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아실현 욕망하면, 이기적인 걸까? (연구)

[사진=Kellie L. Folkerts/shutterstock]
자고 싶고, 먹고 싶고, 쉬고 싶은 욕망. 이는 인간이 가진 가장 기본적인 생리 욕구다. 그런데 ‘배부른 돼지보다 배고픈 소크라테스’가 되고 싶다면?

보다 높은 단계의 욕구를 추구하게 된다. 유명한 심리학 이론인 ‘5단계 욕구 이론’에 의하면 인간이 가진 최상의 욕구는 ‘자아실현’이다. 이는 얼핏 이기적인 욕망처럼 들리지만, 이런 욕구를 추구하는 사람일수록 인류애에 관심을 갖는다는 게 해당 이론을 만든 A.H. 매슬로의 주장이다. 최근 연구 역시 이러한 주장과 맥락을 같이 한다.

지금으로부터 70여 년 전 매슬로는 5단계 욕구 이론을 만들어 자아실현을 인간이 욕망하는 가장 높은 단계의 욕구라고 설명했다. 자아실현이란, 잠재된 능력을 끌어내 현재 자신의 모습을 초월한 진정한 나에 가까워지는 것을 의미한다.

최근 펜실베이니아 대학교 스콧 배리 코프먼 교수는 매슬로의 이론을 현대 심리학에 접목해 그 의미를 소생시키고자 했다.

매슬로는 자아실현에 대한 욕구가 있는 사람들이 17가지 특징을 공유한다고 보았는데, 코프먼 박사는 통계학을 이용해 이 중 7가지를 제외한 10가지만 남겼다.

10가지 특징은 수용성, 진정성, 평정심, 목적성, 현실에 대한 통찰력, 인도주의, 최고조에 이른 경험, 좋은 도덕적 직관, 창의성 등이다. 코프먼 박사는 각 특징별로 항목을 3가지씩 만들어 총 30가지의 항목이 담긴 설문지를 만들었다.

가령 ‘수용성’에 대한 3가지 항목은 ▲나는 단점을 포함한 나의 모든 면을 수용한다 ▲나는 수치심이나 변명 없이 나의 모든 기벽과 욕망을 수용한다 ▲나는 다른 사람의 기벽과 욕망을 수용한다는 등의 내용으로 구성돼 있다.

연구팀은 실험참가자 500명에게 설문에 참여하도록 한 뒤, 자아실현에 대한 이론이 현대 심리학 이론인 자기결정 이론과 접점이 있는지 살폈다. ‘자기결정’이란 강요가 아닌 스스로의 동기 부여와 판단으로 자신의 행동을 결정하는 것을 의미한다.

설문 분석 결과, 자기실현에 대한 욕구가 강한 사람일수록 자기결정능력과 연관이 있는 호기심, 삶에 대한 만족도, 자아수용, 자율성 등의 점수가 높았다.

매슬로 이론을 비판적으로 보는 시각은 이 이론이 자기중심적이고 이기적인 측면을 독려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매슬로는 자아실현을 하는 과정은 다른 사람들에 대한 연민과 동정심을 형성하는 과정이라고 주장했다.

코프먼 교수도 이러한 매슬로의 주장에 동의했다. 자아실현을 욕구하는 사람은 생리 욕구가 강한 사람보다 세상과 좀 더 일체감을 느끼는 특징을 보였기 때문이다. 자신의 독자성을 강화하고 싶은 욕구와 인류애를 추구하는 특징이 동시에 드러난다는 설명이다.

매슬로 이론과 오늘날 심리학 이론 사이에 불일치하는 면도 있었다. 매슬로는 자아실현에 대한 욕구를 가진 사람은 그 수가 매우 적고, 특히 젊은 사람은 가질 수 없는 욕구라고 보았다. 반면 코프먼 교수는 자아실현에 대한 욕구는 나이, 성별, 교육 정도와 무관하다고 설명했다.

이런 내용(Self-Actualizing People in the 21st Century: Integration With Contemporary Theory and Research on Personality and Well-Being )은 인본주의 심리학(Humanistic Psychology)저널에 11월 7일 실렸다.

    문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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