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금융가, BMS ‘메가 딜’에 평가 절하

[바이오워치]

글로벌 제약사 브리스톨마이어스스퀴브(BMS)가 미국 바이오 기업 세엘진(Celgene)을 약 83조원에 인수했다는 소식이 지난 3일 알려지면서 글로벌 제약 업계가 들썩이고 있다. 두 회사의 합병이 항암제 시장의 판도를 변화시킬 것이란 평도 있지만, 대다수 미국 애널리스트들은 두 회사의 시너지 효과가 업계 역사상 최대 규모의 인수 금액이라는 명성엔 미치지 못할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외신에 따르면, 미국 금융 업계는 공통적으로 인수 조건으로 매겨진 세엘진의 기업 가치에 의문을 표했다. 세엘진의 향후 성장 가능성을 따져볼 때 BMS의 인수 금액이 지나치게 높다는 것이다. 이 배경엔 세엘진의 다발성 골수종 치료제 레블리미드에 대한 우려가 가장 크게 자리한다. 레블리미드가 특허 만료 이후 복제약 경쟁으로 빠른 매출 하락이 예상된다는 점 때문이다. 전 세계 연매출 9조 원이 넘는 블록버스터 의약품 레블리미드는 세엘진 전체 매출의 60% 이상을 차지하는 대표 약물이기도 하다.

한 미국 바이오테크 애널리스트는 “2020년 예상되는 세엘진의 주가 수익률은 6배 정도에 불과하다”며 “이는 혁신적인 바이오파마 영역에서 가장 낮은 수준이며 투자자들이 레블리미드의 향후 매출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레블리미드 특허는 유럽과 미국에서 각각 2022년과 2027년 만료된다. 앞서 세엘진은 인도 제약사 나트코 파마와 레블리미드 복제약을 2022년 3월 미국에서 일부 판매할 수 있도록 합의했다. 하지만 다른 제약사들이 레블리미드 특허에 대해 소송을 벌이고 있어 특허 문제는 잠재적 위험으로 남아있다. 만약 최악의 상황으로 세엘진이 소송에서 패할 경우, 2022년 이전에도 복제약이 발매될 수도 있다.

BMS 측은 BMS와 세엘진의 합병으로 개발 후기 단계에 있는 6개 파이프라인 제품이 최대 150억 달러 매출을 올릴 수 있을 것으로 예측했다. 하지만 이조차 레블리미드 판매 감소를 만회하기엔 충분치 않다는 지적이다. 미국 제약 시장 분석 업체 리링크 파트너스(Leerink Partners)는 “레블리미드가 2020년대 중반까지 독점을 유지하더라도, BMS 옵디보와 엘리퀴스 역시 그 시점에 복제약 경쟁이 시작될 것이므로 BMS는 여전히 상당한 실적 압박에 시달리게 될 것”이라며 “이러한 손실을 150억 달러 신약들로 상쇄하긴 힘들 것”이라고 분석했다.

미국 투자사인 이스퀘어캐피털매니지먼트(E Squared Capital Management) 역시 “두 회사 모두 그저 그런 파이프라인을 보유하고 있어 세엘진 인수가 BMS의 장기적인 성장에 큰 도움이 되지 못할 것”이라고 평했다.

더불어 이번 인수합병이 세엘진에는 더없이 좋은 조건으로 이뤄졌다는 평가다. 세엘진에 레블리미드를 이을 만한 후속 파이프라인이 마땅치 않다는 점이 투자자들 사이에서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기 때문. 실제로 인수합병 소식이 전해진 3일부터 세엘진 주가는 연일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2일 종가 기준 66.64달러였던 세엘진 주가는 7일 오전 11시(현지 시간) 기준 87.08달러를 기록했다.

    정새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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