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향수 써도 냄새 달라…후각의 뜻밖의 비밀 6

[사진=MintImages/shutterstock]
후각이 발달한 동물 하면 보통 개를 떠올린다. 사람은 시각이 발달한 ‘시각 동물’인 반면, 개는 후각이 예민한 ‘후각 동물’로 분류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사람은 후각 기능이 크게 발달하지 않은 걸까? 일반적으로 예상하는 것보단 뛰어난 기능을 가지고 있다.

◆ 사람이 맡을 수 있는 냄새는 1조 가지= 사람은 얼마나 많은 향을 감지할까? 수백 개 많아도 수천 개 정도를 예상할지 모르겠다. 그런데 이보다 훨씬 많다. 과학 저널 ‘사이언스’에 실린 미국 연구에 의하면 사람은 후각 수용기를 통해 무려 1조 개의 냄새를 맡을 수 있는 능력이 있다.

사람은 시각이 발달한 동물로 분류되지만, 눈이 1000만 개의 색을 분별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것과 비교하면 후각의 능력은 기대 이상이다.

물론 개의 후각은 이보다 좋다. 개는 사람보다 100만 배 뛰어난 후각을 가지고 있다. 또 견종에 따라 후각 능력이 달라진다. 경찰견인 ‘블러드하운드’가 특히 예민한 후각을 갖고 있다. 개보다 후각이 발달한 동물도 있다. 곰은 블러드하운드보다 냄새를 잘 맡는다. 대략 7배 정도 뛰어난 후각을 가진 것으로 보고된다.

◆ 지속적인 냄새 자극에 마비되는 후각= 빵을 굽는 향긋한 냄새가 코를 자극해 빵집 문을 열 때가 있다. 그런데 막상 빵을 고르다 보면 어느새 냄새가 나지 않는다. 후각이 무뎌진다는 의미다. 이를 ‘후각 피로(olfactory fatigue)’라 한다. 보통 부엌처럼 다양한 냄새가 강하게 나는 공간에 있을 때 잘 느낄 수 있는데, 해당 공간을 벗어나면 사라진다. 부엌을 나가 있다가 들어오면 다시 음식 냄새를 맡을 수 있는 이유다.

◆ 쓰는 사람에 따라 달라지는 향수 냄새= 사람이 냄새에 민감하다는 것은 향수를 즐겨 사용한다는 점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우리는 나쁜 냄새를 감추거나 혹은 좋은 향을 내기 위해 향수를 사용한다. 그런데 같은 향수를 사용해도 누가 쓰느냐에 따라 향이 달라질 수 있다.

사람마다 피부의 질감, 몸에서 분비되는 물질, 그로 인해 피부에서 일어나는 화학 반응 등에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피부 표면이 건조한 사람도 있고 유분기가 많은 사람도 있으며, 털의 양, 피부에 사는 미생물 종류 등도 각기 다른데 이런 차이가 향수 냄새에 영향을 미친다.

◆ 추억을 가장 잘 상기시키는 감각= 불현듯 잊고 있던 기억이 떠오를 때가 있다. 이는 냄새가 추억을 불러일으킨 효과 때문일 수 있다. 청국장 냄새를 맡았을 때 할머니가 요리해주던 모습이 떠오를 수도 있고, 염소(살균제) 냄새가 날 때 수영장에서 경험했던 에피소드가 떠오를 수도 있다. 반면 시각이나 청각은 후각처럼 강력한 회상 능력이 없다.

◆ 훈련하면 더 예민해지는 후각= 후각을 떨어뜨리는 요인이 있다. 흡연을 하거나 고혈압약 혹은 항생제 등을 복용하는 사람은 냄새를 탐지하는 기능이 떨어질 수 있다. 축농증, 감기, 독감, 파킨슨병, 알츠하이머와 같은 질환도 후각 기능을 저하하는 원인이다.

반대로 후각 기능을 향상시키는 방법도 있다. 훈련을 통해 좀 더 예민해질 수 있다. 향수를 제조하는 직업을 가질 수 있을 만큼 예민해지진 않아도, 이전보단 날카로운 냄새 감지 능력을 가질 수 있다. 하나의 용기에 여러 조미료나 허브들을 섞은 다음 눈을 감고 어떤 향이 나는지 판별하는 연습을 하면 후각 능력이 향상된다는 보고가 있다.

◆ 자는 동안 떨어지는 후각 능력= 잠을 자는 동안에도 냄새를 맡을 수 있을까? 우리는 아침에 일어나 모닝커피를 마시며 커피의 향을 즐긴다. 하지만 반대로 커피 향 때문에 잠을 깨기는 쉽지 않다. 얕은 잠이 들 때는 일부 냄새를 감지할 수 있지만 깊은 잠에 빠지면 냄새가 잠을 깨울 정도의 역할을 하지 못한다. 알람 시계가 후각이 아닌 청각을 자극해 잠을 깨우는 것도 이러한 맥락과 연관이 있다.

    문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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