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속 악당은 왜 사악하게 웃을까? (연구)

[사진=Danomyte/shutterstock]
영화나 만화에 등장하는 악당은 비열하고 악독해 보이는 웃음을 웃는다. 이런 웃음 장면이 자주 등장하는 이유는 뭘까?

1990년대 어린 시절을 보낸 사람이라면 애니메이션 ‘알라딘’에 등장하는 마법사 자파르를 기억할 것이다. 마술 램프를 훔치고 알라딘을 곤경에 빠트리는 마법사 자파르는 원하는 바를 이뤘을 때 두 주먹을 꼭 쥐고 몸을 웅크린 채 낄낄대며 웃다가 점점 몸을 펼쳐 메아리가 울릴 정도로 크게 웃는다.

이는 영화 속 악당을 표현하는 전형적인 방법이다. 다른 사람의 불행에 기뻐하는 악당의 모습을 공공연하게 전시하는 이 같은 방식은 애니메이션이나 스릴러, 호러 영화 등에 많이 등장한다.

최근 연구는 영화 속의 이 같은 클리셰 장면이 악당의 핵심적인 특징으로 자주 등장하는 이유를 살폈다.

악당은 자신이 속한 사회에 무임승차해 이익만 얻으려는 특징을 보인다. 연구팀에 의하면 지역 사회 개개인이 모두 각자의 역할을 잘 수행해야 생존이 가능했던 원시 시대, 이러한 악당의 일탈은 재앙과 같았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즉 인류는 오래전부터 악당에게 혐오스러운 감정을 느껴왔다는 것이다.

단, 악당도 악랄한 짓을 벌이는 수준에 차이가 있다. 가장 위험하고 극악무도한 부류로 꼽히는 악당은 훔치고 속이는 수준을 넘어 사이코패스 식의 잔학함을 즐기는 가학성애자 유형이다. 순전히 자신의 즐거움을 위해 악한 행동을 하는 부류다. 악당의 부도덕한 행위를 가난, 차별, 불행한 가정사 등으로 설명할 수 없는, 변명의 여지가 없이 악행 그 자체를 좋아하는 유형이다.

연구팀은 악당의 짓궂은 웃음이 바로 이처럼 최악의 악당의 모습을 묘사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악의적인 행위 그 자체를 즐기는 모습이라는 것. 웃음은 시각과 청각을 모두 강하게 자극한다는 점에서도 악당의 악한 모습을 더욱 돋보이게 만드는 수단이 된다.

웃음은 ‘가짜 웃음’과 ‘진짜 웃음’으로 나뉘는데, 연구팀에 의하면 영화 속 악당의 웃음은 진짜 웃음에 해당한다. 진짜 웃음이란 목에 있는 내후두근의 빠른 진동을 필요로 하는 웃음인데, 인공적인 웃음처럼 자유의지를 통해서는 움직이기 어렵다.

진짜 웃음은 친사회적인 기능을 하기 때문에, 상대에 대한 신뢰와 믿음을 더하는 역할을 한다. 하지만 때론 악당의 웃음처럼 진짜 웃음이 더 두렵고 으스스한 느낌을 줄 수도 있다는 게 연구팀의 설명이다. 이를 통해 영화 속 악당의 잔혹하고 소름 끼치는 특성이 더 잘 살아난다는 것이다.

이런 내용(Social Signals and Antisocial Essences: The Function of Evil Laughter in Popular Culture)은 ‘대중문화저널(Journal of Popular Culture)’에 9월 10일 실렸다.

    문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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