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 통증, 뇌파로 측정한다 (연구)

[사진=riopatuca/shutterstock]

“얼마나 아프세요?”

맹장염이나 어깨 석회화 건염 등 극심한 통증으로 응급실에 갔을 때 의사가 묻는다. 응급실을 찾을 정도라면 환자들의 답변은 대개 일치한다.

“아파 죽겠다.”

고통은 주관적이다. 그러나 의료진은 객관적으로 판단해야 한다. 통증 진단에 따라 치료법과 처방이 다르기 때문이다. 의학계는 다양한 통증 평가척도를 마련하고 환자의 통증을 가늠한다. 0~10점까지 고통의 정도에 점수를 매기는 숫자 통증 등급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무조건 “10점!”을 외치며 고통을 호소하는 환자 앞에서 이런 척도는 무력하다.

미국 브라운 대학교 연구진이 환자의 통증을 객관적으로 파악하는 방법을 제안했다. 뇌파 기록을 분석해 통증을 측정하는 방식이다.

뇌파는 두피에 전극을 붙여 측정한다. 뇌의 활동은 특정 주파수의 파형으로 기록된다. 동물이 느끼는 고통과 관계있는 주파수 대역의 뇌파는 세타(theta)파다.

이번 연구를 주도한 칼 사브 교수는 자신의 대학원 시절을 회상했다. 고통을 측정하기 위한 동물 실험이었다. 진통제를 투여하면서 동물을 앞발을 찌르고 얼마나 빨리 발을 치우는지 측정했다. 천천히 빼면 진통제 투약이 잘 된 것이고, 빨리 빼면 투약이 덜된 것으로 판단하는 식이었다.

사브 교수는 “임상에서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실험”이라며 “병원에서 누가 통증을 호소하는 환자를 찌르면서 진단하겠는가”라고 반문했다. 그는 뇌파 측정은 환자에게 추가적인 고통을 주지 않으면서 객관적으로 통증을 측정하는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연구진은 동물을 대상으로 행동 관찰법과 뇌파 측정법으로 통증을 진단한 뒤 결과를 비교했다.

전반적으로 두 가지 방법이 내린 진단은 비슷했지만, 뇌파 측정법을 쓰면 더 정교한 진단이 가능했다. 특히 유효 복용량보다 적은 진통제를 투여했을 때 나타나는 일종의 위약 효과(false positive)까지 검출할 수 있었다.

사브 교수는 “뇌파 측정법을 사용하면 의료진은 물론, 만성 통증에 시달리는 환자도 동의할 수 있는 객관적인 통증 수준을 파악하여 진단의 질을 높이고, 마약성 진통제 남용을 방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An Electroencephalography Bioassay for Preclinical Testing of Analgesic Efficacy)는 사이언티픽 리포트(Scientific Reports)에 실렸다.

    이용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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