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 걸린 부모 재산, 자식이 관리하려면?

[사진=BlurryMe/shutterstock]
40대 주부 A씨는 3년 전부터 치매에 걸린 어머니를 돌봐왔다. 사리 판단 능력은 떨어지지만 신체 기능은 양호한 어머니는 곧잘 집 밖으로 사라지기 일쑤다. 어느 날, 어머니 명의로 된 재산을 정리하던 A씨는 자신이 어머니의 법적 의사를 대신하려면 법정 후견인이 되어야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집안 문제를 다른 사람에게 맡기기 싫었던 A씨는 친족 후견인 자격을 신청하기로 한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하지 않았다. 집안일, 돌봄만으로 이미 에너지가 바닥이었던 A씨에게 후견인 교육, 재산 정리, 정기 보고서 작업 등 생소한 업무가 추가된 것. A씨는 ‘번 아웃’ 상태에 빠져버렸다.

2013년 7월 도입된 성년 후견 제도는 법원이 치매, 발달 장애 등으로 재산 행위, 치료 및 요양 등 복리 행위를 하기 어려운 사람에게 후견인을 선임하는 제도다.

김윤정 서울고등법원 판사는 23일 ‘제5회 세계 성년 후견 대회’에서 친족 후견인 심리 상담 지원 프로그램을 소개했다.

성년 후견인의 70% 이상이 전문가 등 제3자 후견인인 일본과 달리, 우리나라는 가족, 친척 등 친족 후견인이 성년 후견인의 80%를 차지한다. 김윤정 판사는 “친족 후견인은 피후견인의 신상을 돌보는 일에는 익숙한 반면 재산 관리 등 전문 영역 업무에 어려움을 겪는다”고 말했다.

김윤정 판사는 “친족 후견인 선임 후 후견인이 심리적 무력감을 호소하거나 주변 가족이 비협조, 반대, 방해하는 일이 곧잘 일어난다”고 했다. 서울가정법원이 지난 2017년 4월부터 친족 후견인 상담 지원을 하게 된 것도 이 때문이다.

김윤정 판사는 “후견인의 심리적 부담감이 과해지면 후견인이 설사 가족이어도 후견 업무를 회피하거나 더 이상 관여하지 않게 된다”며 “이러한 피해는 약자인 피후견인에게 고스란히 돌아간다”고 말했다.

서울가정법원의 상담 프로그램은 치매, 만성 조현병, 만성 알코올 환자 등을 부여하는 친족 후견인을 대상으로 한다. 모든 친족 후견인은 회당 60~90분가량의 개인 상담을 10회기 이상 받을 수 있다.

김윤정 판사는 “대체적으로 아시아 문화권이 서양 문화권보다 부모 부양의 부담이 큰 편”이라고 했다. 김 판사는 “특히 남성보다 여성이 더 큰 심리적 부담을 느낀다”며 “직업이 없는 대다수 여성들이 오랜 시간 사회와 단절돼 어떤 외부 도움을 받을 수 있는지 상상을 못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김윤정 판사는 “기존에는 피후견인 보호를 위해 후견인을 더 많이 교육하고, 더 철저히 관리해야 한다는 것이 지배적”이었으나 “최근 들어 ‘후견인의 복리가 곧 피후견인의 복리’라는 쪽으로 시각이 바뀌고 있다”고 했다.

김윤정 판사는 “의사 결정 능력이 떨어지는 부모, 형제의 재산을 가로채거나 장애를 앓는 자녀에게 부적절한 치료를 시도하는 등 엄격한 제재가 필요한 후견인이 있는 반면, 다수의 친족 후견인에게는 보다 적극적인 심리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제5회 세계 성년 후견 대회’는 10월 23일부터 25일까지 서울 용산에서 개최된다. 지난 2010년 처음 개최된 세계 성년 후견 대회는 유엔 장애인권리위원회 위원장을 비롯해 세계 20국에서 500여 명의 후견 관련 전문가가 참석하는 국제 포럼이다.

보건 당국은 2013년 성년 후견 제도 도입 이후 발달 장애인, 정신 질환자, 저소득 치매 노인에 대한 공공 후견 지원 사업을 실시하고 있다.

맹미선 기자 twilight@kor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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