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터 헬기 무용지물? 이국종의 고백

[사진=2018년 국립중앙의료원 국정 감사 김승희 의원 질의 현장]
이국종 교수가 ‘닥터 헬기 골든 타임’ 사수를 위해 중간급 관리자의 협조를 강조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김승희 자유한국당 의원은 24일 국립중앙의료원 국정 감사에서 응급 의료 전용 헬기(닥터 헬기) 운용의 문제점을 듣고자 이국종 아주대학교병원 교수를 증인으로 소환했다.

김승희 의원은 지난 9월 전남 여수에서 발생한 사망 사건을 언급했다. 해경승무원 박 씨(57)는 해상 종합 훈련 중 양묘기에 다리가 끼어 허벅지가 절단됐다.

현장 근방에는 119, 전남 외상 센터, 해경 서해지방청 등 3곳에 닥터 헬기가 있었지만 끝내 박 씨는 사망했다. 전남 닥터 헬기 부두가 허가받은 인계 장소(인계점)이 아니라는 이유로 헬기 이륙이 거부, 지연됐기 때문이다.

이국종 교수는 영국 런던의 닥터 헬기 구조 영상을 띄우며 “응급 환자를 구하기 위해 정해진 인계점에만 헬기를 보내야 한다는 법은 세상 어디에도 없다”고 강조했다.

이국종 교수는 “우리나라 중증 외상 환자가 사고 현장에서 수술방까지 도착하는 시간이 평균 7시간에 달한다”며 “닥터 헬기를 활용하면 30분 내로 수술이 가능하지만 우리나라는 헬기 자체를 띄우지 않는 것”이라고 했다.

이국종 교수는 응급 현장의 취약함도 전했다. 이 교수는 “닥터 헬기가 뜨더라도 무전기가 부족해 카카오톡으로 응급 대원, 의료진 간 커뮤니케이션이 이뤄진다”며 “그것도 LTE 통신망이 터지는 낮은 고도에서나 가능한 일”이라고 말했다.

김승희 의원이 공개한 ‘닥터 헬기 이착륙 사용 불가로 인한 현황 자료’에 따르면, 2015년부터 2018년 8월까지 헬기 이착륙 기각, 중단 건수는 80건에 달했다. 기각, 중단 주요 사유는 비인계점(61.3%), 주차장 만차(13.8%), 행사 진행(10%), 제설 미실시(7.5%) 등이었다.

이국종 교수는 “중증 외상 현장 개선을 위해서는 중간급 관리자의 협조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는 닥터 헬기로 인한 비용 발생, 사고 가능성, 민원 가능성으로 인해 일부 관리자들이 여러 규정을 들어 헬기 이착륙을 거부하고 있기 때문.

이국종 교수는 “보건복지부 장관 등 고위 관계자가 개선 의지를 보여도 닥터 헬기를 직접 관리하는 중간급 관리자가 책임을 회피하면 현장에서는 할 수 있는 일이 없다”고 했다.

이국종 교수는 “닥터 헬기 운용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닥터 헬기로 인한 소음 등의 피해를 주변에서 함께 나누며 감내해 줄 수 있는 시민 의식 개선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김승희 의원은 “닥터 헬기는 꺼져가는 생명의 불씨를 다시 살리기 위해 없어서는 안될 중요한 수단이지만 정작 인계점 등 시스템을 제대로 갖추지 못해 닥터 헬기의 충분한 역할이 발취되지 못하고 있다”며 “제도 및 예산 지원, 시민 의식 개선 등의 기반이 더 체계적으로 구축돼야 한다”고 밝혔다.

맹미선 기자 twilight@kor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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