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왜 창피한 감정을 느낄까? (연구)

[사진=shurkin_son/shutterstock]
다른 동물과 달리 사람은 창피함과 부끄러움을 느낀다. 딱히 왜 있어야할지 모를 이 같은 감정이 존재하는 의미를 추론한 연구결과가 나왔다.

창피함, 부끄러움, 수치스러움 등의 감정은 행복이나 기쁨과 같은 ‘긍정적인 감정’보다 슬픔이나 분노처럼 ‘부정적인 감정’ 카테고리에 가깝다. 전혀 즐겁지 않은 이 같은 감정은 왜 드는 걸까?

최근 캐나다 몬트리올 대학의 연구가 이에 대한 답을 제시했다. 수치심은 인간의 생존과 번영에 유용하게 작용했기 때문에 오늘날까지 존재하는 것일 거란 설명이다. 특히 사람의 이기적인 생각과 행동을 제어하는데 도움이 됐을 것이라고 해석했다.

연구팀은 에콰도르, 시베리아, 모리셔스 등 서로 다른 지역 15곳에 사는 사람 899명을 대상으로 인터뷰 조사를 진행했다.

실험참가자들과 동일한 성별을 가진 가상의 인물에게 처한 12가지 상황을 제시하고, 각 상황이 부끄러운 상황인지 아닌지 물었다. 각 인물은 얼굴이 못생겼거나, 게으르거나, 도둑질을 했거나 하는 등의 상황에 놓여있었다.

더불어 각 인물의 평판에 대한 점수도 매겼다. 다른 사람들이 각 인물의 가치를 어떻게 평가할 것이라고 생각하는지 물은 것. 또 각 인물들이 자신의 처지를 부끄럽게 여길지의 여부에 대해서도 판단해보도록 했다.

분석 결과, 수치심을 크게 느낄 것이라고 판단한 인물과 다른 사람으로부터 안 좋은 가치 평가를 받았을 것이라고 본 인물이 일치하는 패턴을 보였다. 동일한 지역에 사는 실험참가자들의 답변이 보다 유사하긴 했지만, 전반적인 실험참가자들의 답변 패턴 역시 비슷했다.

즉 수치심은 문화접촉에 의한 생산물이라기보다, 자연선택에 의해 오늘날까지 살아남은 감정일 것이란 분석이다.

인류는 서로 긴밀하게 연결된 작은 집단에 소속돼 살아왔는데, 집단의 생존을 위해서는 부끄럽고 창피한 감정이 존재해야 했을 것이란 게 연구팀의 설명이다. 다른 구성원들과 대립되는 행동은 집단의 생존에 위협이 되므로, 이에 대해 수치스러움을 느끼도록 진화했다는 것이다.

집단의 번영을 위해서도 필요했을 것으로 보았다. 다른 사람의 음식을 몰래 훔친다거나 자신만 수렵과 채집에서 빠지는 이기적인 행동이 창피하다는 걸 느껴야 집단 번영에 기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즉 수치심은 집단이 위기에 빠지지 않고 안정적인 사회가 유지되도록 만드는 중요한 수단이었을 것으로 보인다.

단 그렇다고 해서 수치심이 좋은 기능만 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인류 역사에서 다수가 항상 옳았던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이런 내용(Cross-cultural invariances in the architecture of shame)은 미국국립과학원회보(PNAS)에 9월 게재됐다.

문세영 기자 pomy80@kor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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