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암 환자 가족의 눈물, “약값 위해 집도 팔았어요”

[사진=Nerthuz/shutterstock]
“아내와 자식들한테 너무 미안해요. 제 약값을 대기 위해 하나 남은 재산인 집까지 팔았다네요. 일찍 담배를 끊었으면 이런 일이 없었을 텐데…”

폐암의 한 종류인 비소세포폐암 환자인 이도선(가명, 남) 씨는 암이 재발해 다시 치료를 받고 있다. 그는 최근까지 비소세포폐암에 효과가 좋은 면역항암제 투여를 놓고 극심한 심적 갈등을 겪었다. 신약이 급여 대상(건강보험 적용)이 아니어서 회당 200-300만 원에 달하는 면역항암제를 자비로 맞아야 했기 때문이다.

암 재발 전 이미 상당한 치료비를 지출했던 그는 가족을 위해 ‘치료 포기’를 생각하기도 했다. 하지만 아내가 “가능성이 있는데, 약값이 비싸다고 안 쓸 순 없다”고 고집했다. 결국 아파트를 팔아 마련한 돈으로 신약 치료를 받기로 했다.

가족들도 고민이 없는 것은 아니다. 아들과 딸은 모두 미혼인데다 취업준비생이라 아르바이트로 생활비를 보태고 있다. 이들은 모두 아버지의 담배 연기 속에서 성장했다. 자녀들이 고교생 때까지 아버지는 안방에서 담배를 피웠다. 아들인 이 모 군은 “어머니의 잔소리가 있었지만, 아버지는 흡연을 멈추지 않았다”고 기억했다.

– 암 환자 가족은 비싼 약값에 다시 운다

암 3기 이후 환자와 가족들은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면역항암제를 찾고 있다. 하지만 효과가 있다고 알려진 항암제 가운데 비급여(건강보험 미적용) 의약품이 상당수이기 때문에 다시 눈물을 흘려야 한다. 암 종류에 따라 한 달 약값만 1000만 원이 훌쩍 넘어 1년이면 억대에 달할 수 있다.

신약이 보험 혜택을 받으려면 절차가 까다롭고 오래 걸린다. 먼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약제급여평가위원회를 통해 해당 의약품의 유용성과 필요성을 검증해야 한다. 제약사에서 제시한 가격에 대해 효과 대비 비용을 따지는 절차도 중요하다. 우리나라는 신약 허가 후 건강보험 급여 등재까지 평균 601일이 걸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 245일에 비해 2배 이상이다.

약값이 너무 비싸 효과에 비해 경제적인 효율성이 떨어지면 보험 적용이 계속 미뤄진다. 무작정 건강보험 적용을 해주면 국민의 혈세가 투입된 건보 재정이 흔들린다는 논리이다. 그러나 신약의 경제성 평가에 앞서 확실한 효과를 보이는 약에 대해선 치료를 우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 비싼 약값에 개인 파산 신고도 증가한다

일부 항암제는 식품의약품안전처의 허가를 받은 지 10년이 넘게 지났지만 건강보험에 등재되지 않고 있다. 일부 제약사의 경제 논리도 작용하고 있다는 시각도 있다. 그 사이 환자들은 막대한 약값을 자비로 충당할 수밖에 없다. 현금이 고갈돼 파산을 겪는 등 경제적 고통에 신음하고 있다. 이른바 ‘메디컬 푸어’가 될 수밖에 없는 처지다.

– 건강할 때 담배부터 끊어라. 흡연은 암 사망의 30%

폐암 환자인 이 씨는 자신의 암 발병 때문에 가세가 기울자 이제야 “아예 처음부터 담배를 피우지 말아야 했다”며 후회하고 있다. 경제적인 문제 뿐 아니라 가족의 건강도 위협받고 있다. 같은 방을 쓰며 평생 간접흡연에 시달려온 그의 아내도 폐가 좋지 않다. 아들과 딸은 가족력에 간접흡연 후유증을 우려해 폐암 검진에 신경 쓰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소는 암 사망의 30%는 흡연에 의해, 30%는 음식, 18%는 만성감염에서 비롯된다고 했다. 담배만 끊어도 암으로 인한 사망의 30%를 줄일 수 있다. 흡연은 폐암 뿐 아니라 위암, 간암, 췌장암, 신장암 등 많은 암들의 위험 요인이다. 담배의 발암물질이 위벽을 자극하고 혈액 속을 흐르며 몸 전체에 악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 담배의 유혹? “가족을 생각하라”

폐암 예방법 중 가장 확실한 것은 금연이다. 약 90%의 폐암은 담배만 끊어도 예방이 가능하다. 폐암은 초기 증상이 없어 늦게 발견하는 경우가 많다. 앞의 이 씨의 사례처럼 막대한 돈이 드는 약을 사용할지도 모른다. 이미 담배에 길들여 있다면 자신 때문에 고통 받을지도 모를 가족의 얼굴을 떠올려보라.

박영식 서울대학교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폐암은 진단과정이 복잡하고, 병기에 따라 정확한 진단과 최적의 치료를 결정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면서 “최근 수술기법, 방사선 치료 기술, 항암제 등이 좋아져서, 나이가 많더라도 적극적으로 치료하는 것이 좋다”고 했다.

    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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