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기 깬 중국 과학자, ‘유전자 편집 아기’ 쟁점은?

[사진=인간 유전자 편집 국제 회의에서 발언 중인 허젠쿠이 박사]
중국의 한 과학자가 유전자 편집 기술을 적용한 아이의 출산 사실을 공개하며 과학계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큰 파문이 일고 있다.

중국 남방과학기술대학 소속 연구자 허젠쿠이는 지난 11월 28일 홍콩에서 열린 제2회 인간 유전자 편집 국제 회의(International Summit on Human Genome)에서 “크리스퍼(CRISPR/Cas9) 기술을 이용해 에이즈에 내성을 가진 쌍둥이 여자아이가 태어났다”고 발표했다. 해당 연구의 진위가 아직 가려지지 않은 가운데, 학계에서는 인간을 대상으로 한 유전자 편집 연구를 둘러싼 찬반 논쟁이 다시금 불거지고 있다.

‘최초의 유전자 편집 아기 출산’ 주장, 어떻게 나왔나?

지난 11월 26일, 허젠쿠이는 ‘에이피(AP)’와의 단독 인터뷰를 통해 “세계 최초로 유전자 편집 기술 크리스퍼를 적용한 아기가 태어났다”고 주장했다.

허젠쿠이는 해당 인터뷰에서 “중국 내에서 심각한 문제를 일으키고 있는 에이즈 감염 문제 해결을 위해 실험을 기획하게 됐다”고 했다. 허 박사는 2017년 초 중국 내 에이즈 인권 단체를 통해 에이즈 감염으로 불임 치료를 받은 부부를 모집한 것으로 알려졌다.

허젠쿠이는 “3~5일된 배아에 크리스퍼 기술을 적용, CCR5 유전자를 제거했다”고 했다. CCR5 유전자는 에이즈 감염을 일으키는 인간 면역 결핍 바이러스(HIV)의 수용체로 알려져 있다. 허 박사는 연구 결과를 11월 27일 열릴 제2회 인간 유전자 편집 국제 회의에 발표하겠다고 했다.

국제 회의 이틀째인 11월 28일, 허젠쿠이는 이번 실험의 적절성을 지적하는 발언에 “빈곤 지역에서는 에이즈 예방 기술을 실현하기 어렵다”며 “삶의 희망을 잃은 부부에게 도움이 되어 매우 자랑스럽다”고 했다.

더욱이 허젠쿠이가 “이미 출산한 쌍둥이 아기 외에 임신 가능성이 있는 유전자 편집 배아가 하나 더 있다”고 밝히며 이번 연구를 둘러싼 논쟁이 쉽사리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허젠쿠이의 주장, 사실일까?

‘유전자 편집 아이 출산에 성공했다’는 허젠쿠이의 주장은 과연 사실일까. 많은 과학자는 HIV 보유자인 부모와 태어난 아이의 유전자를 심층적으로 분석해야 주장의 진위를 판단할 수 있다고 본다.

문제는 검증을 위해 공개된 연구 결과물이 없다는 점이다. 허젠쿠이는 “연구 검증을 위해 학술지 투고를 마쳤다”고 했지만, 어느 학술지에 투고했는지는 밝히지 않았다.

이번 국제 회의에 참석한 김진수 기초과학연구원 유전체교정연구단장은 11월 30일 자신의 SNS를 통해 “허젠쿠이의 발표에 따르면 쌍둥이 중 한 명인 ‘루루’는 CCR5 유전자가 망가진 채로, 또 다른 아기인 ‘나나’는 새로운 CCR5 변이 유전자를 갖고 태어났다”고 전했다. 김 단장은 “‘나나’의 변이 유전자가 HIV 감염을 막을 수 있을지 불투명할 뿐 아니라 새로운 바이러스의 수용체가 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두 번째 유전자 편집 아이가 태어날 수도 있다’는 허젠쿠이의 발언도 명확하지 않다. 로빈 러벨배지 영국 프랜시스 크릭 연구소 교수는 “산모의 임신 여부를 위해 호르몬 테스트를 거쳤다는 허 박사의 말이 임신 그 자체를 의미하지는 않는다”며 “초기 단계의 배아 대다수는 화학적 임신(조기 유산)에 그치는 경우가 많아 상당수 살아남지 못한다”고 설명했다.

“명백한 규정 위반” 중국 내 비판 여론 거세

중국 당국 및 학계는 허젠쿠이의 주장에 즉각 반발했다. 허 박사의 인터뷰가 공개된 당일(11월 26일), 122명의 중국 과학자는 반대 성명을 통해 해당 연구가 “중국 과학의 국제적 지위와 발전에 큰 타격을 줬다”고 비판했다.

쉬난핑 중국 과학기술부 부부장(차관급)은 11월 28일 “2003년 제정된 지침에 따라 수정 후 14일이 지난 배아에 대해서만 연구 목적의 유전자 편집 기술 적용을 허용하고 있다”며 허젠쿠이가 현행 규정을 명백히 위반했다고 했다.

11월 29일 중국 관영 매체 ‘신화통신’에 따르면, 쉬난핑 부부장은 허젠쿠이의 연구 활동을 중단시킬 것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같은 날 중국과학협회가 허 박사의 ‘중국청년과학기술상’ 후보 자격을 박탈하는 등, 허 박사에 대한 중국 학계의 비판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금기’ 깬 과학자에 학계도 혼란

국제적인 여론은 대체로 허젠쿠이의 연구를 ‘무책임하다’며 비판했다.

‘제3세대 유전자 가위’ 크리스퍼 기술이 생명과학 연구에 적용된 이래, 유전자 편집 연구의 허용 범위를 둘러싼 윤리적 논쟁은 꾸준히 이어져 왔다. 이에 미국, 영국, 중국 등은 2015년 제1회 인간 유전자 편집 국제 회의를 주최하고 ‘기초 연구 분야에 유전자 편집 연구를 허용하되, 사회적 합의가 있기 전까지 인간 배아에 대한 응용을 하지 말자’는 취지의 성명을 발표한 바 있다.

3년 만에 열린 제2회 국제 회의에서 허젠쿠이는 이러한 금기를 보란 듯이 깨버렸다. 국제 회의 조직 위원회는 공동 성명을 통해 “허젠쿠이의 주장을 독립적으로 검증해야 한다고 권고하”며 “설사 검증이 되더라도 그 절차가 무책임하며 국제적 규범을 따르지 못한 흠결이 있다”고 비판했다.

크리스퍼 기술을 한 단계 더 발전시킨 데이비드 리우 하버드 대학교 교수는 “인류에게 크나큰 혜택을 줄 새로운 기술을 가지고 절대 해서는 안 될 연구를 진행했다”고 했다. 조지 데일리 하버드 대학교 의과 대학 학장 역시 “에이즈는 유전자 편집만이 유일한 치료 방법이 아니다”라며 “이번 논란으로 정당한 질병 유전자 편집마저 위축될까 두렵다”고 했다.

다만 다른 의견도 존재한다. 게놈 연구 분야의 석학 중 하나인 조지 처치 하버드대학교 교수는 허젠쿠이의 연구 절차에 문제가 있음을 지적하면서도 비난의 강도가 지나치다고 했다. 처치 교수는 지난 2017년 미국 국립과학원이 발표한 유전자 치료 지침 목록을 언급하며 “우리는 이미 인간 배아에 대한 유전자 편집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유명 과학저술가 칼 짐머 역시 ‘뉴욕타임스’ 기고를 통해 “많은 나라가 허젠쿠이의 윤리성을 비판하고 있”지만 “1990년대 중반 이래 인간 생식 세포에 대한 유전자 편집은 이미 차츰차츰 이뤄져 왔다”고 했다. 짐머는 규제 당국의 관리 아래 인간 배아 유전자 편집 연구를 허용한 영국의 사례를 언급하며 “기술에 대한 무조건적인 반대 대신 현실을 직시하고 크리스퍼 기술의 장단점을 따져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맹미선 기자 twilight@kor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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