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살짜리도 나쁜 리더 알아본다 (연구)

[사진=riggleton/shutterstock]
태어난 지 20개월밖에 안 된 아이도 좋은 리더와 나쁜 리더를 식별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사람은 태어나면 자궁 안에 있을 때보다 훨씬 복잡한 세계에 들어서게 된다. 출생한 직후 몇 년간 특히 습득해야 할 일들이 많다. 사람과 사물을 알아보고 거리와 높이를 가늠하고 안전한 것과 위험한 것 등을 구분할 줄 알아야 한다.

혼자 있던 자궁 속과 달리 다른 사람과 어울려 생활하는 사회성도 형성해나가야 한다. 다른 사람의 생각과 의도를 판단하는 능력을 키워야 한다는 것이다. 선행 연구들 통해 영유아기에 사회성과 연관된 부분들이 발달하기 시작한다는 근거들이 확인되기도 했다.

최근 이탈리아 트렌토대학교 연구팀은 영유아기에 좋은 리더와 나쁜 리더를 구분하는 능력도 형성된다는 새로운 연구를 발표했다. 존경을 받아 권력의 자리에 오른 사람과 무력에 의해 힘을 얻게 된 사람을 식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아이들이 정당한 방법으로 리더가 된 사람과 부당한 방법으로 리더가 된 사람을 구분할 수 있는지 확인하는 실험을 진행했다.

생후 20~24개월의 건강한 아이 96명을 모집했고, 성별 균형도 맞췄다.

실험에 참가한 아이들에게는 몇 가지 만화 영화를 보여줬다. 한 영상 클립에는 3명의 인물이 공놀이를 하고 있을 때, 화려한 모자를 쓰고 막대기를 든 또 다른 인물이 등장했다. 공놀이 중이던 인물들은 새로 등장한 인물에게 정중하게 인사를 함으로써 새 인물이 리더라는 것을 인지할 수 있도록 했다.

리더는 다른 인물들에게 잠잘 시간이니 집으로 들어가라는 명령을 내린 다음 자리를 떠난다. 여기서 영상은 두 가지 유형으로 갈린다. 한 클립은 3명의 인물들이 리더의 명령에 따라 잠을 자는 모습이었고, 또 다른 클립은 명령을 어기고 노는 모습이었다.

연구팀은 아이들이 이 장면들에 흥미를 잃을 때까지 시간이 얼마나 걸리는지 측정했다. 그 결과 아이들은 명령을 어기고 노는 모습을 좀 더 오랫동안 지켜보는 경향을 보였다. 이는 리더의 명령을 어기고 노는 모습이 뜻밖의 행동이었기 때문에 좀 더 유심히 지켜본 것으로 보인다는 게 연구팀의 해석이다.

또 다른 클립에서는 무력으로 리더가 된 캐릭터가 등장했다. 리더는 막대기로 다른 캐릭터들의 머리를 때려 인사를 유도함으로써 부당한 방법으로 리더가 됐음을 암시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리더의 명령을 어기고 노는 모습에 아이들이 특별한 흥미를 가지지 않았다. 나쁜 리더의 말에 불복종하는 모습은 의아하게 여기지 않았다는 해석이다.

단 이번 실험은 아이들이 화면을 응시하는 시간만으로 평가를 내렸기 때문에 아이가 좋은 리더와 나쁜 리더를 구분한다는 명확한 결론을 짓기엔 한계가 있다. 단 응시하는 시간에 차이가 있었다는 것은 적어도 아이들이 의구심을 갖게 만드는 부분이 있었다는 의미로, 사회성을 어느 정도 형성해나가고 있다는 의미로의 해석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이런 내용(Infants distinguish between leaders and bullies)은 미국국립과학원회보(PNAS)에 2018년 9월 발표됐다.

    문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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