드 남용 등 중독 관련 사망이 11% 증가, 고령층 중심의 낙상 사망 5% 증가했다.

2017년 기준 미국의 예방 가능한 사망자는 16만 9936명으로 전년도보다 5.3% 증가했다. ‘예방 가능한 사망’의 주요 원인은 교통사고나 중독이다.

미국국립안전위원회 모린 보겔 대변인은 “많은 이들이 오피오이드 남용 문제를 안일하게 생각하고 있지만 이번 수치를 통해 심각성이 증명된 것”이라며 “예방 가능한 죽음은 사고가 아니며 예방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오피오이드 남용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역시 심각하게 보고 있는 문제다. 지난달 1일 미-중 정상회담 합의사항의 첫 번째 항목이 ‘펜타닐’ 규제였다. 펜타닐은 오피오이드계 약물로 2016년 기준 약물 과다 복용으로 인한 사망의 가장 큰 원인으로 나타났다. 미국은 펜타닐이 중국을 통해 불법 유입됐다고 판단했고, 중국의 협력을 요구했다.

우리나라는 어떨까. 우리나라는 마약성 진통제 소비량은 비교적 적은 편이지만 오남용 발생률은 비슷한 수준이다. 최근 연구에서 2017년에서 2018년 사이 국내 6개 대학병원을 대상으로 마약성 진통제 의존성을 관찰했을 때 의존성이 21%로 나타났다. 우리나라보다 마약성 진통제 사용량이 많은 서구의 오남용 빈도가 21~29%인 것을 고려하면 절대 낮지 않은 수치다.

서울대병원 마취통증의학과 문지연 교수는 논문을 통해 “국내에서도 마약성 진통제 사용량이 점차 증가할 것이 예상된다”며 “마약성 진통제 사용 장애에 대한 평가와 이에 대한 대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연희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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