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기 암 환자에게 가족이란? “내가 짐이 되는 걸까”

[사진=Photographee.eu/shutterstock]
말기 암 환자들에게 가장 두려운 것은 고통스런 항암치료보다 가족에게 짐이 될 수 있다는 부담감이다. 소중한 사람들과 영원히 헤어질지도 모른다는 상실감도 이들을 짓누르고 있다.

말기 환자에게 가족이란 마지막 남은 버팀목이자 한 없이 미안함을 느끼는 대상이다. 특히 건강보험이 되지 않는 고가의 항암제를 쓰는 말기 환자들은 가족들 볼 낯이 없다고 하소연한다. 말기 환자를 둔 가족들은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 가족들이 나를 포기하지 않을까?

암과 같은 만성질환자들은 가족들에게 크게 의존하고 있다. 환자를 대하는 가족의 태도는 심리적으로 엄청난 영향을 미친다. 가족들의 전폭적 지지는 환자의 회복에도 큰 도움이 된다. 질병에 대처하고 주변의 변화에 잘 적응하도록 하는 촉진자 역할을 한다.

반면에 말기 환자는 병이 깊어지면서 ‘가족이 나를 포기하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늘 하고 있다. 입원환자가 느끼는 가장 큰 공포는 가족과 떨어질 수 있다는 상실감이다. 죽음을 의식해야 하는 말기 환자는 가족과의 이별 준비가 또 하나의 고통이 되고 있다.

– 위안과 감정을 나누고, 말하기보다 들어줘라

남편이 폐암 환자인 중년의 김송연(주부) 씨는 “함께 책을 읽고 젊었을 때 연애 얘기를 하면 남편은 자신이 암 환자라는 사실을 잠시 잊고 마냥 즐거워 한다”고 했다. 그는 “남편이 간혹 가족을 두고 영원히 떠날 수 있다는 두려움과 근심을 표현하면, 눈을 마주치며 들어준다”고 했다.

환자가 너무 아파서 말을 할 수 없을 때는 누군가 옆에 있고, 돌보고 있다는 확신을 줘야 한다. 대화가 끊겨도 가족들은 침묵을 유지하는 의사소통으로 죽어가는 환자를 지지할 수 있다. 서로의 감정을 나누고, 들어주는 노력이 중요하다.

– 삶의 마지막에 대해 어떻게 전할까?

환자에게도 정확한 정보가 필요하다. 무작정 병세가 나아지고 있다는 거짓말은 환자가 얼마 남지 않은 삶조차 정리하지 못하고 떠나게 할 수 있다. 환자의 병세에 대해 조금씩 알려줘 나쁜 소식을 예고하는 것은 환자의 충격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단국대 의과대학 박일환 교수는 “의사나 가족 모두 환자에게 삶의 마지막을 언급해야 한다는 부담감과 함께 불안, 분노가 교차하는 환자의 감정을 다독여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면서 “면담 전에 환자에게 말할 내용을 숙지한 후 편안한 환경에서 시간을 충분히 갖고 면담을 하는 게 좋다”고 했다.

– 가족과 함께 죽음을 준비한다

최근 한국심리학회지에 실린 논문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경우 죽음을 준비하는 과정에서도 가족의 지지가 중요해지고 있다. 가족의 지지는 주체적으로 삶을 마무리할 수 있는 죽음 준비를 하는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는 것이다.

환자가 떠난 뒤 남은 가족들이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구체적으로 준비해야한다. 이는 환자나 가족 모두에 해당한다. 환자가 떠날 준비를 제대로 하지 못했다면 남은 가족들은 힘겹고 버거운 삶을 이어갈 수밖에 없다. 환자가 가장 바라는 것은 가족의 평안이다. 가족을 위해 자신의 인생을 정리하는 담담한 자세가 필요하다.

– 가족 위해 미리 연명의료 중단도 생각해둬야

내년 3월부터 배우자와 부모-자녀 전원의 동의만 있으면 무의미한 연명의료를 중단할 수 있게 된다. 지금까지는 조부모, 부모, 자녀, 손주 등 만 19세 이상 직계가족 전원의 동의가 필요했다. 할머니의 연명의료 중단 여부를 나이어린 손주도 결정해야 하는 부작용을 해소한 것이다.

건강할 때 본인이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작성해 두면 가족들의 고민을 덜 수 있다. 환자가 미리 연명의료계획서를 써놔도 좋다. 연명의료는 심폐소생술, 혈액 투석, 항암제 투여, 인공호흡기 착용 등이다. 말기 환자가 아무런 의사를 밝히지 않고 혼수상태에 빠지면 가족들이 연명의료 중단을 결정하느라 심적 고통을 겪을 수 있다. 이제 가족을 위해 죽음 준비도 해야 할 때이다.

    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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