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진→법정 구속 의사 3인, ‘어린이 사망 사건’의 전말은?

[사진=Have a nice day Photo/shutterstock]
탈장을 변비로 오진해 금고형을 선고받은 의사들이 오는 11월 16일 항소심을 앞두고 유족과 합의했다.

현두륜 법무법인 세승 변호사는 지난 10월 31일 의료 전문 법원 출입 기자단과의 만남에서 환아 사망 사건의 전말과 합의 내용을 알렸다. 현 변호사는 의사 3인 중 응급의학과 A씨의 변호를 맡고 있다.

현두륜 변호사는 “지난 10월 29일 의사 3명이 유가족과 만나 합의금을 지급하고 유가족으로부터 처벌을 원치 않는다는 처벌 불원서를 받았다”고 밝혔다. 형사 합의금은 앞서 유가족에게 지급된 민사 배상금 1억4000만 원에 준하는 수준으로 봉합됐다.

응급실 찾아온 환아, ‘변비로 인한 급성 복통’ 진단

지난 2013년 5월 27일 새벽 12시경, 환아(8세)는 복통 증상을 호소하며 S 의료원을 찾았다. S 의료원 레지던트는 초진 후 응급의학과 과장 A씨에게 환아를 인계했다. 복부 엑스선 영상을 확인한 A씨는 환아의 복통이 학령기 소아에게 자주 발생하는 변비 및 일시적 장꼬임으로 인한 급성 복통으로 진단했다.

약물, 관장 처치를 받은 환아는 복통 증상이 호전됐고, A씨는 “예후 관찰을 위해 평일에 소아과 외래로 방문하라”고 지도했다. 귀가 조치 당시 복부 및 흉부 엑스선 영상이 있기는 했으나 영상의학과 전문의의 판독 결과는 나오지 않은 상태였다.

같은 날(2013년 5월 27일) 오후 2시경, 환아는 S 의료원 소아과 전문의 B씨에게 외래 진료를 받았다. B씨는 환아의 상태를 변비로 진단하고 5월 29일 내원하도록 조치했다. B씨는 진료 당시 “병원 시스템 상 흉부 엑스레이 사진이 뜨지 않아 확인이 불가능했다”고 주장했다.

영상의학과 전문의가 복부 및 흉부 엑스선 판독 보고서가 나온 것은 5월 28일이었다. 해당 전문의는 “엑스레이에서 흉수가 발견돼 폐렴이 의심된다”는 소견을 달았지만 A씨에게 따로 연락을 하지는 않았다.

다시 찾아온 복통, 대학 병원 찾았지만…

2013년 5월 30일 오전, 환아는 S 의료원 소아과 외래로 내원해 B씨의 진료를 받았다. B씨는 흉부 엑스레이 영상과 판독 보고서를 확인하지 않은 상태였다. B씨는 문진과 촉진을 통해 환아에게 비특이적인 복통이 나타난 것으로 진단하고 변비약을 처방했다.

그러나 2013년 6월 8일 오후 3시경, 환아가 심한 복통을 호소하며 S 의료원 응급실을 다시 찾았다. 당시 가정의학과 레지던트 3개월차였던 C씨는 환아의 복부 엑스레이를 재촬영했다. 이날 촬영된 엑스레이 사진에서는 환아 흉수의 양이 늘고, 비정상적인 공기 음영이 새롭게 보였다.

같은 날(2013년 6월 8일) 밤 11시 4분경, 환아는 복부 통증, 발열, 비정상적인 호흡 증상으로 E 대학 병원 소아응급센터를 찾았다. 환아의 보호자는 의료진에게 “5월 초 합기도를 하다가 맞은 것 같다”는 병력을 알렸다.

E 대학 병원 의료진은 혈액 검사, 흉부 및 복부 엑스레이 촬영을 통해 급성 충수돌기염, 급성 위장관염, 긴장성 기흉 및 혈흉 소견을 확인했다. 의료진은 좌측 흉강천자, 좌측 폐 흉관배액술 등을 처치했으나 다음날(2013년 6월 9일) 새벽 2시 4분경 환아는 1차 심정지 상태에 이르었다.

의료진은 환아에게 흉부 및 뇌 CT 검사를 시행하고 환아의 우측 폐에 흉관삽관술을 시행했다. 환아의 상태가 일시적으로 호전됐으나, 오전 8시 45분경 환아는 2차 심정지를 일으켰다. 심폐소생술 등 응급 처치를 받은 환아는 9시 14분경 3차 심정지를 일으키며 끝내 오전 10시 6분경 사망했다.

병원 상대 민사 소송 제기한 유가족, 의사 3인 형사 책임 물어

유가족은 S 의료원과 E 대학 병원을 상대로 2억6800만 원대 민사 소송을 제기했다. 2015년 5월 13일, 서울중앙법원은 S 의료원의 진료상 과실만 인정하고 E 대학 병원의 응급 조치에는 문제가 없다는 취지로 판결했다.

S 의료원은 1억4000만 원 가량의 민사 배상금을 지불했다. 이후 유가족은 “횡격막 탈장 진단을 지연해 환아를 사망케 했다”는 취지로 S 의료원 의사 A, B, C씨를 형사 고발했다.

지난 10월 2일, 수원지법 성남지원은 응급의학과 전문의 A씨에게 금고 1년, 소아과 전문의 B씨에게 금고 1년 6개월, 가정의학과 전공의 C씨에게 금고 1년을 각각 선고하고 “도주의 우려가 있다”며 이들 3인을 법정 구속했다.

현두륜 변호사는 “의사들이 일부 오진이 있었다는 점까지 부인하는 것은 아니다”고 했다.

다만 현두륜 변호사는 “재판부에서 너무 쉽게 사망과의 인과 관계를 인정한 것이 아닌가 한다”고 말했다. 치료 기회 상실에 대한 책임은 물을 수 있지만 다른 병원에서 수술을 받다 발생한 사망까지 인과 관계를 인정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것.

현두륜 변호사는 “법원이 도주 우려를 이유로 의사를 구속했지만 진료하는 의사들을 굳이 구속할 필요가 있었는지 의문”이라며 “민사 재판을 통한 배상은 이미 병원 측을 통해 이뤄졌다”고 말했다.

현두륜 변호사는 “법원이 실형을 선고하고 법정 구속 명령을 내린 데는 유족과 사전 합의에 이르지 못했기 때문으로 추측된다”면서 “현 시스템 상 유가족의 협조 없이 의사 3인끼리 합의를 진행할 수는 없다”고 했다.

현두륜 변호사는 “법원의 구속 결정이 당초 예상보다 무리한 합의금이 이끌어냈다”며 “합의가 안됐다고 법정 구속을 하는 사례가 관행화되면 의사들의 자기 방어가 어떻게 가능하겠느냐”고 말했다.

한편, 대한응급의학회, 대한의사협회등은 항소심 공판을 앞두고 발빠른 대응에 나서고 있다. 대한응급의학회는 전국 응급의학과 전문의 탄원서 서명 운동을 벌여 상급심 재판부에 제출할 예정이며, 대한의사협회는 “오는 11일 광화문에서 열릴 ‘제3차 전국 의사 총궐기 대회’를 통해 의료계 역량을 모으겠다”고 밝혔다.

맹미선 기자 twilight@kor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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