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북삼성병원 피살 사건 “예고된 비극”이었다

응급실 한정 대응...진료실은 무방비 상태

“다시는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의료진의 생명을 지킬 수 있는 안전장치를 구비해주세요.”

31일 서울 종로구 강북삼성병원에서 외래 환자 A씨가 정신과 진료 상담을 하던 의사 B씨를 흉기로 찌른 사건이 발생했다. 이와 관련해 의료 안정성을 위한 청원 또한 빗발치고 있다.

A씨는 진료 도중 돌연 흉기를 휘둘렀고 의사 B씨는 놀라 도망치다가 넘어져 가슴 부위를 수차례 찔렸다. B씨는 응급실로 옮겨져 심폐소생술을 받았으나 끝내 숨졌다. 현재 A씨는 살인 혐의로 체포됐으며 2일 중 구속 여부가 결정된다.

대한의사협회는 이번 사건에 대해 유감을 표하며 “이미 예고된 비극”이라고 설명했다. 의료인에 대한 폭력행위는 수시로 이루어져 왔다.

특히 지난 응급실 폭행 사건이 수차례 발생했다. 익산. 구미, 강릉 등의 응급의료기관에서 의료진이 폭행을 당했다. 코뼈 골절, 동맥 파열, 뇌진탕 등의 상해를 입었다.

살인사건 역시 처음이 아니다. 2011년에는 경기도 오산에서 치과 원장이 환자에게 살해당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스케일링 및 충치 치료를 받았지만 치아가 계속 시려, 이에 대한 배상을 요구했다가 거절당했다는 이유다. 야구방망이와 부엌칼 등으로 의사를 폭행하고 칼로 찔렀다. 의사는 결국 과다출혈로 사망했다.

다행히도 최근 응급실 내 폭력 사건에 대한 처벌강화가 이루어졌다. 앞으로 응급실에서 응급의료종사자를 폭행할 경우 최소 3년, 최대 무기 징역까지 처해진다. 술에 취한 채 폭력을 휘둘러도 형법에 따른 주취 감경도 적용되지 않는다. 하지만 응급실 한정이다. 이번 사건은 응급실뿐만이 아니라 의료기관 내 어디서든 의료진을 향한 강력범죄가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병원 보안 요원이 있어도 대처하기 어려운 건 마찬가지다. 병원 내 보안 요원은 주로 응급실에 한정되어 배치돼 있고 그 안에서 난동을 부리는 환자나 보호자를 격리 시키는 일을 한다. 강북삼성병원 또한 응급의료센터 앞이 아니면 보안 요원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진료실에서 일어나는 폭력 행위에 대처하기 어려울 수밖에 없다.

의료진 폭행에 대한 사후 처벌만 존재할 뿐 예방 조치는 없다는 점도 문제다. 의협은 “진료 현장에서 폭행 의도를 가진 사람의 접근에 대해서 의료진은 무방비 상태일 수밖에 없다”며 “절대 개인의 힘으로 예방하거나 해결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고 말했다. 안전한 진료환경을 위한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연희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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