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개월 아기 아빠의 후회 “디즈니랜드만 안 갔어도…”

[슬기로운 백신 생활 ③] 너와 나를 연결하는 백신

[사진=KannaA/shutterstock]
백신 예방접종은 감염병(전염병) 예방을 위한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이 때문에 예방접종은 국민 건강에 필수불가결한 요소로서 보건의료 체계에 깊숙이 자리를 잡았다. 하지만 최근 일부 커뮤니티 등을 중심으로 잘못된 정보를 유통하고 더 나아가 백신 거부 운동을 펼치는 상황이 나타나고 있다.

이런 분위기는 국내뿐만이 아니다. 미국, 유럽을 중심으로 전개된 백신 거부 운동은 급기야 ‘집단 면역’의 근간을 뒤흔들고 있다. 최근 미국, 유럽에서 홍역 환자가 다시 늘어나고 있는 것은 그 단적인 예이다.

‘코메디닷컴’은 의사, 과학자 등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서 백신을 둘러싼 이런 불안의 정체가 무엇인지, 그리고 그 불안의 근거는 얼마나 과학적으로 타당한지 따져보았다. 그 과정에서 ‘슬기로운 백신 생활’을 모색한다.

2000년, 미국은 국가적으로 감염병(전염병) 홍역의 종말을 선언했다. 미국이라는 나라에서 더이상 홍역이 발생하지 않는다고 공언한 것이다. 2015년, 홍역의 종말을 선언한 지 15년이 지나고 나서 사건이 하나 터진다.

한 홍역 바이러스 감염자가 디즈니랜드를 방문했다. 홍역 잠복기였던 이 감염자는 별다른 생각 없이 디즈니랜드 여기저기를 돌아다녔다. 이 감염자는 돌아다니는 곳곳마다 바이러스를 남겼고, 많은 이들이 감염됐다. 그 감염자들은 각자의 집으로 돌아가며 또 다른 사람을 감염시켰다. 그렇게 한 달 새 100명이 넘게 홍역에 감염됐다.

지난 5월 한림예술고등학교에서 이례적으로 3명의 홍역 확진 환자가 발생했다. 우리나라는 2014년 세계보건기구(WHO)가 인증한 홍역 퇴치 국가로 국내에서 자생적으로 홍역이 발생하지는 않는다. 한림예고에서의 홍역 환자 역시 홍역에 걸린 외국인과 우연히 감염된 것으로 추정됐다. 현재 11월, 그 후로 지금까지 집단 홍역 감염 사태는 일어나지 않았다.

홍역은 전염성이 매우 높은 감염병이다. 주로 공기를 통해 옮겨지기 때문에, 직접적인 접촉이 없어도 면역이 없는 사람이라면 감염자와 함께 있는 것만으로도 감염될 수 있다. 감염자가 기침, 재채기 등을 했다면 감염자가 이미 떠난 자리에 방문했어도 감염될 수 있다.

이렇게 홍역의 전염성이 무시무시함에도 왜 홍역은 사라진 질병으로 여겨지고, 왜 우리나라에서는 한국판 ‘디즈니랜드 사태’가 벌어지지 않았을까? 홍역은 한 번 면역력이 생기면 평생 걸리지 않는 병이기 때문에 백신으로 충분히 예방할 수 있다. 바로 ‘집단 면역’의 구축되었던 것이다.

질병으로부터의 방어막 ‘집단면역’

공동체 구성원 대다수가 특정 감염병 면역을 가지면 그 질병은 전파가 느려지거나, 전파되지 않는다. 이것이 바로 ‘집단 면역’이다.

면역력이 없는 사람 사이에 바이러스 보유자가 유입되면, 당연히 그 감염병은 빠르게 퍼진다. 하지만 사방에 면역력이 있는 사람이 있다면, 바이러스는 감염시킬 사람을 찾지 못하게 된다. 감염병은 느리게 퍼지거나, 퍼지지 않게 된다. 혹시 그 너머에 면역력이 없는 사람이 있더라도, 이웃의 면역력이 만들어 놓은 방어막에 의해 보호받을 수 있다. 백신마다, 질병마다 다르지만 적어도 90% 이상의 대다수가 면역력이 있어야 집단 면역의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

미국은 ‘백신 괴담’ 등으로 접종률이 급격히 낮아진 국가 가운데 하나다. 당시 ‘미국 소아과의학협회저널(JAMA Pediatrics)’은 디즈니랜드 내 사람들의 백신 접종률이 50%에서 86%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반면 우리나라의 홍역 백신 접종률은 97%가 넘는 것으로 조사된다.

만약 우리나라가 이른바 ‘안아키’ 열풍과 같은 흐름이 확산되어 홍역 백신을 집단 접종 거부했다면 어떻게 됐을까? 아마도 서울에서 한국판 ‘디즈니랜드 홍역 사태’가 발생했을지도 모른다.

너와 나, 우리를 위한 백신

집단 면역은 접종을 받아도 효과가 없거나, 어쩔 수 없이 맞지 못하는 사람을 위한 사회 보호망 역할도 한다. 이재갑 한림대학교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항암제나 면역 억제제를 복용하고 있어 면역이 저하된 사람들, 신장 이식이나 간 이식 등 장기 이식을 받은 사람은 예방접종을 받지 못한다”고 설명했다.

이렇게 우리 주변에서는 예방접종을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사람이 많다.

미국에서 한 소년은 ‘예방접종 의무화 법안’을 지지하며 “항암 치료를 받는 이웃을 위해서라도 모두가 백신을 맞아야 한다”고 호소했다. 이 소년은 백혈병 때문에 3년 반에 걸쳐 약물 치료를 받았고, 다행히 완치 판정을 받았다. 하지만 면역 체계가 무너져 예방접종을 받기에는 역부족이다.

너무 어려도 접종을 받지 못한다. 디즈니 사태 발생 당시 미국 CNN 방송에서는 집에만 있던 신생아가 홍역 확진을 받았다는 소식을 전했다. 갑자기 고열에 시달리고, 호흡 장애와 함께 온몸에 발진이 돋았다. 아이의 부모가 디즈니랜드를 방문한 지 13일 만의 일이었다. 당시 아이의 나이는 생후 4개월로, 홍역 백신 접종 시기인 생후 12개월에 못 미치는 나이였다.

그뿐만이 아니라 어떤 백신 성분에 알레르기가 있는 사람도 있다. 이렇게 백신을 맞지 못하는 사람은 전적으로 집단 면역에 의존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사망률 감소와 인구 증가에 가장 막대한 영향을 미친 백신은 나 자신을 질병으로부터 보호하는 것만이 아닌, 집단면역 구축으로 감염병과 맞서 싸우는 역할까지 하는 것이다.

김봉영 한양대학교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우리의 가족, 친구 그리고 더 나아가 사회 구성원을 지킬 수 있는 방법이 예방접종”이라고 강조했다. 백신 접종은 공동체가 서로 손을 잡고 감염병에 저항하는 공동의 방어막을 치는 것이다. 백신 거부나 백신 불신은 그 공동체의 방어막에 구멍을 뚫는 일이다.

이 기사는 ‘국민 건강 증진 공공 캠페인'(한국인터넷신문협회-한국의학연구소 주최)에 선정된 기획 보도입니다.

연희진 기자 miro22@kor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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