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과 안 맞는 식약처 발사르탄 강경 대책 ‘삐끄덕’

[바이오워치]

[사진=Grycaj/shutterstock]
일부 발사르탄 성분 고혈압 약에서 발암 물질이 검출된 사태 이후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오는 12월 31일까지 발사르탄 성분을 사용하는 모든 원료 및 완제사에 대해 공정 검증 자료를 제출하라는 강도 높은 행정 지시를 내렸다.

하지만 강도 높은 대책에 비해 공정 검증을 받을 수 있는 유일한 기관인 보건환경연구원이 업체의 검사 의뢰를 감당할 여건이 안 돼 제약 업계가 발만 동동 굴리고 있다.

식약처는 최근 발사르탄 내 불순물 N-니트로소디메틸아민(NDMA)이 잠정 관리 기준(0.3ppm) 이하로 관리되고 있음을 입증하는 공정 검증 자료를 12월 31일까지 제출하라고 행정 지시했다. 기간이 지나면 식약처는 한 달간 출하 가능한 제품을 검토한다.

여기엔 현재 NDMA 기준 초과 검출로 판매 금지된 제품뿐만 아니라 기준 이하 검출, 불검출된 제품도 모두 포함된다. 만약 이를 지키지 않으면 행정 처분 등이 내려질 수 있다. 즉, 내년(2019년)부터는 공정 검증을 통해 NDMA가 기준치 이하로 관리되고 있음을 명확히 입증한 제품만 출하하도록 문턱을 높인 것이다.

이에 따라 NDMA 초과 검출돼 판매 금지된 제품은 공정 분석을 거쳐 입증된 자료에 대해 식약처 검토가 끝날 때까지 제품을 판매할 수 없다. 현재 NDMA가 기준 이하로 검출됐거나 불검출된 제품의 경우, 12월 31일까지 판매는 가능하지만, 역시 자진해서 공정 검증 자료를 기한 내 제출해야 한다. 검증 자료 미비 등 식약처 검토 기한(2019년 1월 31일) 전에 절차적 보완이 완료되지 않은 제품은 출하될 수 없다.

문제는 공정 검증이다. 현재 식약처가 지정한 공정 검증 기관은 보건환경연구소가 유일하다. 보환연은 전국 시도별로 16곳이 있는데, 규정상 기업은 자신이 소속된 지역의 보환연에서만 검사를 의뢰할 수 있다. 하지만 경기도 보환연은 검사 장비가 한 대뿐인 데다 법적으로 처리해야 하는 검사로 24시간 장비가 가동되고 있어 제약사의 검사 의뢰를 못 받는 실정이다.

실제 25일 열린 식약처 발사르탄 조치 관련 설명회에 참석한 경기도 소재의 한 업계 관계자는 “12월 31일까지 공정 검증을 제출하라고 하지만, 검사 기관인 보환연에서 분석할 수 없다는 답변을 받았다”고 말했다.

경기도 보건환경연구원은 추가 장비를 들일 계획이지만, 내년 초에나 가능할 것으로 전해졌다. 식약처가 다른 시도 보건환경연구원에서 검사를 받을 수 있도록 협조를 요청했지만, 이마저도 사정의 여의치 않다. 보건환경연구원이 소재지에서 요청된 의뢰를 처리하기에도 벅차 다른 지역의 의뢰까지 받을 여력이 없기 때문이다.

충북 소재의 한 업계 관계자는 “우리도 장비가 타 부서에 있어 장비 사용이 쉽지 않다고 들었다. 게다가 한 업체만 하는 것이 아니라 워낙 많은 업체가 몰리다 보니 검사가 더 늦어진다”며 “일단 검사 결과를 받는 데까지 근무일 기준 30일이 걸린다고 들었는데, (지연되는 걸 감안하면) 60일까지도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식약처가 강력한 행정 지시를 내렸지만, 유일한 검사 기관인 보건환경연구원은 충분한 검사 여건도 갖춰지지 않은 것. 제출 마감 기한이 두 달여 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제약사들은 자칫 제출 기한을 넘겨 불이익을 받게 될까 전전긍긍한 상태다.

일각에서 장비와 세팅된 분석법을 갖춘 제약사는 자체적인 분석을 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요청도 있었지만, 식약처는 ‘공신력’ 담보를 이유로 자체 분석은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식약처 관계자는 “보건환경연구원에 최대한 협조를 부탁한 상태”라며 “만약 이런 이슈로 업계가 기한 내 자료를 제출하지 못하는 상황이 생기면 기간을 유예하는 방안도 논의해보겠다”고 답했다.

    정새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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