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질환 치료, 국가도 책임 분담해야”

[사진=Anna Jurkovska/shutterstock]
대한신경정신의학회는 10일 故 임세원 교수를 추모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사태 재발 방지와 안전한 진료 환경을 위해 법적, 제도적 장치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故 임세원 교수를 사망에 이르게 한 박 씨는 조울증으로 알려진 양극성 정서 장애를 앓고 있었다. 경찰조사 결과, 박 씨는 과거 입원 치료를 받다가 퇴원 후 외래진료를 받지 않았다고 확인됐다. 퇴원 후 박 씨의 동생 집에서 난동을 피우다 경찰 조사를 받기도 했다. 이 사건에서 병원에 가야 할 환자가 집에 방치될 수밖에 없는 체계의 구멍이 드러났다.

첫 번째는 정신응급환자 후송 지원의 부재다. 학회는 정신질환자의 응급 상황에 경찰이 빠르게 판단해 적절한 치료를 받을 수 있는 의료기관으로 후송할 수 있는 체계와 경찰관과 119 소방대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피력했다.

이해국 중독특임이사는 “정신질환자의 급성 악화기에 위험해지는 것은 안전의 위험이 아니라 질병의 위험”이라며 “협심증으로 따지면 심장마비가 발생한 것”이라고 말했다. 응급한 상태의 환자를 병원으로 호송하는 것은 그 질환이 정신질환이라는 것을 빼고 보면 당연한 절차이며, 인권 차원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와 함께 후송된 환자를 적절히 치료할 수 있는 기관의 필요성도 제기됐다. 현재 포괄적인 진료 기능을 갖춘 공공병원과 상급의료기관에서 정신과 병동이 축소되고 있다. 학회는 이런 상황에 따른 정신응급지정의료기관 설치를 촉구했다. 이해국 이사는 “응급상황에서 후송된 환자가 외래 치료가 필요한지, 입원이 필요한지 판단할 수 있는 전문의가 소속된 응급정신기관과 급성기 병동이 확보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두 번째는 중증 정신질환자 관리의 허점이다. 이는 사법치료 및 사법입원제도의 필요성과 연관된다. 학회는 치료가 필요한 정신질환자가 병원 밖에서 방치되는 상태라고 설명했다.

권준수 이사장은 “환자의 인권보장은 물론 치료권 보장에도 노력해야 한다”며 “단순히 입원 절차를 까다롭게 하는 것은 인권보장의 대책도 되지 못하면서 치료권을 심각하게 저해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환자 인권 보장 차원에서 강제 입원 절차가 까다롭게 바뀐 이후 비자의 입원의 비율이 줄어들기는 했지만, 전체 입원 건수는 거의 변화가 없다.

김지민 봉직의협회장은 “국가에서 인프라와 인력의 부족을 이유로 모든 책임을 의사와 보호자에게 맡겨놓은 상태”라고 말했다. 일차적인 소견은 의사의 책임이며 입원, 퇴원, 외래치료명령, 사례관리 등 진료 후 거의 모든 과정에 보호자의 동의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정신과 입원은 의료서비스와 감금의 개념으로 볼 수 있다. 이 중 ‘감금’이 인권 차원에서 꾸준히 논란이 됐다. 김 협회장은 “의료서비스와 소견은 의사가 내리지만 감금을 하고, 그를 유지하는 부분은 국가가 사법입원제도 등을 통해 책임을 분담해야 한다”고 말했다. 보호자의 동의가 없이도 가능해지려면 치료비용에 대한 국가 책임성이 전제돼야 하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연희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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