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엌, ‘안전한 공유 공간’ 되려면?

[사진=Bahau/shutterstock]
부엌은 함께 사는 사람들의 공유 공간이자 그들의 건강을 책임지는 공간이다. 함께 식사를 준비하고 밥을 먹으며 소통하는 공간이기도 하다. 항상 청결하고 쾌적한 상태를 유지해야 하는 이유다.

그런데 부엌에서 벌어지는 사소하고 안일한 실수들이 종종 건강을 위협한다. 구토, 열, 설사 등을 유발하는 식중독이 대표적이다. 음식물 관리에 소홀하면 박테리아, 바이러스, 기생충들로 인한 음식 부패가 일어난다. 음식점 위생 상태를 염려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실상 이 같은 부패는 각 가정에서 보다 흔히 일어난다.

대부분 식중독은 가벼운 증세만 나타나고, 오래 시간이 지나지 않아 완치된다. 하지만 가끔 병원에 입원해야 할 정도로 상태가 나빠지기도 하므로 부엌 관리에 좀 더 관심을 갖도록 해야 한다.

어떤 음식을 특히 조심해야 할까

식물성 식품보다는 동물성 식품의 보관·관리에 좀 더 신경 써야 한다. 특히 달걀, 육류, 가금류, 어패류 등을 가공하지 않은 상태로 보관할 때 많은 주의가 필요하다. 날 음식을 사용한 초밥, 저온 살균을 하지 않은 비살균 우유, 페타나 브리와 같은 부드러운 치즈 등도 더욱 신경 써야 할 음식들이다.

식물성 식품 관리도 소홀해서는 안 된다. 최근 미국에서는 로메인 상추를 매개로 한 ‘병원성 장 출혈성 대장균(이콜라이)’ 감염 환자들이 발생하면서 미국식품의약국(FDA)이 로메인 상추 금식령을 내리기에 이르렀다.

채소와 과일의 오염원은 흐르는 물에 깨끗이 씻어 어느 정도 위험성을 낮출 수 있지만 모든 세균이 완벽하게 사라지는 건 아니다. 로메인 상추 역시 씻는 것으로 오염원을 모두 해결할 수 없어 더욱 논란이 됐다.

따라서 이처럼 논란이 된 식재료 혹은 상태가 좋지 않은 채소와 과일은 먹지 말고 폐기 처분하도록 한다. 육류나 유제품 등도 마찬가지다. 오랜 시간 실온에 방치된 상태라면 그 안에 번진 독소가 다시 냉동 보관을 하거나 익힌다고 해서 파괴되지는 않으니 버리도록 한다. 이런 음식들을 보관해 두었던 냉장고 구역도 청소하도록 한다.

청결 관리는 어떻게?

부엌을 공유하는 사람들은 항상 부엌 공간에 들어오기 전 손을 깨끗하게 씻어야 한다. 특히 음식을 만지기 전후로는 약 20초간 비누와 따뜻한 물로 손을 씻도록 한다. 반려동물을 쓰다듬은 뒤나 아기 기저귀를 교체한 다음, 또 화장실을 이용한 다음에도 항상 손을 씻어야 한다.

음식 그 자체만이 세균의 온상은 아니다. 음식을 다룬 공간이라면 어디든 박테리아가 번질 수 있다. 조리대, 조리기구, 도마, 식기, 수세미 등 어디서나 박테리아가 번식할 수 있으므로 모든 주방 공간에 대한 청결 관리가 중요하다.

서로 다른 식재료를 같은 공간에 보관하는 것은 ‘교차 오염’을 일으켜 감염병에 걸릴 확률을 높이니 전부 분리해서 보관해야 한다. 육류, 가금류, 해산물 등을 종류별로 각기 다른 용기나 위생봉투에 담아 보관하라는 것이다. 과일이나 채소도 마찬가지다. 또 가능하면 날고기와 다른 식재료들을 자를 때 사용하는 도마를 별도로 관리하는 편이 좋다.

조리와 보관은 어떻게?

해로운 박테리아를 사멸시키기 위해서는 적정 온도로 음식을 조리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미국 의료포털 웹엠디에 의하면 닭고기, 오리고기와 같은 가금류는 74도씨 이상, 패티용처럼 간 고기는 71도씨 이상, 조림류나 스테이크류는 63도씨 이상에서 충분히 가열하는 방식이 권장된다.

계란은 반숙으로 먹을 때 퍽퍽하지 않고 부드럽지만 가급적 노른자와 흰자가 모두 단단해질 때까지 충분히 삶아 완숙으로 먹는 편이 보다 안전하다.

전자레인지에 음식을 돌릴 때 대충 데우는 사람들이 있는데, 차가운 부분이 남아있지 않도록 음식의 모든 부위가 따뜻하게 가열될 때까지 돌려야 박테리아가 살아남을 수 없다.

먹고 남은 음식은 빨리 냉장 보관하도록 한다. 차가운 온도는 박테리아가 번식하는 것을 막는 역할을 한다. 냉장실은 4도 이하, 냉동실은 0도 이하의 온도가 유지돼야 음식을 보다 안전하게 유지할 수 있다.

음식을 해동할 때는 냉장실이나 흐르는 물, 전자레인지 등을 이용해 녹여야 하며 실온에서 장시간 해동하는 것은 좋은 방법이 아니다.

음식은 항상 1인분씩 혹은 한 번에 먹을 양만큼 나눠 보관하도록 한다. 그래야 음식을 실온으로 꺼내는 일이 줄어들어 보다 장기간 안전한 상태를 유지할 수 있다.

    문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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