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 부족하면 정크푸드 당긴다

[사진=ViChizh/shutterstock]

수면이 부족하면 정크푸드에 호의적인 반응을 보인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독일 쾰른 대학교 등 유럽의 연구진은 19~33세의 건강한 남성 32명을 대상으로 실험했다. 우선 참가자들에게 똑같은 저녁 식사를 먹였다. 파스타와 송아지 고기, 사과, 딸기, 요구르트 등이었다.

그러고 나서 일부는 실험실에서 밤을 새우게 했고 나머지는 집에서 자게 했다. 연구진은 이튿날 식전에 참가자들을 모아 혈당과 스트레스 관련 호르몬 수치를 측정해 허기와 식욕을 평가했다.

연구진은 또 참가자들에게 사진 수십 장을 보여주고, 사진 속 물건을 사는데 돈을 얼마나 쓸 용의가 있는지 물었다. 사진 중 절반은 초콜릿 바 등 정크푸드 간식이었고, 나머지 절반은 모자나 잔처럼 먹을 수 없는 물건이었다. 참가자들이 사진을 보는 동안 연구진은 기능성 자기공명장치(fMRI)로 그들의 뇌 활동을 살펴봤다.

수면 조와 밤샘 조는 일주일 후 교대해서 실험을 반복했다.

잠을 잤든, 밤을 새웠든 참가자들이 아침에 느끼는 허기는 비슷한 것으로 나타났다. 호르몬과 혈당치가 유사했던 것.

그러나 밤을 새운 참가자들은 간식에 돈을 쓰겠다는 의사가 더 강했다. 또 자기공명 스캔 결과 역시 밤샘 조에서 특이점을 보였다. 음식 사진을 봤을 때 잠을 못 잔 사람들의 편도체와 시상하부가 더 활발하게 활동했다.

주목할만한 점은 허기를 느끼게 하는 호르몬(그렐린)은 수면 여부에 따라 큰 차이가 없었다는 대목이다.

기존에 수면 부족이 허리둘레를 늘린다는 연구가 있었다. 잠이 부족하면 호르몬 분비에 영향을 미쳐서 허기와 포만감을 느끼는 기준이 변하기 때문이라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번 연구에 따르면 호르몬은 중요한 변수가 아니었다. 문제는 두뇌였다. 뇌에서 보상과 통제를 담당하는 구역의 활동이 변하기 때문이라는 것.

쾰른 대학교 얀 피터스 교수는 “두 팀 모두 식전 공복 상태에서 호르몬 수치를 측정했기 때문에 배고픔과 관련한 호르몬 수치는 모두 고르게 높았다”면서 “사진 속 이미지에 대한 두뇌의 반응이 다르게 나타난 것은 호르몬에 의한 것이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두 팀 사이에 두뇌 활동의 차이가 생긴 원인은 아직 불분명하다고 밝혔다. 다만, 수면 부족으로 도파민 등 신경전달물질의 변화가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있다고 추측했다.

이번 연구에 참여하지 않았던 스웨덴 웁살라 대학교 크리스티안 베네딕트 교수는 “수면이 부족할 때 뇌는 더 많은 에너지를 쓴다”면서 “뇌가 음식 섭취를 늘리라는 신호를 보내는 현상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그는 사진 속 음식에 이른바 건강한 음식을 포함하지 않은 것, 실험 대상자가 적었던 점은 이번 연구의 한계라고 지적했다.

이번 연구(Sleep deprivation selectively up-regulates an amygdala-hypothalamic circuit involved in food reward)는 ‘신경 과학 저널(Journal of Neuroscience)’에 실렸고, 영국 일간지 가디언이 보도했다.

    이용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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