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 의사들이 말하는 ‘SKY 캐슬’의 진실 6

[사진= JTBC SKY캐슬 방송 장면]
JTBC의 금, 토 드라마 ‘SKY캐슬’이 논란 속에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우리나라 사교육의 현실을 생생히 보여주고 있다는 호평과 극단적인 스토리로 위화감을 조성하는 막장 드라마라는 악평이 공존하고 있다. 이 드라마는 사교육 전쟁을 중심으로 줄거리가 전개되고 있지만, 주남대병원이라는 가상 병원의 암투도 흥미를 더한다.

시청자들은 인터넷에서 ‘의사들의 세계’에 대해서 궁금증을 쏟아내고 있다. 서울대병원, 연세의료원, 서울아산병원 등 주요병원 의사들에게 ‘의사들의 세계’에 대해서 물었더니 “드라마이다 보니까 과장된 부분이 적지 않다”면서도 “의사들도 보통 사람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점에서 공감 가는 부분도 있다”는 대답이 많았다. 인터넷에서 떠도는 궁금증에 대해 의사들의 의견을 정리했다.

◆ 주남대병원은 어느 병원이 모델?= 드라마는 경기 동탄에 있는 한림대 동탄성심병원에서 촬영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림의료원은 1971년 개원 당시 고품격 병원을 지향했지만, ‘빅3’를 목표로 삼을 정도는 아니었다. 당시는 서울대병원, 연세의료원의 양강(兩强) 시대였다. 현재는 치료의 질과 양에서 서울아산병원이 선두에 올랐고 학문적인 부분에서 최고를 고수하고 있는 서울대병원, 최고(最古)의 전통과 개성 강한 베스트닥터 브랜드의 연세의료원, 환자 위주의 새 시스템을 선도하는 삼성서울병원 등이 경쟁하고 있다. ‘빅5’에는 여기에다 혈액암에서 국내 독보적인 가톨릭의료원이 포함되지만, 8개 병원이 속한 규모를 반영한 측면도 있어 “실제로는 빅4의 전쟁”이라는 주장도 있다. 따라서 ‘빅3’를 목표로 하는 민간 병원은 가상의 병원일 따름.

◆ 서울대 의대 수석입학생이 다른 병원 간다?= 드라마에서는 서울대 의대에 수석 입학한 강준상(정준호 역)이 주남대병원으로 갔다. 서울대 의대에 수석입학하면 대체로 뛰어난 성적으로 졸업해서 서울대병원에서 인턴, 레지던트를 마치고 서울대병원이나 분당서울대병원에 남을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서울대 의대 출신들이 주류를 형성하고 있는 서울아산병원, 삼성서울병원으로 갈 수도 있다. 특히 최근엔 서울대 의대 졸업생들이 인턴, 전공의 생활이 보다 덜 힘들면서도 미래가 보장되는 서울아산병원과 삼성서울병원 등을 원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1990년대까지는 서울대병원의 원로교수가 수도권 병원의 인사에 관여하고, 그 교수의 명령에 따라 다른 병원에 가기도 했다. 특히 1970~80년대 경희대병원 정형외과, 가톨릭의료원 혈액내과와 내분비내과, 고대의료원 성형외과 등은 서울대의대 출신 의사들이 틀을 잡아 ‘최고’를 이루기도 했다.

◆ 지방대 출신이 수도권 일류병원 센터장 될 수 있을까?= 드라마에서 보육원 출신의 ‘흙수저’ 황치영(최원영 분)은 지방대 출신으로 척추센터장 제의를 받는다. 지방대 출신이 서울의 주요병원에서 주요 보직을 맡는 경우는 드물지만 불가능하지는 않다. 분당서울대병원 전상훈 원장은 경북대 의대를 졸업하고 대구가톨릭대병원에서 흉부외과 명의로 이름을 떨치다 스카우트돼서 기획조정실장을 거쳐 병원장까지 올라 연임에 성공했다.

◆ 의사는 자녀를 의사 시키려 안달할까?= 드라마에서 황치영 외에는 모두 자녀를 서울대 의대에 보내려고 들들 볶는다. 황치영의 아들 우주도 전교 1, 2등이어서 의대에 갈 확률이 높다. 의사 중에는 1998년 의약분업 이후 “우리 아이 절대 의사 안 시킨다”는 이가 많았지만, 직접 살펴보면 의대 진학률이 다른 직군에 비해서 훨씬 높다. 그러나 다른 직군에 비해서 자녀의 의대 진학생이 많을 뿐, 의대보다는 다른 대학에 진학한 자녀가 훨씬 많다. 의사 자녀도 회사에 취직하는 경우가 가장 많다.

◆ 의사의 부인은 대부분 전업주부?= 한서진(염정아 분)의 시어머니 윤 여사(정애리 역)는 명문 여대의 음대를 나와서 의사와 결혼, 아들을 의대에 보냈다. 극중 여성들은 동화작가인 이수임(이태란 역) 외에 모두 자녀교육에 목숨을 건 전업주부로 나온다. 지금 의대교수를 퇴임한 세대에서는 미대, 음대를 나온 부유층 여성과 결혼하는 것이 흔했고, 부인은 대체로 내조를 했다. 그러나 현재 중년세대 의사는 배우자가 의사를 비롯해서 법조인, 언론인 등 전문직업인이 많다. 최근에는 의사끼리 결혼하는 경우가 흔하다. 다른 곳에서 ‘눈높이’에 맞는 짝을 찾기 힘들기 때문이다.

◆ 의대 교수들은 극중에서처럼 한가한가?= 극중에서는 의사가 진료실과 가정을 오가는 존재로 설정돼 있는데, 그렇지 않다. 특히 주임교수나 센터장 이상의 의사는 가정생활에 신경 쓸 수 없을 정도로 바쁘다. 의대 교수들은 진료 외에도 각종 학회 활동, 연구 및 논문 작성, 제자 교육 등으로 눈코 뜰 새 없다. 환자가 위험하면 한밤중에도 전공의와 소통하며 상태를 체크하며 병원에 오기도 한다. 의대 교수들은 정부의 정책수립에도 직간접적으로 관여하며 연구 과제를 따기 위해 전쟁을 벌인다. 일부 의사는 환자 모임을 이끌고 환자 행사에도 참석한다. 요즘에는 우리나라 의사들이 국제학회에서 기여하는 부분이 많아져서 해외 출장도 잦다. 이 때문에 대부분 오전 7시 이전에 출근해서 밤늦게 귀가하며 주말도 한가하지 않다. 주말에는 주로 연구 활동을 하거나 학회에 참석한다. 연세대 의대의 모 교수는 “주말에 쉬는 의대 교수는 자격이 없다”라고 단언하기까지 했다.

    이성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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