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가 편할 수 있게…드라마로 ‘치매’ 진단

– 뇌 과학 기반 7분짜리 드라마로 검사

– 정확도 최대 95%, 실생활 인지능력 평가

[사진=Orawan Pattarawimonchai/shutterstock]
치매는 아직 뚜렷한 치료 방법이 없다. 조기진단으로 발병 시기를 최대한 미루는 것이 최선이다.

그래서 의과학자들은 치매 징후를 일찍 발견할 수 있는 보다 간단하고 편안한 진단법을 찾는데 힘을 쏟고 있다.

최근 국내 연구팀은 짧은 드라마 한 편으로 치매를 조기 진단하는 방법을 찾았다.

삼성서울병원 신경과 나덕렬 교수, 한국과학기술연구원 최지현 박사, 전북대병원 신경과 김고운 교수 팀이 뇌 과학에 기반을 둔 시나리오를 토대로 만든 영상으로 치매를 진단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연구팀이 개발한 영상은 생일을 맞은 1명과 생일파티에 초대받은 6명에게 일어나는 상황을 중심으로 한 미니 드라마가 담겨 있다. 상영시간은 7분에 불과하지만 등장인물, 배경, 소품, 어투 및 억양 등 모든 요소를 사전에 치밀하게 계산해 개인 인지기능 평가에 최적화했다.

드라마 전체 분량을 360도 카메라로 촬영한 구성도 돋보인다. 연구팀은 “실험참가자가 HMD(Head Mounted Display, 안경을 쓰고 영상을 보는 장치)를 착용한 상태에서 영상을 시청하도록 해 마치 실제 현장에 있는 듯한 느낌이 들도록 했다”고 말했다.

실험참가자들은 드라마를 시청한 다음 관련 내용에 관한 설문조사에 참여했다. 기존 검사는 단어 나열과 암기 등 시험 형태로 진행됐지만, 이번 새 진단법은 일상생활에서 인지기능이 얼마나 잘 작동하는지 알아보는데 중점을 둔 형태다.

실험참가자들의 설문 답변 내용은 기계학습을 통한 통계 분석으로 만든 알고리즘으로 풀어냈다.

그 결과, 주관적 인지기능장애, 경도인지장애, 치매 환자 등 52명을 대상으로 한 시험의 정확성을 가늠한 민감도는 93.8 ~ 95.1%였다. 영상을 보고 설문에 응한 것만으로 실험참가자의 치매 상태를 감별할 수 있다는 의미다.

경도 인지장애를 세분화했을 때 치매로 악화될 가능성이 높은 ‘아밀로이드 양성’인 케이스 역시 새 진단법으로 가려낼 수 있다는 게 연구팀의 설명이다. 이는 확진 시 필요한 핵의학검사(PET) 대상자를 간추릴 수 있어 불필요한 검사를 막는 효과가 있다.

나덕렬 교수는 “기존 검사는 환자의 긴장도를 불필요하게 높이고, 실생활에 필요한 인지 능력을 반영하는데 한계가 있다”며 “치매를 되돌릴 방법은 아직 없지만 늦출 수 있는 기회는 존재하는 만큼 간편하고 손쉬운 검사를 통한 조기 진단이 이뤄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번 새 진단법은 국가기술연구회 치매DTC사업단의 지원으로 삼성서울병원과 한국과학기술연구원이 공동 연구·개발했으며, 국제학술지 사이언티픽 리포트(Scientific Report) 최근호에 게재됐다.

    문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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