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 치료하는 사람이 왜 홈쇼핑서 상품을 팔까?

[사진=pikepicture/shutterstock]

한동안 잠잠하던 의사, 한의사들의 홈쇼핑 출연이 줄을 잇고 있다. 오랫동안 방송에 출연한 한 의료인은 노련하게 상품 홍보를 한다. 버젓이 자신의 직업을 걸고 물건을 판다. 영락없는 일급 세일즈맨이다. 홈쇼핑을 보는 대중들이 빠져들 수밖에 없다. 의료인이라는 신뢰감은 상품 판매에 날개를 달아준다.

물론 극소수 의료인의 얘기다. 대부분의 의사, 한의사는 홈쇼핑 출연 제의가 오면 손사래를 칠 것이다. 그 시간이면 환자 치료를 위한 최신 연구 논문을 읽고 학회 참석을 준비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쇼닥터’라는 이미지 손상을 우려할 수 있다.

대한의사협회는 이미 3년 전부터 홈쇼핑에 나와 건강기능식품 등을 추천하는 간접, 과장, 허위 광고를 일삼는 의사를 쇼닥터(Show doctor)로 부르고 있다. 말 그대로 ‘쇼하는 의사’라는 의미이다. 일선 의사들이 “의료인의 명예와 자긍심을 추락시킨다”며 문제 제기를 하자 의사협회 차원에서 입장문을 발표하기도 했다.

‘쇼닥터’는 미디어가 아닌 의사협회가 직접 만든 말이다. 같은 의사로서 자괴감이 묻어 있는 단어이다. 의사협회는 “대중매체를 통해 상업적 마케팅을 일삼거나 검증되지 않은 건강관련 정보를 전달하는 행위는 국민 건강권을 훼손한다”고 단정했다.

대한한의사협회도 몇 년 전부터 홈쇼핑에서 판매하는 녹용제품 문제로 골머리를 앓은 적이 있다. 급기야 “국민 여러분! 알고 계십니까? 홈쇼핑에서 판매하는 녹용제품은 한약의 효능과 효과를 기대해서는 안 된다”는 보도자료를 배포하기도 했다.

한의사협회는 “유명 TV홈쇼핑 등을 통해서 판매 중인 녹용제품은 의약품이 아닌 식품”이라며 “한약과 혼동하지 말라”고 했다. 녹용제품 판매에 한의사를 출연시켜 소비자들에게 큰 혼란을 주고 있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한의사협회는 “국민들께서는 한의사가 출연했다고 해서 홈쇼핑 등에서 판매되는 해당 녹용제품을 무조건 신뢰하거나 의약품용 녹용과 동일한 효능을 기대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홈쇼핑 출연 의료인들은 먼저 미디어에 나와 건강정보를 전달하면서 얼굴을 알린다. 이후 예능 프로그램을 거쳐 대중들과 친숙해지면 홈쇼핑에 하나, 둘 씩 출연하기 시작한다. 의료인들이 먼저 홈쇼핑 출연을 타진한 것인지, 홈쇼핑 측이 출연 제의를 한 것인지는 알 수 없다.

의료인들이 방송이나 신문 등 대중매체에 나오는 것은 환영할만한 일이다. 어려운 의학 용어를 쉽게 풀어주고 유익한 건강정보를 전달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대중들은 의료인이 전해주는 질환 정보를 신뢰하고 일상에서 실천한다. 질병 예방에는 이들의 공도 크다.

하지만 물건을 팔아야 하는 홈쇼핑 출연은 차원이 다르다. 매출 증대를 위해 자칫하면 과대 광고논란에 휩싸일 수 있다. 홈쇼핑 출연 자체가 의료인의 명예와 자긍심을 해친다는 시각이 많다. 동료 의사들은 “의사로서 낯이 뜨겁고 모욕감을 느낀다”고 말한다. 국민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극소수 의료인의 홈쇼핑 출연이 문제인 것은 전체 의료인에 대한 신뢰의 위기와 연결될 수 있기 때문이다. 진료실에서 의료인의 말은 한 마디, 한 마디가 천금과 같다. 환자나 가족들이 의료인을 전적으로 신뢰하기 때문이다. 그런 의료인이 홈쇼핑에서 매출을 올리기 위해 쏟아내는 말들을 어떻게 봐야 할까?

홈쇼핑 출연 의료인들에게 국민건강을 보호해야 한다는 사회적 책무를 묻고 싶지는 않다. 다만 ‘의료인의 품위 손상 행위의 범위’를 정한 의료법 시행령 제32조를 말해 주고 싶다. 첫째, 학문적으로 인정되지 아니하는 진료행위 둘째, 비도덕적 진료행위 그리고 세 번째가 거짓 또는 과대 광고행위이다.


    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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