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수상한 세포 치료제 ‘면죄부’ 준 식약처, 의혹만 증폭

[바이오워치]

[사진=microgen/gettyimagesbank]
세포 치료제 안전성 논란에 즉각 실사에 나섰던 식품의약품안전처가 ‘문제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하지만 ‘문제 없다’고 결론 내린 이유가 미심쩍어 논란이 확산될 전망이다.

최근 ‘코메디닷컴’이 취재한 결과, 식약처는 “세포 치료제를 제조 생산하는 4개 업체(메디포스트, 바이오솔루션, 코오롱생명과학, 테고사이언스) 모두 문제가 없는 것으로 결론 내렸다”고 밝혔다. 식약처가 설명한 법령 위반 기준 핵심은 세포 은행 유무였다. 세포 은행은 쉽게 말하면 세포를 냉동해서 보관하는 시설이다.

식약처 관계자는 “세포 은행을 구축하지 않은 경우 (세포 공여자가 달라지더라도) 변경 허가를 받지 않아도 된다”며 “제조 회사에서 (세포 치료제의) 품질 문제와 제품 동등성을 입증한 상태에서 운영하게 돼 있다”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캐나다에서 만든 세포 치료제 프로키말도 같은 방식으로 허가된 바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세포 은행을 구축한 경우에는 변경 허가를 받는 게 맞다”며 “제조 규모가 상당히 크고 세포 은행이 변경되는 경우에는 허가를 받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제조 방법 변경은 종균주(세포 은행)가 변경된 것을 말하는데 이 경우에는 허가를 받아야 한다”며 “국내 기준은 외국 기준(미국 FDA, 유럽 EMA)과 동일하게 적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식약처의 주장대로라면 세포 치료제를 제조하는 기업이 세포 은행을 운영하지 않았다면, 세포 치료제의 주요 원료가 되는 세포가 바뀌더라도 따로 신고나 품목 허가를 받지 않아도 된다. 한마디로 제조 회사가 자체적으로 관리하면 문제가 없다는 설명이다. 따라서 세포 은행을 운영하지 않는다는 메디포스트와 바이오솔루션은 식약처로부터 면죄부를 받았다.

하지만 이런 식약처의 실사 결과와 설명은 납득하기가 어렵다.

의혹 1. 세포 은행 정말로 없었나?

셀 뱅크(Cell Bank) 즉 세포 은행은 세포를 냉동 보관하는 시설이다. 세포 치료제를 만들기 위해서는 세포 공여자의 바이러스 감염 유무, 세포가 안전한지 혹은 종양 가능성은 없는지, 배양 후 안전성 등 여러 검사가 필요하다. 어디서 어떤 삶을 살았을지 모르는 타인 세포가 내 몸에 들어간다고 생각해보자. 안전을 위한 여러 검사는 필수적이다.

더구나 이렇게 안전성이 확인된 세포를 필요할 때마다 배양해 세포 치료제의 원료로 사용해야 한다. 세포를 자연 상태로 보관하면 사멸되기에 냉동 보관을 하게 된다. 이런 전반적인 과정을 소위 세포 은행이라 부른다. 경우에 따라서는, 세포 은행이 아니라 다른 이름으로 불러도 그 본질은 같다.

즉, 세포 은행이라 명명하지 않아도 세포 치료제의 원료가 되는 세포를 냉동 보관하고 있다면 세포 은행과 비슷한 형태의 시설을 갖추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한 세포 치료제 전문가는 “대량의 세포를 냉동 보유 하고 있다는 것 자체가 바로 세포 은행”이라며 “세포 은행은 단순한 용어에 불과하다. 임의적으로 얼마든지 다른 이름으로 표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세포 치료제 제조 회사라면 세포를 냉동 보관 안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메디포스트와 바이오 솔루션도 세포를 냉동 보관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메디포스트 관계자는 “세포를 냉동 보관하고 있다”고 밝혔다. 바이오솔루션도 ‘대한화상학회지’에 게재된 논문을 통해 “세포를 냉동 보존액과 혼합한 후 액체 질소 냉동 보존 장비에 보관하여 동종 피부각질세포 세포 은행을 구축하였다”고 명시했다.

하지만 세포 안전성 논란이 일자 메디포스트와 바이오솔루션은 “세포 은행을 구축하지 않고 있다”고 반박했다. 이를 놓고서도 식약처 관계자는 “우리가 왜 살펴봤어야 하나?”라고 반문했다. 식약처가 신경 쓸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 식약처 관계자는 “메디포스트의 경우 허가 신청을 했을 때도 세포 은행 구축 얘기가 없었고, 바이오솔루션도 제출 서류에 그런 내용(세포 은행)이 없었다. 실사에서도 세포 은행이 없는 걸로 조사됐다”며 “허가 신청 서류에 없는 세포 은행을 관리할 근거가 없고, 이는 국제 기준과도 부합하다”고 덧붙였다.

식약처 관계자의 말대로라면, 세포 치료제 제조 회사 입장에서는 세포 은행을 만들어 운영하고서도 서류에 ‘없다’고 하면 그만이라는 것. 이렇게 ‘세포 은행 운영 여부는 중요하지 않다’는 식약처의 주장은 ‘세포 은행 존재 유무가 품목 허가와 관련이 있다’고 강조한 대목과도 앞뒤가 맞지 않는다.

정말로 메디포스트와 바이오솔루션은 세포 은행이 없는 것일까? 식약처는 제대로 확인한 것일까?

의혹 2. FDA는 세포 은행 검증을 요구했다

[사진=미국 오르가노제네시스 동종 유래 세포 치료제 진튜이트(Gintuit)의 CMC Review]
식약처는 “국내 규정은 미국 FDA와 유럽 EMA 등과 동일하다”고 수차례 강조했다. 그러나 확인 결과 세포 치료제의 원료 세포가 바뀌거나 혹은 세포 은행이 변경될 경우 FDA 승인을 받아야 한다.

실제로 미국 오르가노제네시스(Organogenesis)의 동종 유래 세포 치료제 진튜이트(Gintuit)의 CMC Review를 살펴보면 “세포 확장 가능성을 감안해 새로운 세포 은행을 생성하고 승인을 얻어야 한다”며 “FDA 승인을 위해 매년 세포 은행 적격 데이터를 제출해야 한다”는 리뷰어 코멘트가 존재한다.

즉, 세포 치료제 주성분(세포)이 바뀔 경우 미리 신고를 하고 FDA 승인을 받아야 한다는 것. 식약처가 해외 사례로 언급했던 캐나다 오시리스(Osiris)가 개발한 이식편대숙주질환(GVHD) 치료제 프로키말의 경우 캐나다와 일본에서는 허가를 받았다. 하지만 미국 FDA 허가는 받지 못한 상태다.

오시리스는 프로키말의 허가를 위해 FDA와 접촉했지만 지금까지 허가를 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FDA가 요구하는 검증을 통과하지 못했거나 기준을 불충족시킨 것으로 추측해 볼 수 있는 대목이다. 국제 기준을 따른다는 식약처가 앞서 설명했던 것과는 사뭇 다른 내용이다.

또 프로키말(일본 판매명 템셀) 일본 허가 심사 자료를 보면 세포주 공여자 변경 시 품질 관리 검사 ‘specifications’ 검사를 통해 특정 바이러스 검사, 무균 검사, 발암성 시험, DNA 변이 검사, 세포 분화 능력 유무 등 약 30여 가지의 자체 검사를 진행해 규제 기관 실사시 확인할 수 있게 자료를 구비해 놓겠다고 밝히고 있다. 즉, 세포주 공여자가 변경되면 품목 허가에 준하는 수준의 검사를 진행한다는 것이다. 물론 이런 항목은 국내 세포 기질 관리 가이드라인과 국제의약품조화위원회(ICH) 가이드라인에도 명시돼 있는 항목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세포주 공여자가 바뀌면 세포 은행이든 아니든 세포 안전성 검사를 해야 하는게 가장 중요하다”며 “품목 허가에 준하는 검사를 하려면 비용과 돈이 어마어마하게 들다보니 일부 업체는 제대로 하지 않고 있고 관리 감독해야 할 식약처도 관리를 안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또 이 관계자는 “식약처 말대로라면 세포 은행을 만들고 나서도 세포 은행이 아니라 그냥 얼리는 것이라고 하면 끝나는 것”이라며 “그렇다면 비용 많이 드는 세포 은행을 굳이 구축할 이유가 없고 신고나 허가 없이 자체적으로 제조하면 되는 것”이라고 강하게 반박했다.

또 다른 세포 치료제 전문가도 “식약처는 해외 규정과 동일하게 적용하고 있다고 하지만 FDA는 세포주가 바뀔 경우 검증한 후 승인을 받을 것을 요구하고 있다”며 “식약처 말대로라면 일부 업체는 세포 공여자 스크리닝 정도만 한다는 것인데 이것은 마치 아무한테나 혈액형도 따지지 않고 수혈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주장했다.

송영두 기자 songzio@kor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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