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위 “정신병동 사물함 검사, 사생활 침해”

[사진=sfam_photo/shutterstock]
#. A씨는 정신의료기관인 ○○병원에 입원 중이다. ○○병원에서는 주1회 정기적이고 일률적인 사물함 검사가 이뤄지고 있다. 병원에서 근무하는 보호사 B씨는 병원 규정에 따라 사물함 검사를 하던 중, A씨의 사물함에서 실외용 슬리퍼를 발견했다.

보호사 B씨는 외부에서 신는 슬리퍼를 사물함에 보관하면 개인 위생 및 병실 위생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판단하여, A씨에게 “신발장에 넣는 것이 좋겠다”고 말했다. A씨는 본인의 신발이 분실될 것을 우려하여 보호사의 슬리퍼 수거에 항의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보호사 B씨의 주장은 이렇다. 사물함 검사를 마치고 슬리퍼를 수거하자 흥분한 A씨가 “슬리퍼를 분실하면 보호사님이 책임질 거예요?”라며 계속 똑같은 말을 반복했다. 이야기 진행이 되지 않아 돌려보내려고 하니, 언성을 높였고 타 환자가 A씨를 데리고 나갔다는 것. 보호사 B씨는 이후 진정된 A씨와 슬리퍼 수거 이유 등에 대해 원만하게 해결했다고 주장햇다.

하지만 지난 5월 A씨는 본인 동의 없이 사물함 검사를 하고, 신발을 가져간 것에 대해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 침해라며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다.

2일 국가인권위원회는 정신 의료 기관의 주1회의 정기적 사물함 검사가 입원 환자의 사생활 비밀과 자유를 침해하는 행위라며, 내부 규칙 개정 등 대책 마련을 권고했다.

병원 측은 위해 도구 및 병실이나 개인 위생에 문제가 되는 물건이 발견되면 회수하여 본인 동의하에 별도 보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환자가 가지고 있는 물품 중 위험하거나 병동 내 위생에 문제가 되는 물품이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검사 목적은 입원 생활에서 일어날 수 있는 자해·타해·질병 등을 예방하기 위함이라고 밝혔다.

인권위는 다수 정신 질환자가 있는 정신 의료 기관에서의 사물함 검사 행위 자체의 필요성을 완전히 부정하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개인 사물함은 환자의 유일한 사적 영역”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인권위는 병원에서 실시하는 사물함 검사는 안전 관리 및 치료 보호를 위해 그 필요성이 명백히 인정되는 경우에만, 필요 최소한의 범위 내에서 실시해야 한다고 봤다. 그 과정에서 환자의 동의가 필요하며, 적어도 검사 일시, 방법, 실시 이유 및 결과 등을 기록으로 남겨야 한다는 것이다.

또 인권위는 “해당 병원에서는 입원 환자들의 외출·외박·산책·면회 후 소지품 검사를 위해 위해도구 소지 여부를 검사하고 있다”며 “그런데도 매주 1회 사물함 검사가 필요한지는 의문”이라고 덧붙였다.

    연희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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