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쁜 일은 왜 기억이 잘 날까 (연구)

[사진=Antonio Guillem/shutterstock]
기억에 관한 일련의 연구들은 인간이 긍정적인 경험보다는 부정적인 경험을 더 생생하게 기억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미국의 ‘워싱턴 포스트’는 최근 독자들을 대상으로 한 무기명 설문 조사에서 이런 사실을 다시 한 번 확인했다.

독자들은 가장 인상적인 기억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대해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욕실 바닥에 쭈그려 울던 날’, ‘막 자살하려던 순간’ 등을 떠올렸다. 물론 ‘어린 날의 평화로운 부활절 아침’, ‘남편을 처음 만난 날’ 등을 첫손에 꼽은 이들도 있었다. 그러나 대개의 사람들은 트라우마와 관련된 순간을 중요하게 기억했다.

왜 우리는 좋은 추억보다 나쁜 추억을 더 깊이 간직하는 것일까?

스탠포드 대학에서 심리학을 가르치는 로라 카스텐슨에 따르면, 이는 진화 과정에서 생겨난 경향이다. “생존에는 들판에 핀 꽃에 감탄하는 것보다 덤불에 숨은 사자에 주목하는 것이 훨씬 중요했던 것”이다.

이런 기억의 경향에는 또한 나이가 중요하다. 카스텐슨 교수는 “부정적인 기억을 중시하는 면모는 청년들에게서 훨씬 강하게 나타난다”고 설명한다. 그들 앞에는 길고도 불투명한 미래가 놓여 있기 때문에 위험 혹은 고난에 관한 정보를 저장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반면 노인들은 앞으로 살날보다는 현재가 중요한 사람들이다. 그래서 노인들은 부정적인 기억보다는 당장의 기분을 좋게 만드는 긍정적인 정보에 집중하는 경우가 많다.

카스텐슨 교수는 마지막으로 우리의 기억이란 고정불변의 것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했다. 기억이란 대개 계속적으로 반복, 재생되는데 그 순간마다 다듬어지기 마련이라는 것. 따라서 “오래된 추억일수록 사실과는 다른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용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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