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병인 노릇하는 청소년, 불안-우울 우려

[사진=Photographee.eu/shutterstock]

조부모를 병구완하는 청소년들에 관한 연구가 나왔다.

미국 마이애미 대학교 연구진이 간병 청소년 28명을 심층 인터뷰하여 지금껏 제대로 드러나지 않았던 문제를 조명했다.

대상자는 중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학생들로 평균 15세였고, 여학생이 71%였다.

청소년들이 돌보는 대상은 대부분 조부모였다. 부모와 형제가 뒤를 이었으며 이모나 삼촌은 물론, 혈육 관계에 있지 않은 이들의 복약을 돕는 예도 있었다. 간호를 받는 이들 중에는 신경계 관련 질환을 앓는 경우가 12명으로 가장 많았고, 당뇨병 환자가 7명, 그 밖에 천식이나 시력 상실, 노환으로 움직이지 못하는 이들이 있었다.

연구를 이끈 줄리안 벨코위츠 교수는 “아이들은 그저 조부모에게 약을 먹이는 것뿐만 아니라, 의료진의 지시 사항을 직접 듣는 역할까지 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아이들이 집에서 간병인 노릇을 한다는 사실을 쉬쉬하는 부모들이 많다”면서 “의료진은 환자나 보호자가 비난받는다는 느낌이 들지 않도록 주의하면서 누가 환자의 복약을 실질적으로 처리하는지 반드시 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만약 아이들이 복약을 책임지는 가정이라면, 의료진은 정확한 복약이 가능하도록 아이들과 실질적인 의사소통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는 십대들이 대개 스마트폰과 친숙한 점을 들어 “최신 기술을 이용해 복약 정보를 제공하고 지시를 내리는 것도 효율적인 방법일 수 있다”고 조언했다.

한편, 전미 간병 협회 조사에 따르면 8~18세 미국 청소년 가운데 140만 명이 가족 내 돌봄 노동에 기여하고 있었다. 그중 15%는 공부할 시간이 부족하고, 8%는 숙제할 짬도 내기 힘들다고 보고했다. 20%는 클럽 활동이나 방과 후 활동을 하기 어렵다고 말했고, 38%는 병구완 때문에 학교를 빠진 적이 있다고 밝혔다.

벨코위츠 교수는 “기존 연구에 따르면 이런 아이들은 정신 건강상의 문제를 겪거나, 학업 성취도가 떨어지는 경우가 많다”면서 “불안이나 우울증세를 겪을 우려가 있는 아이들을 파악해 지원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시급하다”고 덧붙였다.

    이용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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