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복제약이 86.7% “제약사, 몇 천만 원 아끼려고…”

[바이오워치]

[사진=monticello/shutterstock]
정부가 국내 의약품 중 절대 다수를 차지하는 제네릭 의약품 제도 손질에 나섰다.

보건복지부와 식품의약품안전처 등 보건 당국은 7월 제네릭 의약품 제도 개선 협의체를 발족했다. 일명 발사르탄 사태로 촉발된 고혈압 제네릭 의약품 사태가 발단이 됐다. 제네릭 허가 규제 강화 등 제네릭 제도의 전반적인 부분을 개선하겠다는 취지가 강하게 작용했다.

실제로 한국 의약품 시장은 제네릭 천국으로 불린다. 국민건강보험 급여가 적용된 2만1302개 의약품 중 제네릭은 무려 86.7% 1만8476개다. 동일 성분 의약품이 500개가 넘는 나라도 전 세계에서 한국이 유일하다.

송영진 보건복지부 보험약제과 사무관도 지난 20일 개최된 제2회 헬스케어 정책포럼에서 “국민건강보험에 등재된 제네릭 의약품 수가 너무 많다. 2018년 기준 제네릭 의약품은 2만 여개 중 87%에 해당한다”고 언급한 바 있다.

발사르탄 사태는 제네릭 중심의 이뤄진 국내 의약품 시장에 큰 문제를 불러일으켰다. “발사르탄 사태를 통해 제네릭의 낮은 진입 장벽 문제와 제네릭 난립에 대한 관리 체계 미흡이 지적됐다. 하루빨리 제네릭 의약품 관리 시스템을 구축해 제2의 발사르탄 사태가 발생하지 않도록 만전을 기해야 한다”는 김승희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자유한국당 의원 등 정치권의 문제 제기도 있었다.

결국 보건 당국은 ▲ 제네릭 의약품의 난립 ▲ 불순물 안전성 등을 문제로 꼽으며 제도 개선에 나섰다.

이에 정부가 검토하고 있는 제네릭 의약품 제도 개선안은 크게 공동생동(공동 생물학적 동등성) 제도 폐지와 약가 인하 등이다. 생물학적 동등성 제도는 특허가 끝난 오리지널약과 같은 효과를 낸다는 것을 입증하는 것으로 생동성 시험 인증을 받으면 복제가 가능하다.

공동생동 제도는 제네릭 생동성 시험을 할 때 여러 회사가 같은 공장에서 생산하는 제네릭 비용을 공동으로 지불해 위탁하는 제도다. 지난 2011년 11월 식약처가 공동생동을 2개사로 제한했던 규제를 폐지하면서 제네릭 허가 건수가 크게 증가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2018년 상반기 기준 생동성 인정 품목은 1만3408건, 이 가운데 공동생동 인정 품목은 515건으로 집계 됐다. 이는 2002년 40건에 비해 약 1200% 급증한 수치다.

“제약사 체질 개선 나서야”

정부의 제네릭 제도 개선 소식이 알려지면서 제약 업계 내부에서는 미묘한 입장 차이가 드러나고 있다. 우선 이번 기회를 발판으로 제네릭 중심의 구조에서 연구 개발(R&D)이 우선시 되는 구조로 변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한 제약 업계 관계자는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에 비해 제네릭 의약품이 무변별하게 나오는 구조가 문제”라며 “대표적인 것이 공동생동”이라고 지적했다.

공동생동은 제약사가 제제 개발에 필요한 연구 개발을 할 이유가 없게 만드는 정책이라는 게 이 관계자의 주장이다. 업계에 따르면, 한 제약사가 제네릭 생동성 시험을 하는데 들어가는 비용은 몇 천 만원으로 알려져 있다. 아무리 규모가 작은 제약사라도 이 정도의 비용은 충분히 감당이 가능하다는 것.

이 관계자는 “제네릭 생동성 시험을 단독으로 하는데 몇 억씩 드는 것도 아니고 몇 천만 원이면 하는데 대부분 여력이 된다”며 “과거 리베이트에 쓰는 비용의 10분의 일도 안되는 수준”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약가 인하 관련해서도 생각보다 충격이 적을 것이란 의견도 제기된다. 업계에서는 지난 2012년 폐지된 계단식 약가 인하 혹은 일괄 약가 인하 방안을 고려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계단식 약가 인하 제도는 최초 등재되는 제네릭은 오리지널 약가 68% 보전, 이후 등재 순서에 따라 약가가 떨어지는 방식이다. 특히 제약 업계는 일괄 약가 인하까지 거론되자 벌써부터 노심초사하고 있다. 큰 폭의 매출 감소로 이어질 것이라는 게 이유다.

한 제약사 관계자는 “한쪽에서는 연구 개발하라고 등떠미는데 정작 정책은 연구 개발할 필요가 없는 구조”라며 “제네릭 허가 쉽게 받아 매출이 나오다 보니 제네릭 난립으로 이어지고 불법 리베이트 등의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제도 개선, 현실적인 부분 고려해야

대체적으로 제네릭 생산을 제한해야 한다는 것에는 업계도 공감하고 있다. 이를 위한 제도 개선이 필요한 것을 맞지만 현실적인 부분을 감안한 대책이 마련되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제약 업계 관계자는 제네릭 생산 문제는 품질 문제에서 비롯 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 제약사 관계자는 “제네릭의 무분별한 생산을 제한할 필요는 있다고 생각한다”며 “다만 품질 문제인 만큼 약가 인하 혹은 공동생동 제한보다는 근본적으로 품질 향상을 시킬 수 있는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즉, 근본적인 문제인 품질을 향상 시키기 위해 생동성 시험 기준을 높여야 한다는 주장이다. 기준을 높이면 자연스럽게 무분별한 제네릭 생산을 막고 해외 진출에 있어서도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한 제약사 관계자는 “리피토(고지혈증 치료제)의 경우 특허 만료가 10년이 넘었는데도 최근 허가받는 제네릭이 있을 정도다. 약가 인하는 이런 제네릭 약가를 떨어뜨릴 수는 있다”면서도 “다만 그 만큼의 절감분을 신약이나 개량 신약 쪽에 우대해 주는 게 맞는 방향이다. 결국 정부의 제도 개선은 어려움이 있겠지만 한국 제약 산업이 선진화 되는 과정”이라고 말했다.

송영두 기자 songzio@kor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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