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부는 깜깜이? 유전자 DTC 개선안에 분통 터지는 업계

[바이오워치] "새 복지부 개선안에 업계 목소리 반영 안 돼...2년 6개월 논의 도돌이표"

[사진=Double Brain/shutterstock]
소비자 직접 의뢰 유전자 검사(DTC, Direct-To-Consumer)가 2년 6개월이 지난 지금도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최근 보건복지부가 마련한 새 유전자 검사 개선안이 추가 허용 항목을 대폭 줄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현장의 요구가 전혀 반영되지 않은 깜깜이 개선안”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지난 8월 국가생명윤리위원회가 기존 개선안을 전면 재검토하기로 하면서 복지부는 새로운 안 마련에 착수했다. 업계에 따르면, 업계가 유전자 121개 항목에 대한 추가 허용 요청안을 올렸지만, 복지부가 별도로 마련한 유전자항목심의위원회가 지난달 25일 최종 개선안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대부분 제외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가 요청한 웰니스 관련 유전자 항목 121개 중 유전자항목심의위원회가 받아들인 항목은 단 50여 개에 불과했다. 나머지 항목은 질병과 연관된다는 이유로 삭제된 것으로 알려졌다. 대표적으로 비타민 A, B, D, K, E 관련 항목 중 비타민 B를 제외한 나머지는 삭제됐다. 체중 관련 유전자 항목과 새치, 여성용 탈모 관련 항목 등도 같은 이유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에 대해 한 업계 종사자는 “비타민이나 새치가 질병과 연관된다고 본다는 것은 업계 입장에서는 납득이 가지 않는다”며 “지나치게 질병과 연관지어 검사 가능 항목을 다 제외하면, DTC를 확대하는 의미가 없다. 어떤 소비자가 비타민 몇 개가 나에게 맞는지 확인하려고 DTC 검사를 하겠나”라고 토로했다.

개선안을 마련한 복지부의 유전자항목심의위원회가 깜깜이라는 점도 문제로 지적됐다. 업체들은 유전자항목심의위원회에서 아예 배제됐을 뿐만 아니라 누가 위원회에 참여했고, 어떤 과정을 거쳐 최종안이 마련됐는지조차 알지 못하는 상황이다. 의료계, 학계 전문가 10명이 유전자항목심의위원회에 참여해 주도적으로 안을 마련했다고만 알려져 있다.

여기에 유전자 검사 항목을 인증제 심사 항목에 넣어 복지부 소관으로 한다는 내용이 최종안에 담겨진 것으로 알려지면서, 깜깜이 유전자항목심의위원회에 대한 업계의 우려가 더욱 높아지고 있다.

다른 업계 종사자는 “업계가 요청한 항목들이 유전자항목심의위원회에서 거의 탈락됐다고 들었을 뿐, 누가 어떻게 그런 결정을 내렸는지 전혀 모른다”며 “의료계도 사실상 이해당사자인데 산업계만 이해당사자라고 배제해버린 점이 이해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복지부 담당 사무관은 업계의 지적 사항에 대해 “지금은 아무 것도 말할 수 없다”며 답을 회피했다.

유전자 DTC 검사 개선을 둘러싼 지지부진한 논의는 하루 이틀 일이 아니다. 지난 2016년 12개 항목에 대한 DTC 검사를 처음 허용한 이후로 DTC를 둘러싼 논쟁은 2년 6개월째 도돌이표를 보이고 있다. 정부가 2차 확대 항목을 적용하겠다고 업계에 약속한 지도 6개월이 지났다.

정부는 신산업 활성화 차원에서 유전자 검사 항목을 대폭 늘리겠다는 의지를 여러 차례 밝혀왔다. 지난 10월 대통령 직속 일자리위원회는 유전자 분석 서비스 허용 항목 확대를 개선해야 할 대표적인 규제로 꼽았으며, 문재인 대통령이 “민간이 사업을 원활하게 추진할 수 있도록 정부가 적극 지원해달라”고 주문하기도 했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정반대의 상황이 펼쳐지고 있다고 업계는 지적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2년 6개월이 지나도 진전되는 것 없이 기관과 위원회만 바뀌면서 같은 논의를 쳇바퀴 돌듯 반복하고, 결론은 항상 (확대가) 힘들다고 나온다”며 “아무리 업계가 설득하고 두드려도 결과가 이렇게 나오니 국내 DTC 산업은 거의 포기한 상태”라고 토로했다.

한편, 복지부가 마련한 최종 개선안은 오는 12일 국가생명윤리심의위원회에서 ‘DTC 유전자 검사 서비스 관리 강화 방안(안)’으로 논의될 예정이다. 국가생명윤리심의위원회 과학계, 윤리계 민간 위원 중에도 상당수가 DTC 유전자 검사 확대에 부정적인 것으로 알려져 심의 과정에서도 진통이 예상된다.

    정새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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