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지훈 “국민건강보험, 의료 혁신과 공존할 수 없다”

[의료 기기 규제 혁신 심포지엄 ①] 국민건강보험의 역할과 과제

[사진=angellodeco/shutterstock]
인공지능(AI), 빅 데이터, 로봇 등 신기술을 도입한 혁신 의료 기기 시장이 전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는 가운데, 국내 혁신 의료 기기 활성화를 위해서 단일 의료 보험 체계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5일 서울 강남구 GS타워에서 ‘혁신 의료 기술 규제 혁신 심포지엄’을 주최했다.

정지훈 경희사이버대학교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는 “우리나라 단일 보험 체계의 변화를 고려하지 않고 의료 기술 혁신을 논의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정지훈 교수는 “국민건강보험이 지향하는 보편성이라는 가치와 혁신 기업이 추구하는 수익성은 서로 상충 관계에 있다”며 “다보험 체계 도입 등 혁신 가치에 초점을 둔 실험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했다.

우리나라의 의료비 지출 체계는 공급자(의료인)와 소비자(환자) 간 거래만으로 이뤄져 있지 않다. 국가는 의료 단체와 합의를 거쳐 의료 행위 비용을 결정하고, 국민건강보험이라는 단일 의료 보험 기금으로 환자 대신 의료비를 지급한다.

이중규 보건복지부 보험급여과 과장은 “새로운 의료 행위에 건보 급여가 적용되려면 해당 의료 행위가 더 많은 기관에서 시행 가능한지, 더 많은 환자에게 동일하게 적용될 수 있는지 등을 판단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국민건강보험이 의료 행위의 보편성, 안전성, 비용 효과성 등을 중시하는 반면, 신기술이 포함된 의료 행위는 특정 조건의 환자에게 맞춤식으로 제공되는 등 기존 평가 기준과 다른 가치에 초점을 맞춘다.

정지훈 교수는 현재 근거 중심 의학 패러다임 내에서는 의료 혁신이 나타나기 어렵다고 했다. 정 교수는 “1990년대 중반 이후 근거 중심 의학 기조가 힘을 받으며 전반적인 의료의 질이 높아진 것은 사실”이지만 “신기술 의료 행위를 통한 효과가 국민건강보험 급여 기준을 충족, 증명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너무나 길다”고 했다.

한편, 플로어 토론에서는 다보험 체계로의 변화를 우려하는 발언이 나왔다. 배성윤 인제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보건복지부 급여평가위원회 위원)는 “소비자 비용 부담 증가, 의료 접근성 및 거시적 건강 개선 효과 저하 등 다보험 체계의 문제점이 많다”라며 “단일 보험 체계의 장점을 유지하되 선별 급여, 예방적 급여 등 급여 지급 방식을 다양화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정지훈 교수는 “핵심은 전체 의료 서비스 체계에서 공급자, 수요자의 선택권을 최대한 늘리자는 것”이라고 했다. 정 교수는 “만약 단일 보험 내에서도 혁신 가치를 인정받는 방법이 마련된다면 구조 개혁이라는 위험을 무릅쓸 필요는 없다”고 덧붙였다.

    맹미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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