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력 저항 어려운 ‘과학적’ 이유 있다

[사진=Sergey Nivens/shutterstock]
‘조재범 성폭행 의혹’에 이어 또 다른 체육계 미투(me too)가 나왔다.

전 유도선수 신유용 씨가 고등학교 시절 유도 코치에게 성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하며 전 코치 A씨를 고소한 것.

신 씨는 고등학교 시절인 2011년부터 졸업한 뒤인 2015년까지 20차례 정도 반복적으로 성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코치 A씨는 “성폭행한 적이 없으며 연인 관계였다”고 반박했다.

이처럼 성폭행 사건이 보도될 때, 일각에서는 “나였으면 이렇게 했을 텐데”라며 안타까움을 표한다. 하지만 막상 이 같은 상황에 처하면 적절히 대처할 확률은 ‘과학적’으로 높지 않다. 두뇌 반응 때문이다.

성폭행이 일어나는 도중 피해자의 신체와 뇌로 오는 모든 정보는 트라우마적이고 위협적이다. 편도체는 이 정보를 인지하고 위험다는 신호를 시상하부를 거쳐 뇌하수체로 보낸다. 긴급 스트레스 상황이라는 것을 인지하면 뇌하수체-시상하부-부신축에서 ‘호르몬 홍수’가 일어나게 된다.

먼저 스트레스 호르몬으로 알려진 카테콜아민이 편도체에서 분비된다. 이 호르몬은 ‘투쟁-도피반응’을 불러일으킨다. 투쟁-도피반응은 긴박한 위협 상태에서 자동적으로 나타나는 생리적 각성 상태를 말한다. 호흡이 빨라지고, 심장 박동이 급증하며 모든 근육이 긴장 상태로 접어든다. 위와 장의 움직임이 저하되고 혈관이 수축된다. 말하자면 천적과 맞닥뜨린 동물의 상태인 것이다. 이성적 사고를 담당하는 대뇌 전두엽의 기능이 거의 상실된다. 생존만을 위해 사고가 흘러가게 되는 것이다.

부신피질호르몬이 통제되지 않으면 몸을 움직일 수 있는 에너지가 줄어들게 된다. 몇몇 피해자는 이러한 이유 때문에 성폭행 상황에서 저항하거나 도망칠 수 있는 물리적 에너지를 상실한다. ‘긴장성 부동화’ 상태라고 하는데, 긴장이나 공포 때문에 일시적으로 몸이 굳어 꼼짝하지 못하는 현상을 말한다. 스톡홀름의 조사에 따르면 성폭행 피해자 298명 중 70%가 긴장성 부동화를 겪는다.

    연희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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