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 환자의 고통, 치료보다 어려운 실업 문제

[암 환자는 내 곁에 있다 ④] 암 환자, 치료의 대상 아닌 사회의 일원

[사진=imtmphoto/shutterstock]
“옆집 아저씨, 암이래요.” 누군가가 암에 걸렸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죽음의 이미지가 따라붙는다. 하지만 암 환자 생존율은 나날이 높아지고 있다. 2019년 국가암등록통계 보고서에 따르면, 2012-2016년 암 환자의 5년 내 상대생존율은 70.6%에 달한다. 암 환자 3명 중 2명이 생존해 일반인과 살아간다는 뜻이다.

암 수술을 받고 암을 만성 질환처럼 관리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의 실제 일상은 어떨까. ‘코메디닷컴’은 암 진단을 받은 후 새 삶을 기획중인 암 생존자와 이들을 돕는 전문가를 만났다. 암 생존자 174만 시대, 내 곁의 암 환자와 함께 살아가는 방법을 들어 봤다.

# 50대 남성 A 씨는 지난해 말 종합 검진에서 정밀 검사가 필요하다는 통보를 받았다. 안내대로 상급 병원을 방문했지만, 평소 꾸준히 운동을 해왔던 A 씨는 크게 걱정하지 않았다.

결과는 달랐다. 의사로부터 암 진단을 받아든 A 씨는 내일 당장 일을 그만둬야 할지, 가족들에게는 어떻게 말해야 할지 눈앞이 캄캄하다. 복학을 눈앞에 둔 막내아들, 몸이 성치 않은 어머니, 자신을 믿고 따르는 회사 후임들의 얼굴이 한꺼번에 스쳐 지나갔다.

암 발병 여전히 많지만… 10명 중 7명 생존

많은 사람들에게 암은 ‘죽음의 병’이다. 지난 통계청이 발표한 2017년 사망원인통계에 따르면, 암은 2007년 이래 10년째 사망 원인 1위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

물론 10년간 긍정적인 변화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암 조기 검진, 항암 치료제 개발 등 의료 환경의 변화에 따라 암 생존율이 꾸준히 올랐다. 2006~2010년 사이 65.2% 수준을 기록한 암 환자 5년 내 상대생존률은 2012~2016년 70.6% 수준까지 올랐다. 미국(69.2%), 캐나다(60%), 일본(62.1%)보다도 높은 수치다.

한편에서는 죽음의 병으로, 다른 한편에서는 만성 질환으로 여겨지는 암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조주희 삼성서울병원 암교육센터 교수는 “우리 사회에 숨겨진 암 환자의 존재를 더욱 드러내야 할 때”라고 말한다.

국가 암 검진, 공식 통계, 암 치료비 지원 등 암 환자를 위한 국가 사업은 많다. 그러나 이들 정책은 암 환자를 치료의 대상으로 한정짓는다. 조주희 교수는 “암 환자들 사회 구성원의 일원으로 보고 사회에 복귀시키기 위한 제도가 현저히 부족한 상태”라고 강조했다.

암 환자 위한 기다림 필요해

통상 50대 남성이 암에 걸린다는 것은 한 가정의 가장, 한 회사의 주요 간부의 사회적 기능이 정지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조주희 교수는 “아직 경제 활동이 끝나지 않은 사람들의 발병률이 높다는 점에서 치매보다도 사회적 손실이 큰 질병”이라고 말했다.

항암 치료, 업무 부담 등으로 예전처럼 회사 생활을 하기란 쉽지 않다. 때문에 많은 환자들은 암 진단을 받은 후 직장을 그만둔다. 삼성서울병원 암교육센터에 따르면 국내 위암 생존자의 암 진단 후 실업률은 46.6%에 달한다. 암 환자 3명 중 1명은 다시 회사로 복귀하지 못했다.

여러 선진국은 암 환자가 사회적, 경제적으로 배제되지 않도록 회사에게 법적 의무를 부과하고 있다. 네덜란드는 고용인이 암에 걸릴 경우 사측이 1년 간 현재 수준의 급여를 지급하도록 한다. 독일은 회사 차원에서 암에 걸린 직원이 회사에 복귀하고 정착할 수 있는 프로그램 제공하며, 이를 위한 전담 인력을 배치한다.

조주희 교수는 “우리나라 같은 ‘경쟁 사회’ 분위기에서는 아픈 동료 직원을 기다려주는 문화가 자연적으로 형성되기 어렵다”며 “아픈 직원에게 병가를, 출산한 직원에게 육아 휴직을 주는 것처럼 암 환자에게도 간병 휴가가 필요하다”고 했다.

    맹미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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