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장암 환자의 후회, “아파트-골목 흡연, 죄송해요”

[사진=Magic mine/shutterstock]
“암 환자가 되니 온갖 후회가 밀려옵니다. 마음고생 심했던 아내에게 너무 미안하구요. 저의 흡연 때문에 고통 받았던 아파트 주민들께도 사죄드립니다.”

신장암으로 누워 있는 김정근(47세, 가명) 씨는 자주 눈물을 흘린다. 암 세포가 신장과 부신을 싸고 있는 콩팥 주위 근막을 넘지 않아 신장암(신세포암) 3기에 해당한다. 회생을 기대하고 있지만 급여화(건강보험 적용)가 안 된 비싼 항암제가 걸림돌이다.

그는 하루에 담배를 두 갑 정도나 피웠던 골초였다. 아들의 기관지가 좋지 않아 아파트 베란다나 계단에서 피우다가 주민들의 항의를 자주 받았다. 1층 단지 도로까지 나와 흡연을 했던 그는 이웃과 다툼도 잦아 아파트 단지에선 ‘유명 인사’였다.

아내의 마음고생이 심했다. 김 씨는 회사 조기 퇴직 후 자영업에 실패해 집에 있는 날이 많았다. 아내가 생활비를 벌었다. 퇴근하면 이웃 주민들이 “남편 단속 좀 하라”고 면박을 줬다. 흡연 때문에 부부싸움도 많이 했지만, 담배는 끊지 못했다.

– 30%가 흡연이 원인, “간접흡연은 더 위험”

신장암은 신장(콩팥)에 생긴 암이다. 85-90% 이상은 신실질에서 생긴 악성종양인 신세포암이므로 일반적으로 신장암은 신세포암을 의미한다. 위암이나 대장암처럼 크게 알려지진 않았지만 국내 10대 암에 포함될 정도로 환자 수가 많다. 2015년에만 4555건 발생했다.

신장암의 위험 요인은 다양하지만 30% 정도는 흡연 때문에 생긴다. 가장 강력한 신장암 발암 인자가 바로 흡연이다. 오랫 동안 간접흡연에 노출되면 더 위험하다. 담배 속의 발암물질은 필터를 거치지 않고 담배의 끝에서 바로 나오는 연기에 더 많기 때문이다. 이처럼 ‘생으로 태우는 연기’가 간접흡연의 85%라는 통계가 있다. 담배를 직접 피우는 흡연자보다 주위에서 연기를 들이마시는 사람들이 더 건강을 해치는 것이다.

– 담배 때문에 생기는 암은 폐암만이 아니다

미국 캘리포니아대(University of California, Irvine) 암센터 교수인 세르게이 그란도 박사는 “담배 속의 니코틴이 암 발생 및 성장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증거들이 속속 밝혀지고 있다”면서 “니코틴의 영향을 받는 암의 종류는 계속 늘어나고 있다”고 했다.

니코틴은 소세포 폐암 및 비소세포 폐암을 비롯해 신장암, 두경부암, 위암, 췌장암, 담낭암, 간암, 대장암, 유방암, 자궁암, 방광암 등의 발병에 관여하고 있다. 니코틴이 암 발생을 촉진시키는 것은 혈액 속을 돌며 유전체에 손상을 입히고, 세포 대사 과정을 방해하며 암 전 단계 세포의 성장과 전이를 돕기 때문이다.

그란도 교수는 “니코틴 제품의 생산과 판매, 마케팅을 할 때는 니코틴에 의한 암 발생을 다룬 연구결과들을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연구(Connections of nicotine to cancer)는 네이처 리뷰 캔서(Nature Reviews Cancer)에 실렸다.

– 신장암, 여성의 비만이 더 위험

신세포암의 5년 생존율은 1기는 88-100%, 2기는 63-88%, 3기는 34-59% 그리고 4기는 0-20%이다. 상당 기간 증상이 없어 늦게 발견하는 경우가 많아 췌장암과 함께 예후가 좋지 않은 대표적인 암이다. 암이 진행되고 나서야 복부의 가장자리에서 통증이 느껴지거나 소변에서 피가 섞여 나올 수 있다.

신장암 예방을 위해서는 금연과 함께 비만을 막아야 한다. 신세포암의 20% 정도는 비만과 관련이 있는데, 특히 여성의 비만이 더 위험하다. 비만이 체내 여성호르몬의 상승을 유도하고 고혈압, 죽상경화증, 대사이상 등의 원인이 되기 때문이다. 고혈압도 신세포암 발생의 위험인자이다.

신장암은 가족력도 조심해야 한다. 부모나 형제, 자매 등 직계가족 중에 신장암 환자가 있다면 전문의와 상의해 정기 검진을 해야 한다. 신세포암의 대부분은 초기에 증상이 없기 때문에 복부 초음파 검사 등을 통해 신장을 면밀히 살피는 것이 좋다.

    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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