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가와의 전쟁’ 선포한 트럼프, 의문점 세 가지

[사진=Victor Moussa/shutterstock]
민간 보험의 왕국인 미국에도 65세 노인 등 특정 자격 요건을 갖춘 시민에게 제공되는 공공 보험이 있다. 1965년 제정된 ‘메디케어(Medicare)’ 제도가 바로 그것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2018년 초부터 메디케어 파트B(의사 진료비, 외래 진료비, 일부 재택 건강 관리 서비스 지원)에 대한 대대적인 약가 인하 정책을 발표하고 있다. 지난 5월, 미국인을 위한 약가 인하 정책을 공표하고 가격 인상을 추진하는 제약사를 공개적으로 비난한 데 이어, 10월에는 미국과 다른 나라 약가 판매 가격을 비교한 ‘국제 가격 지표’를 발표하기도 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약가 인하 정책이 ‘오바마 케어’에 버금가는 차기 대선 카드로 언급되고 있는 가운데, ‘뉴욕타임스’는 16일(현지 시간) 이러한 약가 인하 정책을 둘러싼 3가지 비판을 제기했다.

같은 약이라도 미국 판매 가격만 특별히 높다?

“제약사가 유럽에 판매되는 것과 똑같은 약을 미국에서 더 높은 가격에 팔았다.” (10월, 트럼프 대통령)

“미국 제약사가 해외에 판매하는 약가를 자발적으로 크게 낮췄다. (12월, 존 오브라이언 약가 개혁 정책 선임 이사)

오해의 소지가 있는 말이다. 브랜드 인지도가 높은 약이 유럽보다 미국에서 훨씬 비싸게 팔리는 건 사실이다. 그러나 제약사가 자발적으로 약가를 낮췄다는 것은 과도한 해석이다.

제약사는 보통 회사의 제품이 각 나라의 공공 보건 시스템에 도입되도록 더 낮은 가격을 제공한다. 다보험 체계를 유지하는 미국과 달리,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6개국 대부분은 보험 지불 결정을 통해 직간접적으로 의약품 가격을 통제하고 있다.

다니엘 아르퉁 미국 오레곤 주립 대학 약학부 교수는 “대다수 OECD 국가는 정부가 약가를 정하고 제약사에 이를 통보하는 단일 보험 체계를 유지한다”며 “미국과 달리 약가 감축 효과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낮은 약가 위해 제약사와 협상하겠다?

“트럼프 대통령은 메디케어 일부 플랜에서 수십억 달러 상당의 의약품 비용 지출에 관한 현명한 협상을 진행할 예정이다.” (5월, 알렉스 아자르 보건복지부 장관)

“메디케어 파트B는 현재 정부가 청구서를 받은 대로 보험금을 내어줄 뿐 아니라 중개인에게 관행적으로 주어지는 6% 인상분까지 쳐주고 있다. 더 이상의 협상은 있을 수 없다.” (10월, 아자르 장관)

이 또한 오해의 소지가 있다. 다른 나라와 달리 미국 정부는 메디케어 파트B가 지급하는 의약품 가격 결정을 위해 제약사와 직접 협상하지 않는다. 메디케어가 지불하는 의약품 가격은 민간 영역에서 이뤄지는 수많은 경쟁과 타협의 결과를 반영한 결과다.

메디케어 파트B의 의약품 가격은 2003년 제정된 메디케어 현대화 법에 따른 ‘평균 판매 가격’ 지침을 따른다. 해당 법은 제약사와 민간 보험사, 가격 중개인, 개인 구매자 사이에서 일어나는 상업적 목적의 할인, 리베이트, 다른 가격 양보 정책을 용인하는 것이기도 하다.

평균 판매 가격 지침에 따라 일반 의약품은 정가보다 15~35% 할인된 금액이 책정된다. 메디케어의 의약품 지출 비용 문제는, 메디케어가 커버하는 특정 약이 경쟁 제품이 없어 독점 구조에 있거나 메디케어 외부 시장이 너무 작아 제약사가 굳이 할인 혜택을 제공하지 않을 때 발생한다.

낮은 약가로 환자 접근성 높인다?

“메디케어 지출 비용이 전체 의약품 시장의 최소 절반을 차지한다. 정부의 큰 지출과 다른 보험 제품은 경쟁이 되지 않는다.” (오브라이언 선임 이사)

“환자 접근 모형은 약가를 맞춰 의약품에 대한 환자 접근성을 늘려준다. 정부는 환자 접근성에 대한 제한 없이 메디케어가 커버하는 대부분 약에 대한 가격을 낮출 것이다.” (10월, 아자르 장관)

근거가 부족한 주장이다. ‘뉴욕타임스’는 환자 의약품 접근성을 낮추지 않으면서 낮은 약가를 유지하겠다는 정부의 주장이 오직 제약사가 메디케어 시장 밖으로 진출하지 않으리라는 기대 안에서만 작동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일부 환자 권익 옹호자들은 정부의 약가 인하 정책을 환영하는 한편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400명 이상의 의사가 참여하는 텍사스 온콜로지 소속 데브라 팻 박사는 현재의 미 정부 정책에서 의약품 도매상이 제약 회사와의 협상을 이끌 만한 유인책이 없다고 지적했다.

크리스토퍼 한센 미국 암 협회 옹호 단체 대표는 “자신이 거주하는 지역 의사에게 약을 가져다줄 판매상이 아무도 없다면 환자의 접근권은 어떻게 되겠느냐”고 되물었다. 한센 대표는 “제약사가 정부가 제안한 약가 정책에 응하지 않을 경우 메디케어 보험 가입자는 자신이 필요한 약을 받을 수 없게 된다”고 했다.

맹미선 기자 twilight@kor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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